2013년 11월 8일 금요일

GM 연어, 과연 회귀할까

GM 연어, 과연 회귀할까

FDA 승인 시간문제, 기술적으로 대비해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어 고향인 강원도 양양 남대천은 물론이고 11년째 연어가 회귀하고 있는 울산 태화강에서는 올해 회귀 연어가 1천500여 마리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어는 북태평양에서 갑각류나 작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살다가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천㎞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히 고향을 찾아오는 신비한 회귀능력의 비밀은 두 가지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첫 번째는 비둘기의 경우처럼 자기장을 이용해 되돌아온다는 설이다. 뇌 속에 있는 마그네타이트라는 자성물질이 나침반 역할을 해 비둘기는 먼 곳에서 수월하게 자신의 둥지로 찾아올 수 있다. 이처럼 연어에도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있어 먼 길을 찾아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두 번째는 고향 강의 냄새를 기억하는 유전적 물질을 갖고 있다는 설이다. 강마다 다르게 녹아 있는 화학물질, 수온 등의 특징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전적 특징을 연어가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 초등학생들이 양양 연어포획장에서 올해 돌아온 연어의 포획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회귀능력의 비밀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어의 이 같은 본능을 이용해 남대천이나 태화강에서는 알을 채집해 부화시킨 다음 연어 새끼들을 방류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연어 회귀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 1% 미만인데, 특히 최근 5년간의 회귀율이 불과 0.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해안의 수온 상승이 냉수성 어종인 연어의 회귀를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럼 방류시킨 후 가슴 졸이며 회귀를 기다리는 것 대신 좀 더 확실하게 연어라는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GM 연어, 18개월 만에 어미로 성장
현재 남아메리카 칠레의 오지 속 고지대에서는 철조망과 경비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수족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는 연어들이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그 연어들의 정체는 바로 일반 연어에 비해 성장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GM(유전자변형) 연어다.

원래 야생 연어는 겨울철에 성장을 멈춘다. 하지만 거기서 키우는 GM 연어는 성장호르몬 유전자가 이식돼 있어 1년 내내 성장한다. 보통 야생 연어들의 성장 기간이 3~4년인데 비해 GM 연어의 경우 18개월 만에 어미 연어로 성장할 수 있다.

이 GM 연어들이 처음 탄생한 것은 지난 1989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소재하는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스(AquaBounty Technologies)라는 회사가 유전자변형을 통해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과잉발현하는 연어를 탄생시킨 것.

아쿠아바운티 사는 그 연어들에 ‘아쿠아드밴티지(AquAdvantage)’라는 이름을 붙인 후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GM 식품인 ‘플레이버세이버 토마토’가 불과 3년 만에 시판이 허용된 것에 비하면 매우 늦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아쿠아바운티 사는 자금난으로 인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했으며, 지난해엔 R&D 시설까지 매각했다. 그동안 GM 연어 개발에 들인 돈만 해도 무려 6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걸 옆에서 지켜본 미국의 동종 업체들은 GM 동물을 식품으로 개발하려는 시도를 접은 지 오래다.

그러나 FDA는 조만간 GM 연어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FDA는 GM 연어를 먹어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했으며, 지난해 말엔 GM 연어가 자연 생태계에 우려할 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또 올해 봄엔 오바마 미 대통령이 GM 연어의 시판 허용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시판이 허용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GM 연어의 시판 허용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만만찮다. 미국의 주요 식품점들은 GM 연어를 취급하지 않기로 이미 선언했으며,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은 GM 연어의 판매를 막기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연어를 수출하는 알래스카와 오리건의 주의회에서도 양식 연어의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GM 연어의 승인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GM 동물들이 식탁에 오를 날 머지 않아
만약 GM 연어가 밀폐된 양식장을 탈출해 자연 생태계로 나가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럴 경우 야생 연어들과 교배해 유전자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쿠아바운티 사는 “GM 연어는 불임 연어여서 번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개발한 연어의 99% 이상은 염색체가 두 쌍인 2배체의 야생 연어와 달리 세 쌍의 염색체를 지닌 3배체 생물이므로 생식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불임 연어는 회사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이익과도 직결되므로 꼭 필요한 기술이다. 불임 처리를 해야 GM 연어의 종자 및 치어를 계속 판매해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터와 칸막이가 장착된 내륙의 대형탱크에서 알과 치어 및 물고기를 관리하므로 GM 연어가 탈출해 야생 연어와 교배할 확률은 제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펴는 측에서는 GM 연어가 생식능력을 되찾을 수도 있으며, 불임 기술도 100%가 아닌 것에 대해 우려한다. 환경 오염에 대한 영향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험재배를 중단한 지 8년이나 되는 GM 밀의 경우 최근 일반 밀과 교배돼 자연에서 발견된 바 있다.

FDA 승인이 나면 초기엔 소비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인기가 없겠지만 GM 곡물의 경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GM 연어도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십 가지의 GM 가축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조만간 GM 잉어의 시판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은 장래에 다양한 종류의 GM 동물들이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이 같은 GM 동물의 안전성 검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GM 동물 기술의 개발 및 GM 종어(種魚 ; 친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산 분야에서 외국의 GM 기술에 종속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제 연어의 회귀율을 높일 수 있는 생태·생리학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GM 연어의 수입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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