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치명적 단점 해결한 ‘김치’

치명적 단점 해결한 ‘김치’

김장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예정

 
 
김치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유독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걸 두고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치가 조류독감과 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 후 발표됐다.

하지만 김치에는 치명적 단점 하나가 항상 따라 다녔다. 다른 음식에 비해 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인은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므로 고혈압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세계김치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고혈압의 발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현주 박사팀이 염도 2.57%의 발효된 배추김치를 염 민감성 쥐 그룹에게 섭취시킨 결과, 사료에 2.57%의 소금을 섞어 섭취한 쥐 그룹에 비해 혈압 상승이 12% 완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 또한 신장 기능 장애의 주요 마커인 단백뇨 역시 52%나 낮게 나타났다. 이는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 및 신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 김치가 고헐압 및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최근 개최된 한 김장 나눔 행사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항산화물질, 식이섬유소, 유산균 등 김치의 여러 기능성 성분과 칼륨 섭취가 이뤄지면서 항고혈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김치 유래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플랜타룸 CJLP133’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과에 관한 임상연구에 돌입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연구 대상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2~18세 소아청소년이다. 이 임상연구는 지난해 CJLP133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결과에서 한 단계 나아가 CJLP133에 가장 효과를 보이는 연령 및 성별 등을 찾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받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2주간에 걸쳐 CJLP133을 복용시킨 그룹은 위약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아토피 피부염이 완화되는 정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으며 아토피 피부염 중증도 지수도 확연히 낮아졌다고 한다.

타 문화의 채소절임 음식과는 다른 특징 지녀
김치와 같은 채소 절임 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 왔다. 기무치의 경우 원래 일본의 전통 야채 절임 음식인 ‘츠케모노’의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룻밤 정도 야채를 소금에 절인 뒤 담백한 양념을 넣은 ‘아사츠케’와 비슷하다.

또 중국에는 배추나 무 등에다 고추,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한 후 소금과 식초, 설탕 등을 섞어서 절인 ‘파오차이’라는 채소 절임 음식이 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아차르’라는 채소 절임 음식이 있다.

서양에도 채소 절임 음식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오이피클이다. 특히 독일에는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든 ‘사우어크라우트’라는 채소 절임 음식이 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발효될 경우 신맛이 아주 강해 서양 김치라고 할 수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김치는 재료나 제조법 등에 있어서 그 같은 채소 절임 음식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닌다.

김치를 모방해 일본인들이 자기네들의 입맛에 맞게끔 바꾼 기무치의 경우 김치처럼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과산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인공 첨가물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낸다. 이는 젖산 발효가 일어난 뒤 자연스레 생기는 신맛을 일본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치는 김치보다 유산균 수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지 TV에서 실시한 유산균 수 비교 결과에 의하면 김치에는 1g당 8억 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들어 있었지만, 기무치에는 1g당 480만 마리밖에 들어 있지 않아 김치에는 기무치보다 167배나 많은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한 파오차이의 경우 재료들을 소금,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로 섞어 만든 물에 담가 고온 발효시킨다. 때문에 저온 발효로 숙성시키는 김치와 달리 2~3일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반나절 정도 숨을 죽인 다음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간다. 이때 소금은 양념의 맛이 채소 조직 내에 잘 침투되고 김치가 발효할 때 좋지 않은 균의 생성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 후 각종 양념과 재료를 섞어 버무리는데 여기서 우리 조상들은 미생물들을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젓갈과 쌀가루 등을 넣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게끔 한 것. 이 같은 지혜는 타 국가의 저장 식품과는 전혀 다른 김치만의 특징이다.

김치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단백질이나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적은 대신 칼슘과 인이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서양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과 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쌀밥과 김치만 함께 먹어도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김치 속에 숨어 있는 나눔과 배려의 문화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김장문화처럼 사전 심사에서 등록이 권고된 문화유산이 본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으므로 별 이상이 없는 한 등재는 확정적이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 약속이라도 한 듯 집중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두는 풍속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김장문화에는 단지 음식의 장만뿐만 아니라 공동체 아이덴티티의 나눔이라는 상징적 정서가 숨어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김장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김장문화는 새로운 이웃 간의 정을 쌓는 소중한 기회로 작용하면서,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가전 기술을 낳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더구나 김장철만 되면 수많은 기업 및 단체 등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개최하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정을 나누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작은 미생물들을 배려해 젓갈과 쌀가루 등을 먹이로 넣어 발효를 촉진시키는 조상들의 지혜가 나눔과 배려라는 김장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음 달 초 확정되는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전 세계적으로 김치의 과학적인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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