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콜라보레이션, 문제해결의 힘

콜라보레이션, 문제해결의 힘

참여자들간 서로 알아갈 시간 필요

 
 
 
최근 협력, 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에서도 어려운 난제 해결

콜라보레이션의 힘은 세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전문가를 이긴 ‘누구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전문가와 편집인에게 맡겼던 편집권을 네티즌들에게  위임한 결과 미국 내 온라인 백과사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97%가 방문하는 지금의 위키피디아를 탄생시켰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가장 많이 방문한 사이트로 기록된 위키피디아는 영어 항목에 대한 설명만도 약 400만개에 달한다. 약 12만 개 항목을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비교해보면 실로 엄청난 분량이라고 할 수 있다.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도 대표적 콜라보레이션의 예이다.  ⓒWikipedia
 

콜라보레이션은 과학의 영역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방법이 되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힉스입자를 예견한 힉스가 수상하자 이 입자를 증명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관심이 모아졌다.

사실 CERN의 검출기를 통해 확보한 입자의 데이터는 초당 300MB가 생성되는데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이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함께 분석에 나선 이유이다. 그들의 협업이 있었기에 힉스입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노벨물리학상을 CERN에게도 수여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을 정도였다.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준기 교수가 쓴 ‘오픈 콜라보레이션’에서도 ‘폴드잇(Foldit)’을 과학 분야의 사례를 언급했다. ‘폴드잇’은 2008년 5월 워싱턴대 데이빗 베이커 교수팀이 제작한 게임이다. 유저들은 이 게임을 통해 단백질 구조에 관한 예측 모형을 만들었는데, 이 모형은 여러 가지 질병과 그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폴드잇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게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이즈나 암 또는 알츠하이머 등에 병에 관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기도 했다. ‘폴드잇’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는데, 당시 ‘네이처’에서는 게임참여자 6만여명이 10일 만에 과학자들이 1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오픈 콜라보레이션’에는 나사(NASA)의 태양 흑점폭발 예측 시스템도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물로 소개했다.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총 일곱 개의 문제를 나사에서 공개했다. 그 결과 전세계 80개국에서 2천900여명의 문제 해결자가 참여했다. 그중 총 347명이 실제로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히 태양 흑점폭발 예측 시스템은 함께 문제풀기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예이다. 이전까지 엄청난 투자와 연구에도 불구하고 예측 적중률은 동전 던지기 예측 적중률보다 나은 55%정도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풀자 저렴한 비용에 적중률 85%수준 이상의 태양 흑점폭발 예측시스템 모델이 제시되었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서로 알아가는 숙성의 시간 필요

이렇게 콜라보레이션은 긍정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협업 대상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일대일로 만나서 해야 하는 콜라보레이션인 경우는 더욱 어렵다. 성공한 예가 밖으로 노출되어 쉬운 것 같아 보여지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오픈 콜라보레이션 같은 경우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소의 ‘모방하기 힘든 경쟁력, 콜라보레이션 역량을 높이려면’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왜 콜라보레이션이 힘든지’에 대한 원인을 3가지로 진단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얻을 것이 없다’는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 ‘남을 돕는 행위’, 혹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라고 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프랭크 플린(Frank Flynn) 교수의 조사 결과도 다른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들이 나쁜 고과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런 인식이 전혀 근거가 없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 콜라보레이션 당사자간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ScienceTimes

두 번째는 이타적 동료에 대한 미묘한 거부감이다. 특히 2010년 워싱턴 주립대 크래그 팍스(Craig Parks) 교수는 공동 목표를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구성원이 주변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실험 연구를 발표해 다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콜라보레이션할 때 당사자 간의 인간관계가 간과되는 경향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서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업무적 관계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친밀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인시드(Insead)의 모르텐 한센(Morten Hansen) 교수의 말을 인용해 “프로젝트 수행시 친분 관계가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20~30%의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 중, 말이나 문서로 잘 전달이 되지 않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 같은 경우에는 프로젝트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경우에는 쉽게 소통이 된다. 하지만 사전에 친분 관계가 없던 경우에는 단어 하나에도 오해가 생기 쉽기 때문에 이 오해를 푸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콜라보레이션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 보고서는 “ ‘사람’의 문제보다는 주로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벗어나 콜라보레이션을 ‘왜 하지 않는지’ 혹은 ‘왜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콜라보레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의 평가와 적절한 보상과 콜라보레이션 당사자간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숙성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능하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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