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7일 금요일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근대 병원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근대 병원

지라르 ‘회복기의 환자들’


현대 병원은 의료용 기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의료용 기계들은 병의 원인은 물론 진행 속도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등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질병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역사적으로 병원은 빈곤자나 유랑인을 치료하거나 돌보는 시설이었지만, 19세기 과학 기술의 발달로 X-Ray, 마취 등을 사용함에 따라 근대적인 병원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 <회복기의 환자들>-1861, 캔버스에 유채, 100.3*188, 오르세 미술관

당시 근대 병원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지라르의 ‘회복기 환자들’이다. 넓은 마당에 회색빛 가운과 흰색의 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수다를 떨고 있기도 하고 조용히 혼자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기도 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병원 가운이다. 회색빛의 병원 가운은 그들이 환자라는 사실과 함께 작품의 배경인 단조로운 형태의 건물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가운 아래의 옷은 제각기다. 당시 위생적인 환자복이 없어 환자들은 자신의 옷을 입고 그 위에 병원 가운을 입었다.

넓은 마당이나 건물 어디에도 병원이라는 표시는 보이지 않지만 화면 오른쪽 환자들 뒤에 서 있는 흰색의 긴 스커트와 검은색 천을 머리에 쓰고 있는 수녀를 통해 작품 속 장소가 파리 시립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녀 간호회'에 속한 수녀들은 17세기부터 파리 시립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파리 시립병원은 설립된 이래 상당기간 동안 난방이나 통풍, 의료 시설이 미흡한 상태로 운영되다가 18세기 중반 행정관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재건축되면서 시설이 개선됐다. 따라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건물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수녀의 모습으로 파리 시립병원이 재건축되기 전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당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며 앙상한 나무에 돋아나고 있는 새로운 가지들과 단단하게 가운의 깃을 여미지 않은 환자들의 모습은 겨울의 끝자락임을 의미한다.

피르맹 마리 프랑수아 지라르(1838~1921)는 이 작품에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기 전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서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빛을 건물과 넓은 마당에 골고루 배치해 인물과 배경을 또렷하게 구별했을 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화면에 생기를 불러일으켰다.

지라르가 사용한 단조로운 색상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이었으며 그가 이러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했던 것은 실험정신 때문이었다.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그는 에콜 데 보자르의 학생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역사화를 배웠지만 전통과 관습에 반하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라르의 혁신적인 방식은 살롱전에 전시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예술적 시도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라르는 자신의 예술적 실력을 입증하기 위하여 로마 상 경연대회에서 참석해 2등을 거머쥔다. 그 이후 지라르는 자신의 예술적 힘을 보여주는 여러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전업 화가로 인정받게 된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2.07.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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