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3일 월요일

“‘속 보이는 공’ 만들었어요”

“‘속 보이는 공’ 만들었어요”

세팍타크로 공 만들기 강연


“여러분, 오늘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공을 만들 거예요. 속이 들여다보이는 공을 본 적이 있나요? 그 공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세팍타크로 공이요!”

지난 20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에 과학터치> 도입강연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스포츠, 세팍타크로의 공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세팍타크로란 말레이시아의 전통적인 공차기 경기로, 등나무로 만든 볼을 이용한다.
▲ 지난 20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의 과학터치' 도입강연 실험에 학생들과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Science Times

현재는 본 경기가 국내에도 도입돼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졌지만, 도입 초기만 해도 희소성과 독특한 모양으로 인해 공 자체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세팍타크로 공을 만드는 원리는 6개의 플라스틱 선을 12개의 오각형 구멍과 20개의 교차점을 만들어내며 하나로 엮는 데 있다. 내부는 비어있으므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인기가 좋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대전대문초등학교 박상희 교사는 도입강연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세팍타크로 공과 그 안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아는 것이 오늘 실험의 목표”라고 언급했다.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세팍타크로 공 안에는 삼각형, 오각형 등의 도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정다면체의 원리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지난 20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의 과학터치' 도입강연 실험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Science Times

“여러분, 교차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끈의 수는 몇 개 일까요?”
“2개요!”

세팍타크로 공은 교차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처음엔 2개의 노끈으로 시작해 3개, 4개, 마지막엔 6개의 노끈을 풀리지 않도록 교차시켜야 하므로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과제다.

하지만 교차의 원리와, 이를 활용해 공을 만드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함께 온 부모님과 차근차근 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끈을 교차시킨 후, 교차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클립으로 고정을 시키는 모습 등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속 보이는 공’을 만드는 과정에 계속 집중했다.

끈의 교차위치와, 엮는 방법이 다소 어려웠는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힘겨워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공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히는 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의 도움을 구한다.

선생님과 함께 공을 엮다보니 모르던 원리를 알겠다는 듯, 이곳 저곳에서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탄성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황연수(수정초·6년) 학생은 “이런 공을 처음 만들어봤기 때문에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서 더 뿌듯하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의 자녀와 강연을 찾은 장금희(노은동·학부모) 씨는 “금요일 강연이 아이에게 유익해서 자주 오는 편”이라며 “오늘은 아이에게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어디에 가서도 들을 수 없는 수업이어서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레고블록이 모이면 공상과학도 현실이 된다?
▲ 지난 20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의 과학터치' 본강연을 학생들이 듣고 있다. ⓒScience Times

도입강연 이후 본강연에서는 원자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기술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박성호 화학과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날 박성호 교수는 원자를 레고블록에 비유, 어려운 과학용어에 취약한 어린 학생들이 보다 쉽게 과학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재미있는 강의를 이어나갔다.

박 교수는 “지금부터 원자를 레고블록으로 비유해보자. 이것들을 활용하면 우리주변의 모든 물질들을 조립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흥미를 돋웠다.

나노기술을 언급하기 전, 박 교수는 ‘마이크로’에 대한 개념부터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나노라는 크기가 매우 작아 학생들이 이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마이크로가 들어간 상품이 굉장히 잘 판매됐다. 뭔가 정밀하고, 작고, 좋은 품질을 가진 제품일거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많이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이크로보다 더욱 정밀한 ‘나노’크기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노는 마이크로보다 1천배 정밀한 사이즈다. 결국 나노테크놀로지란, 크기의 영역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어 그는 “나노를 제어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면 결국 물질을 제어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위치는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원자와 분자를 나노크기에서 제어하는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나노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일까. 박 교수는 “생활의 윤택함을 위해”라며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휴대폰이 있어 우리의 삶이 편리해졌고, 운동선수들 역시 빨리 마르는 운동복을 입으면 땀에 젖어도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나노기술을 통해 우리 삶은 지금보다 더욱 윤택해지고 편리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나노기술을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비유한 그는 “뉴턴에 의해 탄생한 연금술의 의미가 과학적으로 매우 크듯, 나노는 지금 우리 시대의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일 대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의 과학터치' 본 강연에서 박성호 교수가 강의를 진행 중이다. ⓒScience Times
나노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만듦으로 인해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삶 속에서도 이전에는 상상만으로 만족했던 모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바로 영화와 SF소설 속에서만 만나던 ‘투명망토’와 ‘나노로봇’ 등이 그것이다.

투명망토는 현재 언론을 통해 그 기술이 보고된 바 있다. 이 역시 나노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해 투명 망토와 스텔스 전투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많이 진행되었고, 현재 발표되고 있는 논문의 내용은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이를 알기 위해서는 ‘나노건설’ 방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조각’의 방법은 비누덩어리를 칼로 깎아내는 것처럼 ‘위에서부터 자르기’ 방법이다. 이는 큰 덩어리를 깎아 특정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물질의 제조과정이 거의 이러하다. 그러나 나노크기의 재료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아래서부터 쌓기’의 개념이 중요하다. ‘아래서부터 쌓기’ 개념을 이용해야만 나노크기의 다양한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나노는 다양한 패턴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박 교수는 금나노입자의 색깔과 모양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이즈를 작게 하거나 배열 달리함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설명한 나노막대 합성과정은 학생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미의 날개를 언급했다.

“매미는 비가와도 잘 날아다닌다. 물방울이 날개에 닿아도 절대 추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매미의 날개에 있다. 날개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살펴보면 긴 막대기가 솟아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즉, 물이 묻어도 밑으로 흐를 뿐 절대 날개를 젖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꽃도 마찬가지다. 잘 생각해보면 연꽃은 젖지 않고 항상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나노막대기술을 우리 실생활에 접목하면, 비가 와도 생활의 편리함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자동차에 코팅을 한다든지, 높은 건물의 유리창 청소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든지 등이다.

박 교수는 “레고블록을 조정해서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여러분이 더 커서 좋은 연구를 해 주길 바란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욱 신기하고 감탄스러운 기술들이 여러분을 통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수업에 참여한 김민경(대성여중·2년) 학생은 “강연 내용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교수님이 쉽게 설명해주셔서 재미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도 들어있어 나노기술이 이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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