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전화번호… 점차 사라진다

전화번호… 점차 사라진다

인터넷전화 통해 아이디·이메일로 대체


2G란 2세대(generation) 이동통신을 말한다. 음성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통신, 즉 1세대 이동통신(1G)의 뒤를 이어 세계 통신시장을 지배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2G 세상이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18일 KT는 아직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지 않은 2G가입자들의 휴대폰 번호를 오는 9월 19일부로 소멸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2G 가입자들이 기존 번호를 유지하려면 3G, LTE로 서비스 이용을 변경하거나 SKT, LG유플러스 등 다른 회사의 2G 서비스로 명의를 변경해야 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10만 명이 넘었던 2G 가입자는 최근 1만여 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이 이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2G 시대가 막을 내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존의 번호를 고수하면서 KT 측과 법정싸움을 벌일 태세다.

게임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음성통화 가능
이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가 사라지는 경우지만 기존 전화번호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윤하 선임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음성을 포함한 모든 정보들이 데이터화 되고 전화번호 자체가 의미를 잃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음성통화가 가능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인해 향후에는 아이디와 이메일주소가 전화번호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cienceTimes

이런 모습이 고객들이 원하는 미래이며,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 때문에 "이 변화를 거부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비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이 말하는 전화번호가 사라지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현재 음성통화와 다른 영역은 엄격히 분리돼 있다. SNS를 이용하거나 혹은 지도 검색을 하다가 전화를 걸고 싶은 경우 어플리케이션에서 나와서 통화 화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영역들이 모두 통합된다는 것.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음성통화 기능이 포함되면서, 페이스북에서 아이디를 클릭하면 해당 사용자와 음성통화를 할 수 있고,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상대편과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데이터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이 가능한 것은 이동통신사들이 경계하는 보이스톡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때문이다. 'm-VoIP'는 'Mobile-Voice over Internet Protocol'의 약자로, 구리선 대신 인터넷 선을 이용한 서비스다.

인터넷 선을 이용한 음성통화 기능이 이동 단말기에 적용된 것을 말한다. 중요한 사실은 구리선이 아니라 인터넷 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전화보다 휠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2012년 6월22일자 참조)

'm-VoIP' 진화는 곧 전화번호 무용론
현재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대부분은 이 'm-VoIP'를 특화했거나 모바일 메신저를 확장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기능은 최근 메일 시스템을 기반으로 메일 시스템 내에서 메일 주소를 클릭해 상대방과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보이스(Google Voice)를 보면 그 움직임을 그대로 감지할 수 있다. IT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내에 'm-VoIP' 기능을 내재화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 전화번호라는 것이 굳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비슷한 움직임이 수년 전부터 이미 진행돼 왔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전화번호는 이미 고객 인증의 의미 이상을 갖고 있지 않다. 전화번호 대신 아이디와 이메일을 확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전화번호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도 진정한 'm-VoIP'가 실현될 수 있는 인프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VoIP'가 빠르게 진화돼 왔지만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다.

18일 국회 지식경제위에서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전면 허용할 경우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들의 극심한 매출·수익 감소로 인해 MVNO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m-VoIP'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일이다.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처 방안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법 제정을 통해 'm-VoIP'를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반면 유럽은 EU 차원에서 망중립성 관련 논의를 지속하면서 미국처럼 명시적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총무성을 중심으로 정책적으로는 'm-VoIP'에 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m-VoIP'를 전면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표 사업자인 NTT Docomo, 소프트뱅크(SoftBank) 등이 'm-VoIP' 차단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m-Volp'를 놓고 벌어지는 세계 각국의 망중립성 논란이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VoIP'가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전화번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로 간주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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