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7일 금요일

게임 속의 현실을 예술로 조명

게임 속의 현실을 예술로 조명

‘게임×예술<바츠혁명 戰>’


‘바츠 해방 전쟁’은 2004년 ‘리니지2’ 의 ‘바츠’ 서버에서 일어난 전쟁이다. 당시 ‘바츠’ 서버를 장악하고 있던 ‘DK(Dragon Knights) 혈맹’의 독재에 대항해 전 서버 게이머들이 단합했던 항거로 참여 유저만도 100만 명이 된다.

사실 ‘바츠 해방 전쟁’에 유독 시선이 집중됐던 이유는 유저들이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게임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승리이후 모습이 너무나 현실과 빼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게임 속에 비춰진 현실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경기도 미술관에서 9월 2일까지 개최되는 ‘게임×예술 <바츠혁명 戰>’이 바로 그것. 이 전시회는 바츠 서버 안에서 벌어진 5년간의 혁명전쟁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가상공간과 현실을 오갔던 게임의 사회학적 현상을 담고 있다.

그동안 게임 관련 미술전시가 단순한 인터렉티브 작업을 위주로 한 미디어 미학에 치중했었다면 ‘게임×예술<바츠혁명 戰>’는 게임의 세계관과 현실세계의 충돌,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 현실의 삶의 경계 등을 표현했다.
▲ 아스키코드로 만든 컴퓨터 그래픽 ⓒ경기도미술관


게임 순서와 같은 전시 구성

이 전시회의 구성적 특징은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는 과정에 맞춰 전시 스토리를 캐릭터 공간, NPC(Non Player Character), 퀘스트, 보상, 현실화 등으로 나누었다는 점이다.

'캐릭터 공간'은 이런 진행과정에 따라 가장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만나게 된다. 게임에 처음 접속하는 유저가 게임 상에 자신을 대신할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와 일맥상통한 구성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는 각양각색의 포즈와 스타일을 취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 있을 법한 모습이고, 또 어떻게 보면 마치 순정 만화 속 인물 같아 보인다. 가상과 현실을 잇는 아바타를 표현한 작품들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 오사마 미영의 취미생활 ⓒ경기도미술관


'NPC'는 게임 공간에서 처음 들어온 유저들에게 게임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고 게임 방법과 캐릭터 역할 수행을 습득하도록 가이드 해주는 신적인 존재이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MMORPG’는 승부가 가려지면 게임이 종료되는 게임과는 달리 새로운 시작도, 멈춤도 없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NPC'는 ‘MMORPG’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유저들을 공격하고 어려움에 빠뜨리는 등 이중적인 모습도 갖고 있다.

이 전시회의 ‘NPC' 존에서는 게임 안에서 'NPC'들의 역할과 모습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잔혹동화’는 총을 들고 있는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을 한 조각 작품은 ‘NPC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외에 인간의 꺾을 수 없는 관절을 꺾는 사이보그를 형상화한 작품은 인간생명의 기술적 진화를 상상하게 되는데, 이는 신적인 'NPC'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퀘스트’의 공간으로 들어서기 전, 도스(DOS)기반의 게임 그래픽을 볼 수 있는 ‘바츠혁명’이라는 소주제 공간을 지나게 된다. 여기서는 80년대 초반 8비트 아스키코드(ASCII)로 만들어 놓은 ‘바츠혁명’ 그래픽 영상을 볼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 초기 역사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 게임 속 풍경 ⓒ경기도미술관


가상과 현실에 대한 질문의 시간

‘퀘스트’는 게임 안에서 아이템 획득이나 레벨 업을 위한 하나의 미션이다. 하지만 이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공간이다. 게임의 영상을 캡처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만든 작품인 ‘오사마 미영의 취미생활’은 전쟁으로 위험지대가 된 중동, 테러리스트의 아랍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현실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아랍인과 중동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가는 게임에서 조차도 진실과 상관없는 편견들이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 지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가 새로운 시선을 막지 않나요?’라는 작품은 흔들려 찍힌 풍경화 사진들이다. 어디선가 볼 법한 풍경을 담은 이 사진은 사실 컴퓨터 속 게임풍경을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가상은 어디까지이고 현실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하게 한다. 그밖에도 ‘DDR†스트리파이터’에서는 30~40대 유년시절 전자오락실의 스트리파이터를 DDR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설치물로 게임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에 항변하고 있다.
▲ 또 다른 풍경-반지 ⓒ경기도미술관


보상은 게임에서 퀘스트를 성공하게 되면 얻게 된다. 이 전시회의 ‘보상’공간에서는 게임과 현실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보상이 같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풍경-반지’는 헝겊 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수묵화로 그려 놓은 작품이다.

마치 ‘절대반지’와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데, 이는 현실과 가상에서 보상은 결국 돈이나 물질로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촘촘하게 사과라는 글로 만들어진 노란 바나나, 바나나라는 글로 구성된 빨간 사과.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르게 한 ‘카모그플래그(camouflage)'에서는 내면을 감춘 위선에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에서 나와 현실의 나가 다르게 행동하는 이중적인 인간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현실화’의 공간에서는 미디어에서 보여준 사건이 진짜 현실인지를 되묻는 작품이 놓여 있다. CNN과 같은 뉴스가 사건 사고를 보여주고 전쟁 장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미디어 작품 뒷 공간으로 가면 TV 화면을 구성하는 사건 사고의 모습을 담은 미니어처가 설치되어 있다. 게임만이 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거짓과 가상이 혼재하고 있음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07.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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