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0일 화요일

“남자를 따라하기 보다 여성성을 살려라”

“남자를 따라하기 보다 여성성을 살려라”
- ‘과학기술, 여성, 리더십을 말하다’ 시리즈 2탄
<단체 사진 - ‘과학기술, 여성, 리더십을 말하다’ 시리즈 Ⅱ>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WST, 회장 김명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송종국) 3개 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과학기술, 여성, 리더십을 말하다-시리즈Ⅱ’가 7월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여성 주간을 맞이하여 젊은 이공계 여성들과 선배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여성과학기술자의 리더십과 비전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4월 6일에 진행된 2012년 여성과학기술인연차대회의 ‘과학기술, 여성, 리더십을 말하다-시리즈Ⅰ’의 두 번째 시리즈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이현구 청와대 과학기술특별보좌관,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남녀 이공계 학생 등 120여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행사는 △ASK = 차세대 이공계 여성인재들의 의견 수렴 △ANSWER = 여성과학기술인력정책 현황과 미래정책방향 △ ADVANCE = 여성과학기술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패널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먼저 ASK에서는 김리나(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석사과정)씨와 이혜진(연세대학교 시스템 생물학과 학부 2학년)씨가 ‘온라인 설문조사발표 및 20대 이공계 여성인재의 10년 후 모습은?’을 통하여 이공계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에서 갈등과 고민을 하는 차세대 여성과학기술인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꿈을 들려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0년 후 내 모습은 ‘국제환경전문가’
김리나(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석사과정)
발제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었는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고 ‘이건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적성 및 능력의 발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점과 적성과 능력을 살려 과학기술 연구개발직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실제 주변에서는 이공계 진로에 불안함을 느끼고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로스쿨이나 의치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껴 이상적으로는 이공계에서 연구를 하고 싶지만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공계의 진로를 향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공부에 힘을 쏟으며 정보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정보를 얻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는 나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며 10년 계획을 세울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적고 그 범위도 좁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ASK 발제에서 우리는 ‘효과적인 멘토링’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정보를 얻는 것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멘토링이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정보를 얻어 이공계 진로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효과적인 멘토링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WISET 멘토링 활성화와 대학에서의 멘토링 교과 개설을 제안하였다.
포럼에 참석하신 선배 과기인 분들께서 우리의 제안에 많이 공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멘토링을 제안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나의 10년 계획에 대한 발표를 하였다. 사실 이번 공모에 지원하기 이전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과 10년 계획에 대해서 구상 중이었다. 다만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서 구체화시키지 못 하고 있었는데 공모 덕분에 글로 적으면서 나의 계획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나는 설문조사에서 어떤 직종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하지 않음’을 골랐다. 그 이유는 첫째, 연구원, 컨설턴트, 교수 등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여러 진로 관련 책들과 WISET의 멘토링 레터를 통해 인생은 언제 바뀔지 모르고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확한 직업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세계에 한 가지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는 한 가지 가지되 여러 직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의 최종 목표는 국제 환경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국제 환경 전문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 앞으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 졸업 후 국가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일하고자 한다. 그 다음에는 환경컨설턴트로 일하고 싶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국제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발표 후 많은 선배님들이 조언을 해 주셨다. 국제 환경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시고 준비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말씀해 주셨다. 많은 선배님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했는데 이름과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기억해 주시고 조언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솔직히 선배님들이 어렵게 느껴져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선배님들을 좀 괴롭혀 드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몸소 홍보해야겠다.


‘면역학 교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혜진(연세대학교 시스템 생물학과 학부 2학년)

첫 번째 발표에서는 WISET에서 5월 말에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았더니 그 결과가 우리 20이공의 현실 인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선배님과 많은 토론을 통해 ‘많은 20이공이 정보 부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인해 이공계 이탈 경향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뒤 우리가 생각한 정보 부족 해소 방안으로 멘토링 활성화를 제시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표에서 저는 미래의 직업으로 대학 교수를 희망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꿈은 연구를 통해 인류 복지에 기여하는 것인데 이런 연구를 하는 직업 중에서 대학 교수가 보다 기초 연구에 자유로우며 세계 과학의 발전에 최전방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각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할 지 말씀드렸고 마지막으로는 제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로 면역학을, 교수가 된 뒤 하고 싶은 일은 저도 지방 출신으로 지방의 환경을 잘 알기에 지방에 거주하는 초, 중, 고등학생들을 교육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현재의 저를 점검하고 미래 설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20이공의 한명으로서 저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fancy한 직업이 1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른다”
ANSWER에서는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인력정책센터 연구위원님과 이향숙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 교수님께서 차세대 여과기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노력이 있는지, 해결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의 시간을 가졌다.
엄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질문(ASK)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년 후 세상은 많이 변한다. 지금 fancy한 직업이 1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떤 역량을 기를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발전을 위한 모두의 의견을 듣는 시간인 ADVANCE에서는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를 좌장으로 손영숙 경희대학교 유전공학과 교수,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 일자리 인재센터장, 정명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장, 유성희 삼성종합기술연구원 Life Coaching센터 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남녀 학생 대표 4인(김인엽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이하나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석사과정, 지율 서울대 생명과학부 2학년, 권순현 서강대 기계공학과 2학년)도 패널토론에 참석하여 차세대 과학기술인의 고충을 토로하고,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제안하였다.
“아스팔트보다 비포장을 가려는 마음가짐 필요하다”
신선미 센터장은 “리더십이란 남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인데 그게 제일 어렵다”며 여성 리더십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공계 여학생들을 위한 정보들이 다수 제공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정보가 부족하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개인 베이스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숙 교수는 “학생들이 흔히 미래를 직업 위주로 설계하는데 우선 ‘나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너무 정형화된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도전의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스팔트 같은 좋은 길로만 가려고 생각하지 말고 비포장도로를 가거나 건너 뛸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이다. 또 남자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여성성을 살리는 쪽으로 자신을 키우는 것이 미래의 리더십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명애 부장은 “국내 최대 IT분야 국책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부장급 이상 여성은 겨우 5명으로 10%에 불과하다”며 “대학의 수학과 전산과 등 IT 관련 학과에 여학생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IT분야 기업이나 연구소의 여성 비율은 턱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성희 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5년간 엄청나게 여성인력 우대정책을 실시한 결과 이공계 여성에게 매우 유리한 직장이 되었다”며 “내 딸이 이공계라면 무조건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30년간 기업 인사파트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의 조건은 △전문성 △인성 △열정+도전의식 세가지인데 그중 사람을 뽑을 때 인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사 후 결국 열정과 도전의식이 강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례를 가장 많이 보았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의 패널토론 경청하는 모습>
“연구실에 여학생 들어온 후 남녀 모두 선입견과 편견 해소”


김인엽씨(성균관대 석사과정)는 “사회적 분위기보다 여성 스스로 만든 직업적 편견과 한계의식이 여성 이공계 졸업자의 진로선택에 방해가 된다”며 “여성이 드문 기계공학과 연구실에 여학생이 하나 들어온 후 남녀학생 모두 선입견과 편견이 많이 해소됐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하나씨(KAIST 석사과정)는 “장차 훌륭한 엔지니어와 화목한 가정 모두 이루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며 “일례로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남성의 연간 육아휴직자 수는 1400명 정도로 여성 휴직자 5만6000명과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이공계대학생연합회장인 지율씨(서울대 4년)는 여성과학기술인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며 정책 수요자(여성과학기술인력)의 실질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순현씨(서강대 2년)는 “여성과학기술인은 감성적이고 아직 소수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차별성이 있으며 장차 엄마로서 자녀에게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며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 과학기술인의 꿈을 키우는 많은 이공계 여학생들이 참석, 끝까지 진지하게 발표와 토론을 지켜봄으로써 ‘이공계 여성 리더십’의 전망을 밝게 비춰주었다.
▣ 작성자 : 김학진 (WISET 뉴스레터 편집위원, jeankim58@naver.com)
이은정(기획정책실, ejlee@wiset.or.kr, 02-3277-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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