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역사가 공존하는 바다놀이터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아가다
부산 영도(影島)에는 태종대가 있다. 부산시티투어 필수코스인 태종대는 탁 트인 바다와 시원한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손꼽힌다. 한편 영도는 관광명소뿐 아니라 해양산업 연구단지 최적지로도 평가받고 있는데, 지난 2010년 동삼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등 한창 해양수산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일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관장 박상범)도 해양수산클러스터 유관기관으로 영도에 위치하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지난 9일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관장 박상범)도 해양수산클러스터 유관기관으로 영도에 위치하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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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족관은 기념촬영장소로 종일 붐볐다. ⓒ손은혜 |
“해양박물관에 볼 것 많다고 동네에 소문이 쫙 났어. 영감이랑 할 일도 없고, 공짜로 들여보내준다고 해서 한 번 가보는 거야.”(주옥정, 부산 초량동)
지난 주말, 오락가락 짓궂은 장마 속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이 해양박물관을 찾았다. 가족단위로 나들이 오거나 관광체험 나온 외국 유학생들, 시원한 모시셔츠에 중절모를 쓰고 온 할아버지까지 휴일 여가를 즐기러 나온 다양한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의 바다, 우리의 미래
국립해양박물관의 슬로건은 ‘나의 바다 우리의 미래’이다. 이곳에 오면 해양문화, 해양역사·인물, 항해선박, 해양생물, 해양체험, 해양산업, 해양영토, 해양과학 등 해양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주변의 연구기관들과 연계한 전시물을 갖추고 있어 해양박물관의 전문성이 돋보인다.
거대한 선박모양의 해양박물관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 규모로 완공됐으며, 각 층마다 다른 테마의 공간들로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어린이박물관(2층)은 45분가량의 전시장 투어를 진행하며, 회차당 60명 인원 제한이 있어 사전예약이나 현장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이 곳에서는 전시공간을 이동하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체험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키즈 퍼포먼스 관람이 가능해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해양박물관 내 3층과 4층에 개설된 상설전시관에서는 해양역사와 해양산업 및 연구개발(R&D) 등 해양에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제1상설전시관에는 1646년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ely)가 그린 고지도(1646)가 전시돼 있다. 이 고지도는 현재의 동해(東海) 영역을 ‘Mare di Corai(한국해)’로 표기해 ‘일본어’표기를 주장하는 일본 측의 설득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뱃일을 나서기 전 안녕을 기원하는 해양신앙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바실 홀 탐험기’, ‘라페루즈의 세계항해기’(1797) 등 해양문학과 기행에 관련된 고문서도 함께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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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용복(조선 중기)이 울릉도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적 사실이 고문서에 잘 나타나있다. ⓒ손은혜 |
보길도를 배경으로 지은 ‘어부사시사’는 각 계절에 따른 시상을 시조로 표현했으며, 노를 저을 때 나는 소리의 음을 살려 한자로 표기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문구를 통해 여유롭고 넉넉한 자연의 정취를 나타냈다.
한편 제1상설전시관 맞은편에 설치된 터널식 수족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벽면을 따라 납작하게 수영하는 대형가오리와 갖가지 해양 생물들을 처음 본 어린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족관 앞에서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다
제2상설전시관(4층)은 해양영토, 해양과학, 해양산업과 관련된 전시관이다. 해양기후관측과 극지연구 및 해양산업 현황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며, 해양연구를 위해 노력해온 각 연구소들의 지난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남극탐험때 착용했던 탐험복 및 당시 사용됐던 캠프도구가 실물로 전시돼 있으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속기관인 극지연구소에서 지원하는 극지연구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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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관측과 해양자원 연구를 목적으로 제주도 남단 이어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2003)가 건설되었다. ⓒ손은혜 |
또한 해양자원이 중요해짐에 따라 심해에 저장된 해양광물에 관한 국가적인 사업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C-C) 지역을 대상으로 망간단괴 개발구역을 확보했는데, 이를 증명하는 해저광구등록증(1994)도 전시돼 있다.
해양연구를 넘어 실제 부산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산업현장의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항구에서 수출입시 볼 수 있는 컨테이너터미널시스템 과정을 축소시킨 모형은 장년층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연령대를 한층 높였다. 수출입 컨테이너 1천만 TEU(주:Twenty - foot Equivalent Unit, 40피트 컨테이너) 돌파 기념비도 함께 전시돼 있어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발자취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역사와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국내 최대의 해양박물관이다.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수족관,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곳곳에 숨겨진 바다는 으레 떠올리는 ‘피서지’가 아닌 옛 조상의 삶의 터전이자 해양자원의 무한한 보고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해양박물관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해 온 바다의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해양박물관 찾아가는 법 :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아직 도로가 좁고 주차장의 수용률이 높지 않아 해양박물관에 입장하기도 전에 복잡한 교통체증으로 지칠 수 있다. 불편하더라도 지하철 남포동역 6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경회어망에서 하차, 15분간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2012.07.17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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