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9일 월요일

화성을 상징하는 전쟁의 신, 마르스

화성을 상징하는 전쟁의 신, 마르스

보티첼리 ‘비너스와 마르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를 계기로 시작된 우주 탐사는 태양계의 4번째 행성 화성 탐사로 이어지고 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화 된 것은 과학 기술의 진보 때문이다.

화성 탐사선으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어느정도의 미스터리는 풀렸지만 화성은 여전히 신비스러운 곳이다. 오랫동안 지구인들에게 달 이상으로 관심을 받았던 행성인 화성은 색이 붉고 지구 가까이 있기 때문에 고대 바빌로니아인들도 경외의 대상으로 삼으며 죽음과 재앙을 부르는 별이라고 여겼다. 화성이 붉은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갈등의 원인, 맹목적인 폭력을 상징해 온 색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정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붉은 빛의 화성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전쟁의 신 마르스와 초기 그리스 사상가 플라톤의 투모스(마음을 추구하는 데 있어 용기와 결단)를 상징하기도 한다.

전쟁의 신 마르스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가 있다. 신플라톤주의에서는 이 작품이 두 행성(비너스를 상징하는 금성과 화성을 상징하는 마르스)의 결합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비너스와 마르스>-1485년경, 목판에 유채와 템페라. 69*173, 런던 내셔날 갤러리

비너스는 우아하게 앉아 있고 마르스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마르스 옆에는 사티로스(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들이 마르스의 무기를 가지고 주변에서 놀고 있다. 사티로스 하나는 마르스의 귀에 고동을 불어 그를 깨우려 애를 쓰고 있다.

사티로스가 마르스의 귀에 고동을 불고 있는 것은 쾌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암시하며 마르스의 무기를 사티로스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은 폭력과 전쟁도 사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스를 상징하는 창과 투구, 방패는 당시 피렌체인들이 마상 시합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비너스의 고전적인 자세, 잔주름이 물결치는 드레스, 마르스의 가날픈 팔다리는 고전주의 장식을 따랐다.

금색 끈으로 장식된 흰색의 드레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젊은 신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옷차림으로 가슴 중앙의 진주로 만든 장신구는 비너스의 정숙함을 상징한다.

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의 이 작품은 비율이나 사이즈로 봤을 때 당시 혼수 필수품으로 여겼던 가구 카소네를 장식하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제 역시 당시 피렌체의 결혼 문화와 어울린다.

누가 작품을 의뢰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잠들어 있는 마르스 머리의 주변을 맴도는 말벌로 추정할 수는 있다. 대부분의 말벌은 벌침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로 그려졌지만 이 작품에서 말벌은 피렌체의 명문가이자 보티첼리에게 '봄'을 그려달라고 의뢰한 베스푸치 가문을 상징한다.

비너스의 얼굴은 보티첼리의 신화나 성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닮아 있는데 그 모델은 시모레타로 베스푸치 가문의 여인이다. 보티첼리는 달갈형의 얼굴에 곱실거리는 머리모양으로 여인의 우아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보티첼리는 이 작품처럼 신화를 통해 당시 피렌체 문화의 분위기와 유행을 보여 주는 몇몇 작품을 남겼지만 주제들이 이교도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서 종교적인 주제에 심취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보티첼리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고요한 화풍을 볼 수 없게 됐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2.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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