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이러스를 둘러싼 논쟁 격화
공기 통해 인간 간에 감염될 수 있어
뉴욕타임스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라고 규정지은 조류독감(AI)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실 연구 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연구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연구가 너무 위험하므로 결코 완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의 디렉터인 앤소니 파우치 박사가 “이토록 과학계가 양분된 상황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할 만큼 찬반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의 디렉터인 앤소니 파우치 박사가 “이토록 과학계가 양분된 상황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할 만큼 찬반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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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위적인 조작을 통하면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인간 간의 전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험 지속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
1997년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H5N1이 최초로 판별된 이후 약 600여 명의 사람이 감염됐고 그 중 절반이 넘는 환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우 닭이나 오리 등 조류독감에 걸린 조류와 직접 접촉해야만 조류독감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자연 환경 속에 계속 머무르며 수백만 마리의 조류를 감염시키면서 만약 사람에게 보다 전염력이 강화된 변종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판데믹’의 재앙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해 왔다.
그런데 그 경고가 정말로 실험실에서 현실화됐다. 2011년 9월에 열린 인플루엔자학회에 참가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학연구센터의 론 푸시에 박사는 실험실에서 조작된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 아주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푸시에 박사팀은 단지 다섯 개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통해서 H5N1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흰담비 사이에서 전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네 마리의 흰담비 코에 변형시킨 바이러스를 묻힌 결과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공기를 통해 주변 흰담비들을 감염시킨 것.
흰담비는 사람과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병을 앓기 때문에,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파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실험을 이끈 푸시에 박사는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형태로 H5N1 바이러스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논문 세부 사항 발표하지 말라며 제동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미국 매디슨 소재 위스콘신 대학과 일본 도쿄대학의 요시히로 가와오카 박사팀은 H5N1 변종의 표면단백질 헤라글루티닌(HA)을 만드는 핵심 유전자를 빼내 인간의 호흡기세포와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변이시킨 다음,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플루 바이러스(H1N1)의 HA유전자를 이 조작된 유전자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네 개의 유전자를 더 변이시킨 교잡종 바이러스를 흰담비에 주입시킨 결과,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담비들 역시 호흡기를 통해 다른 흰담비들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두 편의 연구논문은 지난해 12월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각각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이 두 연구팀에 연구비를 지원한 미국 보건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국립 바이오 안전을 위한 자문회(NSABB)가 두 연구논문의 내용 중 광범위한 결론만을 발표하고 과학적인 세부사항을 발표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 그 이유는 세부적인 방법론을 발표할 시 바이오 테러리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연구자들은 올해 1월 20일에 좀 더 감염성이 강한 조류독감을 만드는 연구를 자발적으로 당분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동물에서 시작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적용돼 전염이 가능해지는지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공공보건 전문가들이 자연상태에서 나쁜 유전적 변화를 찾아내는 데 이 연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 또 새롭게 발생하는 독감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대한 조기경보 체계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이 연구의 확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다른 실험실에서 유사한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 세계적인 독감의 확산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외부에 유출될 경우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논쟁이 확산되자 올해 2월 인플루엔자 연구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팀이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틀간 만남을 가졌고, NSABB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 및 현실적인 이유를 모두 고려해볼 때 이 논문들의 개정 발표는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푸시에 박사 역시 “코에 바이러스를 묻혀 심각하게 발전한 질병을 통해 실제로 변형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담비 8마리 중 단 한 마리만이 재채기를 하는 정도였고 죽은 개체는 없었다”며 변종 바이러스가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두 연구팀은 논문을 일부 수정해 다시 제출했으며, 요시히로 가와오카 박사팀이 쓴 논문은 지난 5월 초 네이처에 게재됐고, 론 푸시에 박사팀의 논문은 6월 중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두 가지 돌연변이는 이미 존재해
그런데 최근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푸시에와 가와오카의 연구로부터 얻어진 실험용 바이러스에서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돌연변이 중 두 가지는 이미 다양하게 존재하는 조류독감 계통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H5N1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에게서 나머지 세 가지 돌연변이만을 얻으면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세 가지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에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세 가지 돌연변이가 단일 인간 숙주에서 진화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가 자연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자연상태에서 진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실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결행한 일시적 연구중단이 언제 해제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내년 초에 세계보건기구가 개최하게 될 회의에서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데, 위험성이 높은 생물학적 연구의 함의와 어떻게 연구자들과 학술단체,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2012.07.0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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