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일요일

21세기의 포스트모던 스페이스오페라(하)

21세기의 포스트모던 스페이스오페라(하)

SF관광가이드/ 스페이스오페라 (13)

 
 
SF 관광가이드   지난 회에는 종래의 스페이스 오페라 형식을 탈피하여 과학지식과 문학적 질에서 한층 도약한 21세기 포스트모던 스페이스오페라의 특징을 간략하게 짚어보았다. 이번에는 다양한 개념들과 접근방식을 새로이 탐색중인 포스트모던 스페이스 오페라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기량이 뛰어난 작가들로부터 간택받기 위해 이 하위 장르가 끝없는 자기혁신을 거듭하다보니 스페이스 오페라 고유의 전통과 장르적 패러다임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결국 고사위기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컬춰 시리즈>와 <하이페리온 시리즈> 그리고 존 클루트(John Clute)의 <사과 씨앗 Appleseed, 2001>1) 같은 작품들은 오히려 스페이스 오페라의 종언을 고하는 애도작(哀悼作)이 아니냐는 얘기다. 고전적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은 포스트모던 스페이스 오페라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서의 인류의 운명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불안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스페이스 오페라 문학에 남겨진 숙제일지 모른다. 혁신과 정체성을 함께 아우르며 독자와 시장을 가져가는 일말이다.
 
▲ 저명한 영국의 SF평론가 존 클루트가 펴낸 창작장편소설 <사과 씨앗, 2001>은 스페이스오페라의 품격을 높여주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 하위 장르 자체의 종언을 고하는 애도작(哀悼作)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 만큼 펄프시대의 스페이스오페라와 포스트모던 스페이스오페라 사이에는 단지 세월의 간극 뿐 아니라 내용을 구성하는 형식과 주제의 차이가 크다.  ⓒCory Doctorow & Tor Books
 

어쨌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펄프잡지에 등장하던 시대와 오늘날 사이에는 과학소설의 위상과 책임에 놀라울만한 차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과학소설은 과학자들에게 길을 인도하고 일반인들이 미래를 준비하게 하며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문학사상 걸작들의 장점을 배우려 한다. 그 결과 이러한 목표에 수렴하는 작품들일수록 많은 관심을 끌어 모을 테고, 척 봐도 시답지 않은 (다시 말해 말초적 흥분에만 골몰하는 모험을 반복 재현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들은 이내 시장에서 잊혀지고 말 것이다.

결국 스페이스 오페라는 작가에게 양날의 칼이다. 상투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는 전형적인 플롯이 요구하는 진부한 틀에 작가들의 창조적인 영혼을 얽어맨다는 욕을 먹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소설 문학에 팬들이 끊임없이 몰리게 하는 흥행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이제까지 언급한 세련된 수작들이 이 분야에서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시장의 토양을 마련해주었다.

덕분에 세기가 바뀌었어도 스페이스 오페라는 싸구려 B급 액션문학으로 출발했던 과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갈수록 세련미를 더해가며 주목받는 작품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추세는 실제로 영미권 신진작가들의 유입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앨러스테어 레이널즈(Alastair Reynolds)와 닐 애셔(Neil Asher), 저스티나 랍슨(Justina Robson) 그리고 토니 다니엘(Tony Daniel) 같은 이들이 이 하위 장르에 연이어 뛰어들고 있다.

더구나 과학소설 게토 안의 내부 장벽 역시 전보다 대폭 낮아지면서 하위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가 빈번해지고 있고 스페이스 오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캐서린 아사로(Catherine Asaro), 피터 해밀튼,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도널드 M. 킹스버리(Donald M. Kingsbury) 그리고 켄 맥리오드 등은 모두 야심 찬 스페이스 오페라를 쓰겠노라고 당당하게 의사를 밝힌 작가들로 하나같이 인기가 있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다.
▲ 스페이스 오페라는 과학소설의 하위장르 가운데 상업성이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소설 뿐 아니라 이종 미디어로의 확장성이 뛰어난 컨텐츠형식이다. 즉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 경우 흥행 성공에 유리하다. 이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 오페라가 앞으로도 과학소설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선도자로서 건재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위 그림은 질 케인(Gil Kane)의 스페이스오페라 풍 만화 <별의 매들 StarHawks> 1978년 3월 24일 출간본의 속지 내용 중 일부.  ⓒGil Kane

아울러 스페이스 오페라는 속성상 이종 미디어로의 확장, 즉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컴퓨터 게임 등으로 만들 경우 흥행 성공에 유리한 점이 많다. 이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 오페라가 앞으로도 과학소설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선도자로서 건재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평론가나 작가가 아니라 과학소설 출판시장의 시각에서 볼 때, 스페이스 오페라의 실용적인 가치는 이 과학소설 문학 전체에 항상 피가 원활히 순환되도록 펌프질해주는 주요 동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자면 작가나 독자 모두 스페이스 오페라가 어떤 형태로든 제공하는 순수한 즐거움(오락성)을 선뜻 인정하는 한편으로 그 이면에 아로새겨 넣을 수 있는 논쟁적인 주제와 가치들을 곱씹어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리라.

☞ 주요 추천작품(국내 소개작은 밑줄 표시):

▶ <에디슨의 화성정복 Edison's Conquest of Mars, 1898> / Garrett P. Serviss
▶ <제국의 위한 투쟁 The Struggle for Empire, 1900> / Robert W. Cole
▶ <우주에서의 허니문 A Honeymoon in Space, 1901> / George Griffith
▶ <버크 로저스 Buck Rogers, 1928> / Philip Francis Nowlan
▶ <진공 밖으로 Out of the Void, 1929>2) / Leslie F. Stone
▶ <<<<<우주선 종달새 호 시리즈 Skylark, 1915~1966> / Edward Elmer Smith
▶ <<<<<렌즈맨 시리즈 Lensman, 1934~1954> / Edward Elmer Smith
▶ <플래쉬 고든 Flash Gordon, 1934> / Alex Raymond(만화)
▶ <성간 순찰대 Interstellar Patrol, 1928~2009> 시리즈 / Edmond Hamilton
▶ <우주군단 시리즈 The Legion of Space, 1934~1982> / Jack Williamson
▶ <태양의 아이들 Born of the Sun, 1934>(단편) / Jack Williamson
▶ <콜비와 디베럴 시리즈 Colbie and Deverel series, 1936~1938> / Ross Louis Rocklin
▶ <<캡틴 퓨쳐 시리즈 Captain Future, 1940~1951> / Edmond Hamilton
▶ <매그너스 리돌프 시리즈 Magnus Ridolph Series, 1950년대>(단편연작) / Jack Vance
▶ <<파운데이션 시리즈 The Foundation Series, 1951~1993> / Isaac Asimov
▶ <우주에의 서곡 Prelude to Space, 1951> / Arthur Clarke
▶ <<베가호의 임무 Unternehmen der Wega, 1955>3)(희곡) / Fridrich Dürrenmat
▶ <<금단의 행성 Forbidden Planet, 1956> / 영화
▶ <고귀한 십자군 The High Crusade, 1960> / Poul Anderson
▶ <페리 로던 시리즈 Perry Rhodan, 1961~ > / K. H. Scheer & Clark Darlton
▶ <흠결 없는 강철쥐 시리즈 Stainless Steel Rat, 1961~2010> / Harry Harrison
▶ <어느 여성 우주인의 회고록 Memoirs of a Spacewoman, 1962> / Naomi Mitchison
▶ <종합병원 구역 시리즈 The Sector General series, 1962~1999> /James White
▶ <왕자와 해적 The Prince and the Pirate, 1964>(중편) / Keith Laumer
▶ <은하영웅 빌 Bill, Galactic Hero, 1965> / Harry Harrison
▶ <<듄 시리즈 Dune universe, 1965~1985> / Frank Herbert
▶ <<바벨 17 Babel 17, 1966> / Samuel Delany
▶ <낙원에서의 소풍 Picnic on Paradise, 1968> / Joanna Russ
▶ <신성 Nova, 1968> / Samuel Delany
▶ <저언은 호위 없이 떠났고 증힉 궁(宮)은 불타올랐으며 존 웨스털리는 죽었다 Zirn Left Unguarded, the Jenghik Palace in Flames, Jon Westerly Dead, 1972>(단편) / Robert Sheckley
▶ <은하특공대의 별 파괴자들 Star Smashers of the Galaxy Rangers, 1973> / Harry Harrison
▶ <센타우리 장치 The Centauri Device, 1975> / M. John Harrison
▶ <히치 시리즈 Heechee, 1976~2004> / Frederik Pohl
▶ <밤바다에서 In the Ocean of the Night, 1977> / Gregory Benford
▶ <<스타워즈 Star Wars, 1977>4) / George Lucas
▶ <여덟 세계들 시리즈 The Eight Worlds, 1977~1998> / John Herbert Varley
▶ <은하 중심 영웅담 Galactic Center Saga, 1977~1996> / Gregory Benford
▶ <타이탄 3부작 Titan Trilogy, 1979~1984>5)/ John Varley
▶ <<은하를 건너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1979~1992> / Douglas Adams
▶ <<업리프트 우주 시리즈 Uplift Universe, 1980~1998>6) / David Brin
▶ <스테이션 아래 Downbelow Station; 1981년> / C. J. Cherryh
▶ <<전쟁터 지구 Battlefield Earth, 1982> / L. Ron Hubbard
▶ <<쉐이퍼와 메카니스트 연작 Shapers & Mechanists, 1982~1985> / Bruce Sterling
▶ <완전한 숲 Integral Trees, 1983> / Larry Niven
▶ <<스타타이드 라이징 Startide Rising, 1983>7) / David Brin
▶ <영겁의 세월 Eon, 1985> / Greg Bear
▶ <하얀 기억 The Memory of Whiteness, 1985> / Kim Stanley Robinson
▶ <하늘의 5/12 Five-Twelfths Of Heaven, 1985> / Melissa Scott
▶ <산티아고 Santiago, 1986> / Mike Resnick
▶ <하늘을 걷는 자 시리즈 Skyrider, 1985~1988> / Melisa C. Michaels
▶ <위대한 하늘 강 Great Sky River, 1987> / Gregory Benford
▶ <니콜 샤 시리즈 Nicole Shea, 1987~1994> / Chris Claremont
▶ <진공 꽃 Vacuum Flowers, 1987> / Michael Swanwick
▶ <<컬처 시리즈 The Culture series, 1987~2010>8)/ Iain M. Banks
▶ <도시 네버니스 Neverness, 1988> / David Zindell
▶ <<하이페리온 영웅담 시리즈 Hyperion Cantos, 1989~1999>9) / Dan Simmons
▶ <플랜티를 다시 받아들여 Take Back Plenty, 1990> / Colin Greenland
▶ <<심연 위의 불길 A Fire upon the Deep, 1991> / Vernor Vinge
▶ <제2의 별 Second Star, 1991> / Dana Stabenow
▶ <아너 해링턴 시리즈 Honor Harrington, 1993~2005> / David Weber
▶ <별들의 추수 Harvest of Stars, 1993> / Poul Anderson
▶ <이방인 시리즈 Foreigner, 1994~2011> / C. J. Cherryh
▶ <<보르코시건 영웅담 시리즈 Vorkosigan Saga, 1995~2002>10) / Lois McMaster Bujold
▶ <밤의 새벽 3부작 The Night's Dawn Trilogy, 1996~1999> / Peter F. Hamilton
▶ <대우주선 Great Ship, 1997~2004> / Robert Reed
▶ <하늘의 심연 A Deepness in the Sky, 1999> / Vernor Vinge
▶ <묵시록 우주 시리즈 Revelation Space, 2000~2007> / Alastair Reynolds
▶ <스타독 시리즈 Stardoc, 2000~2010> / S. L. Viehl
▶ <사과씨앗 Appleseed, 2001> / John Clute
▶ <빛 Light, 2002> / M. John Harrison
▶ <<대수학자 The Algebraist, 2004> / Iain M. Banks
▶ <버거 연작 Virga Sequence, 2006~2009> / Karl Schroeder
▶ <조용한 전쟁 The Quiet War, 2008> / Paul McAuley
1) 이 장편은 우주를 여행하던 상인이 인공지능(일명 ‘만들어진 마음’)과 신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외계인을 만나는 겪는 이야기다.

2) 여성 우주비행사가 등장하는 최초의 소설로서, 작가 자신도 여성이다.

3) 이 희곡은 1978년 분도출판사에서 펴낸 작가의 방송극집 <고장>에 수록되었다.

4) 1978년 월간팝송에서, 1992년 공간에서 펴냈다.

5) 또는 <가이아 3부작 Gaea Trilogy>이라고도 한다.

6) 이 시리즈 중 하나인 장편 <떠오르는 행성 Startide Rising>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7) 1992년 국내에 <떠오르는 행성>이란 제목으로 번역출간 되었으나 전체분량이 완역되지는 않았다.

8) 이 시리즈 중 장편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Consider Phlebas, 1987>와 <게임의 명수 The Player of Games, 1988>가 각기 2007년과 2011년 국내 출간되었다.

9) 이 시리즈 중 <하이페리온 Hyperion>과 <하이페리온의 몰락 The Fall of Hyperion>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10) 시리즈 가운데 장편 <명예의 조각들 Shards of Honor, 1986>와 <마일즈의 전쟁 The Warrior's Apprentice, 1986>, <보르 게임 The Vor Game, 1990>, <바라야 내전 Barrayar, 1991> 그리고 중편 <슬픔의 산맥 The Mountains of Mourning, 1997>이 국내 출간되었다. 이중 <슬픔의 산맥>은 무크지 [해피 SF] 2호에 게재되었다.

고장원 SF칼럼니스트 | sfko@naver.com

저작권자 2013.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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