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특허사냥꾼, 표준특허 장악 후 기업사냥

특허사냥꾼, 표준특허 장악 후 기업사냥

창조경제 시대의 특허전쟁 (상)

 
 
세계 산업계 동향   NPE란 ‘Non-Practicing Entity’의 약자다. 특허전문관리기업, 혹은 특허관리전문회사, 어떤 사람들은 특허사냥꾼, 특허괴물 등으로 번역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생산·판매하지 않으면서 발명가나 기업으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침해 기업을 찾아내 거액을 뜯어내는 업체다.

이 특허사냥꾼(NPE)으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특허괴물의 특허소송 건수는 2천914건으로 2011년 1천508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요 분쟁사례로 인터디지털(InterDigital)의 삼성과 LG에 대한 무선기술 특허소송, 차량용 GPS 기술 관련 비콘(Beacon)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송 등이 있다. 특히 삼성, LG 등 국내 전자업체들에 대한 소송 건수는 세계 최고를 기록할 만큼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들도 특허분쟁에 시달려
중소기업들의 피해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 조경태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국내 중소기업이 특허 괴물과 맞서 진행한 특허 소송이 2010년 11건, 2011년 14건, 2012년 33건, 2013년에는 1∼8월 동안에만 33건이 진행됐다.
▲ 미국표준협회(ANSI)에 의해 미국 국가표준을 개발하도록 인증받은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홈페이지. IEEE와 같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을 기반으로 표준특허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량의 표준특허를 특허사냥꾼들이 장악하고 있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http://www.ieee.org/

2000년대 들어 NPEs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나라는 한국일 것이다. 서울대학교 특허전문대학원의 심영택 교수는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미국 로펌 업계에서 한국의 수출기업을 ‘딥 포켓(Deep Pocket)’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깊은 주머니’란 의미인데 돈이 많아 배상을 할 여력이 큰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소송사냥꾼들이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에 따르면 2012년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천여 개의 NPE가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가 인터디지털(InterDigital)이다. 1972년 설립돼 현재 미국 펜실바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40여년 간 무선통신 기술을 연구개발하면서 이 기술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2년말 기준 2G에서 4G에 이르기까지 무려 1만300여개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미국에서 등록한 특허가 1천500여건, 미국 외 지역에서 등록한 특허가 8천800여 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사물인터넷으로 번역되는 M2M(Machine-to-machine) 쪽으로 그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식의 특허사업으로 지난 2005년 노키아로부터 2억5천300만 달러, 2010년 LG전자로부터 2억9천만 달러, 2012년 삼성전자로부터 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록스타비드코(Rockstar Bidco)란 기업도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6월 특허사냥꾼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애플이 세운 NPE다.

특허사냥꾼들의 세계 표준특허 장악 중
이 특허사냥꾼을 통해 애플은 노텔(Notel Network) 특허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얼마 후 MS, 인텔, 소니, 리서치인모션, EMC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텔의 통신관련 특허 6천여 건을 45억 달러에 사들였다.

애플은 록스타비드코의 지분을 58% 확보하고 있따. 이런 영향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11월 록스타비드코가 보유한 특허 1천24건을 양도받는 등 모기업으로서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티지 그룹(BTG)은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National Research Development Corp.’이 1981년 ‘National Enterprise Board’과 합병한 기업으로 ‘British Technology Group’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1998년부터는 BTG란 명칭을 갖게 되었다.

초기에는 중대한 질병, 암, 신경 등에 관한 연구 등 제약, 의약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특허기술 사업에 치중하면서 이제는 특허관리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BTG는 2008년 12월 미국 동부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제소했다.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2009년 7월에는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사용하는 소니(Sony), 델(Dell)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0년 10월 양사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법적인 소송에서 특허사냥꾼(NPEs)들이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표준특허 때문이다. 대한변리사회 정의에 따르면 표준특허란 국가나 협회에서 인정하는 표준(Standard)이 특허된 것을 말한다.

표준특허들은 국제 표준화기구인 ISO, ITU, ETSI 등에서 제정한 표준규격을 포함하고 있다.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실시되어야 하는 특허들이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일 경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여기에 국제표준이 제정되기 이전에 출원된 특허, 표준문서의 규격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는 특허 등이 추가돼 비전문가들이 모았을 때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문제는 많은 특허사냥꾼들이 엄청난 수의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인터디지털, 록스타비드코, BTG, 골든브리지테크놀로지(Golden Bridge Techonology), Wi-LAN 등 5대 NPEs가 갖고 있는 IT관련 표준특허가 지난해 말 현재 5천50건에 이르고 있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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