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아인슈타인 창의성 비결은 ‘뇌들보’

아인슈타인 창의성 비결은 ‘뇌들보’

좌뇌·우뇌 연결망 일반인보다 많아

 
 
20세기 최고의 천재 과학자라 불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지능과 창의성의 비결을 알아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전체 두뇌의 6퍼센트를 사용했다”, “일반인보다 뇌 주름이 훨씬 많다” 등 갖가지 추정과 연구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증거가 추가되었다.
▲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해 천재성과 창의성의 비결을 새로 찾아내 화제다. 사진은 시카고 국립의료박물관이 2012년 출시한 '아인슈타인 뇌 지도(Einstein Brain Atlas)' 애플리케이션.  ⓒNMHMC
 
좌뇌와 우뇌의 신경망을 연결해주는 뇌 중앙부의 ‘뇌들보’ 부위가 일반인보다 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확보한 고해상도의 아인슈타인의 뇌 해부 사진을 중국 화둥사범대학교에서 분석한 결과다.

뇌들보는 뇌의 양쪽 반구를 잇는 신경망 다발이다. 양쪽 뇌를 교량처럼 연결한다고 해서 ‘뇌량’이라 불리기도 한다. 뇌들보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신경이 지나가므로 좌뇌와 우뇌의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브레인(Brain)’ 최근호에 게재되었으며 논문 제목은 ‘아인슈타인의 뇌들보는 높은 지능의 또 다른 단서인가(The Corpus Callosum of Albert Einstein's Brain: Another Clue to His High Intelligence?)’이다.

아인슈타인의 뇌 따로 보관해온 하비 박사
1955년 4월 18일 새벽, 프린스턴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인슈타인은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시신을 화장하되 뇌를 해부해보라”는 생전의 유언 때문에 오전 8시에는 병리학자였던 토머스 하비(Thomas Harvey) 박사가 부검을 실시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규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하비 박사는 뇌를 적출해서 자세히 살피고 무게를 쟀다. 1천230그램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성인 남성 평균보다 가벼운 수치였다. 뇌가 크기 때문에 똑똑했을 거라는 추측이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직업적 탐구심이었을까 아니면 학문적 명예를 위한 욕심이었을까. 하비 박사는 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그대로 되돌려놓지 않고 일부를 개인적으로 보관했다.

이후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3달에 걸쳐 뇌를 200조각 가까이 얇게 저민 후 사진으로 촬영해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그중 12장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하비 박사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설득을 했다. 동의는 얻어냈지만 직장에서는 쫓겨났다. 연구 윤리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자신이 가진 아인슈타인의 뇌를 반납하지 않고 일부 연구진에게만 조금씩 공개하다가 1998년 마침내 모든 조각을 프린스턴 대학병원에 반납했다.

자료가 공개되자 뇌과학자들이 연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언어와 수리를 담당하는 두정엽 부분이 일반인보다 15퍼센트 크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2007년 하비 박사가 사망하면서 양도권은 미국 시카고 국립의료박물관(NMHMC)으로 넘어갔다.

박물관 측은 연구자와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아인슈타인 뇌 지도(Einstein Brain Atlas)’라는 이름의 태블릿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름 그대로 아인슈타인의 뇌 단면 사진을 지도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비 박사가 다른 연구자에게 넘긴 자료 중 45개의 조각은 2011년 필라델피아 역사의학도서관에 의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 잘라져 있었고 뇌 건강 상태는 나이에 비해 양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말에는 딘 포크(Dean Falk) 플로리다주립대 진화인류학 교수가 일반인 85명의 뇌 사진과 아인슈타인의 뇌 슬라이드를 비교해서 특이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회백질’이라 불리는 대뇌 피질의 주름이 일반인보다 훨씬 깊게 파여 있었고 숫자도 더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회백질이 두껍거나 주름이 많으면 세포 간의 연결망이 풍부해져 지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먼웨이웨이(Weiwei Men) 중국 화둥사범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새로운 방식으로 추가 연구를 벌여 얻어낸 결과가 공개되었다. 지난해 포크 교수가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이용한 결론이어서 아인슈타인 뇌 연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좌뇌와 우뇌 연결하는 뇌들보의 두께가 일반인보다 굵어
먼 교수는 뇌의 여러 부위 중 ‘뇌들보’에 주목했다. 뇌들보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양쪽 뇌 반구 간의 소통을 돕는 신경망 다발로 이루어진 부위다. 뇌 사진만으로 어떻게 아인슈타인의 창의성을 밝혀낸 것일까.

우선 기다란 모양의 뇌들보의 각 부분의 두께를 측정했다. 뇌들보의 두께는 교차되는 신경망의 숫자를 가리키므로 특정 부위의 좌뇌와 우뇌 연결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 뇌들보의 부위마다 신경망의 기능도 달라서 두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손을 움직이는 신경망은 앞쪽에 있고 암산을 하는 신경망은 뒤쪽에 있다.
▲ 사망 당시 촬영된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 중앙의 기다란 뇌들보 부위가 일반인에 비해 두껍다.  ⓒBrain

먼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측정한 값과 비교하고 사망, 뇌 위축, 연령, 성별 등으로 인해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나이가 다른 두 그룹의 대조군을 구성했다.

아인슈타인은 현대물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4편의 핵심 논문을 26세 때에 발표했다. 당시 1905년은 ‘기적의 해’라 불리기도 한다. 제1대조군은 당시 아인슈타인의 나이와 같은 26세 즈음인 24~30세의 건강한 오른손잡이 백인 남성 52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6.6세였고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는 국제 브레인맵 컨소시엄(ICBM, http://www.loni.ucla.edu/ICBM)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했다.

아인슈타인은 오른손잡이였고 76세에 사망했기 때문에 제2대조군은 70~80세의 건강한 오른손잡이 노년 남성 15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4.2세였다. 모두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치매 증상이 없었다. 피실험자들의 인종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삭제되었다.

이들의 MRI 데이터는 학술 연구를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오아시스(OASIS, http://www.oasis-brains.org) 프로젝트에서 추출했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MRI 촬영을 할 수가 없어서 고해상도 사진을 이용해 측정한 값을 대조군의 MRI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러자 양쪽 대조군 모두와 비교해도 아인슈타인의 뇌들보가 10퍼센트 이상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더 촘촘했다는 의미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로 성공했지만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창의성도 뛰어났다. 음악적인 소질도 뛰어나서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좌뇌나 우뇌 어느 한 쪽이 비정상적으로 더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양쪽 반구가 풍부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평범하지 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7세 이전에 악기를 배우게 하면 뇌들보의 크기가 커져서 수학적인 능력까지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무조건 암기만 시키는 방법으로는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를 만들기 어렵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10.11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