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토요일

GMO 논쟁, 결국 미국-EU 대리전 인가?

GMO 논쟁, 결국 미국-EU 대리전 인가?

“건강증진 등 소비자 요구 충족할 때 발전할수 있어”

 
 
GM(Genetically modified) 식품은 안전할까? 아니면, 위해할까? GM 식품 표시제는 자율적으로 해야 하나, 아니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나?

정부는 국민여론을 보아가며 대체적으로 안정적 관리 운영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둘러싼 시민단체 간, 과학자간 의견은 서로 엇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일단, GM 식품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GM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한 시선

지난 6월 미 농무부 동식물검사청(USDA APHIS)이 오리건 주의 한 밀 농장에서 유전자변형 밀(GM 밀)을 확인했다. 이어 원인 등을 정밀조사 중임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국내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국민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다. 
▲ 임송수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그러나 냄비뚜껑처럼 폭발적으로 끓다 식어버리는 여론은 국익이나 개개인을 위해서나 도움 되지 않는다.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세계농업 9월호에는 임송수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의 ‘GM 농산물 무역동향과 쟁점 분석’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임 교수는 논문에서 현재 GM 식품의 세계적 무역 동향을 정리하면서,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GM식품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하고 있었다.

논문을 보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GM식품 주장이 결국 거슬러 올라가 GM 식품을 둘러싼 미국과 EU간 분쟁과 맞닿아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먼저 국내에서 GM식품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미국을 비롯한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이른바 GM 찬성 국가들이 주장하는 논리와 연결돼 있다.

GM 식품이 전통적으로 동등한 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실질적 동등성’ 원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아미노산 섬유질 비타민 등의 요소 집중도가 유사하므로 환경이나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FAO, WHO, OECD 등 많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도 인정하고 있다.

이와 반대되는 주장은 EU, 노르웨이, 브라질 등의 국가와 소비자 환경단체들과 맥락이 닿아있다. 소비자 알권리 충족과 생산방식에 기초한 GM식품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EU의 경우, 과학적인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결정적이지 않거나 불확실할 때, 예비적인 과학 평가가 환경이나 사람 및 동식물의 건강에 잠재적으로 유해한 효과가 나타났을 때 적용되는 예방원칙을 강조한다.

“전통적 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임송수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미국과 EU의 상이한 규범과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 교수는 “새로운 기술에 관한 접근방식의 차이를 표현한 것으로 이름 자체도 미국은 생명공학(bio-engineering)이란 조금 더 긍정적 의미의 단어를 쓰고 있고, 위해성에 대한 평가 역시 ‘실질적 동등성’의 원칙에 따른다”고 말한다. 반면 “유럽은 GM 기술의 잠재적 한계나 불확실성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예방원칙’을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논문을 분석해 보면, 지금까지의 GM 식품을 둘러싼 공개적 대결에서는 미국이 승리했다. GM 농산물이 처음 상업화된 1994년과 WTO체제가 출범한 1995년 이래 WTO 분쟁해결기구가 판결한 총 463건의 사건 가운데, GM 농산물은 3건에 불과했다.

이 분쟁들은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가 EU를 상대로 각각 제소한 것이다. ‘EC-바이오 테크 승인과 유통에 관한 조치’로 명명한 이 소송에서 WTO는 제소국인 미국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EU는 상소기구에 제소하지 않고 패널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2006년부터 2009년 중반까지 21건의 GM을 승인했다. 2009년 7월 캐나다, 2010년 아르헨티나와도 각각 이행사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미국과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농업생명공학 응용서비스에 따르면, 2013년 7월 현재 GM 농산물로 승인된 품목은 옥수수, 콩, 사탕무, 쌀 등 25개 품목 325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식용은 14품목 200종이다. GM 농산물을 승인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EU, 일본 중국 등 총 26개국이다.
▲ 국내 식용 GM 농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옥수수로, 전체의 54% 가량인 103만 톤이다.  ⓒ송찬영

세계의 GM 농가 소득 약 22조원
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GM 농산물 세계 재배면적은 지난 1996년 170만 ha에서 2012년 1억7천30만 ha로 급증했는데, 이 가운데 콩과 옥수수가 각각 8천70만 ha(48%)와 5천510만ha(33%)를 기록했다.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볼 때 GM 농산물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콩과 면화가 각각 81%에 이르고, 옥수수가 25%, 유채가 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12년 GM 농산물의 재배면적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6천950만ha(세계 재배 면적의 약 41%)에 이르고, 브라질 3천660만 ha(22%), 아르헨티나 2천390만 ha(14%), 캐나다 1천160만 ha(7%), 인도 1천80만 ha(7%)순이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재배되는 GM 농산물은 주로 콩 옥수수 면화이다.

논문에서 인용한 ‘Brookes and Barfoor’(2013) 조사에 따르면, 2011년에 GM 농산물을 통해 거둔 세계의 농가소득 증대효과는 198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제초제나 해충 저항성을 가진 작물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할까? 2013년 7월 현재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GM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GM 미생물 1종에 대한 생산 승인이 이루어졌다. 수입승인이 이뤄진 농산물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감자 알팔파 등 7품목 92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옥수수가 48종, 면화가 18종, 콩이 11종 카놀라와 사탕무가 각각 3종과 1종을 차지한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한 GM 농산물은 식용 191만 톤과 사료용 593만 톤을 합쳐 총 784만 톤, 금액으로는 26억7천200만 달러(2조 9천622억 원)이다. 사료용이 식용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연간 200만 톤 가까운 식용 GM 농산물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산 식용 GM 농산물 대부분은 옥수수 콩
식용 GM 농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옥수수로, 전체의 54% 가량인 103만 톤 이다. 나머지는 콩이 대부분이다. 사료용의 경우에도 옥수수가 578만 톤으로 전체의 98% 가량을 차지한다. 사료용 콩의 수입은 미미하다. 수입하는 곳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각각 36%, 31%, 15%를 수입한다. 재배는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이미 국민 식탁에 올라와 있는 상태란 것이다.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현상은 GM 식품에 한해 미국의 승리가 공식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EU내 수입 승인된 GM 식품이 일반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저항으로 정상적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배가 승인된 농산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생산되지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GM농산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몬산토사는 전통적인 육종방식에 초점을 두고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GM과 관련해 자발적인 표시제만을 인정하던 미국 안에서도 최근에는 의무적인 표시제의 규정 요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메인 주와 코네티컷 주 의회는 거의 만장일치로 의무적인 GM 표시제를 통과시켰다. 하와이 주와 버몬트 주에서도 GM 표시제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도 기존 태도와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13년 미 농무부(USDA)가 육류와 액상 계란 제품에 대해 GM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생산 편리함 위주 개발의 한계

임송수 교수는 “GM 농산물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측의 대립현상은 현재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GM을 포함한 농산물의 무역은 결국 국제무역규범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GM 농산물 개발이 추진되어 어느 정도 성과가 있고 개발 측면에서 상업화가 준비되었지만, 소비자들의 GM 농산물 수용의사는 낮다”며 “지금까지 GM 농산물이 생산의 편리함 위주로 개발된 것에서 건강증진 등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특성으로 발전할 때 그 수용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사이언스 온 지면을 통해 GM 토론을 벌인 바 있는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교수는 “GM 식품이 ‘과학적 불확실성’과 ‘사전예방원칙’이란 개념들이 함축하고 있듯이, GM에 대해서 아직은 과학자도 정부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며 “정부와 과학자와는 다른 시각을 지닌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미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찬영 객원기자 | 3sanun@hanmail.net

저작권자 2013.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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