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9일 화요일

감도 높인 탄저균 센서

감도 높인 탄저균 센서

[인터뷰] 양성 GIST 의료시스템학과·기전공학부 교수

 
 
대표적인 생화학무기로 일컬어지는 탄저균. 초기 감염 증상이 감기와 유사한 탄저균은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몬 후에도 그 포자가 땅속의 시체 속에서도 몇 년 간 생존, 매우 강력한 균으로 일컬어진다.

더불어 가장 강력한 생화학테러 후보군으로 꼽히는 만큼, 테러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국제정세 현황 속에 각국은 탄저균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안정하고 현장적용이 가능한, 쉽고 빠른 방어항원 센서에 대한 연구가 한창인 것이다.

전기화학 기반 소형센서 개발
▲ 양성 GIST 의료시스템학과·기전공학부 교수 
 
국제 공동 연구진이 탄저균 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료시스템학과 및 기전공학부 양성 교수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제임스 히스 교수팀과 함께 탄저균 검출과 감염에 따른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공동연구진은 탄저균 감염에 대응해 인체가 만드는 단백질을 단시간에 아주 낮은 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전기화학 기반의 소형센서를 개발했다. 이는 향후 탄저균 검출과 감염 진단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탄저균 감염 시 인체 내에서 탄저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인 탄저균 방어항원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듯 탄저균은 호흡기 감염이 가능한 생화학물질입니다. 감염 시 폐렴 같은 증상이 나타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소에 의해 사망하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균 중 하나죠.

높은 농도는 물론 낮은 농도의 방어항원 농도도 알 수 있도록 센서 위에 골드 나노표면을 형성, 미 국방부에서 제시하는 수준보다 약 500배 더 민감한 센서를 제작했습니다. 또한 이 탄저균 방어항원 센서는 항체를 사용하는 기존 센서와 다르게 온도와 외부 환경에 안정한, 화학적으로 합성된 펩타이드를 사용해 향후 탄저균 감염여부 판단 센서로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양성 교수가 설명했듯 탄저균에 감염되면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의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소에 의해 사망하게 되므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탄저균에 노출됐을 때는 체내에 존재하는 방어항원의 농도가 낮은데 기존 센서로는 낮은 농도까지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현장적용에 한계점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죠. 테러나 전쟁 상황에는 감염 즉시 조기발견을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요.”

이에 현재 학계에서는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안정하고 현장 적용이 가능한 쉽고 빠른 탄저균 방어항원 센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의 방향은 온도에 민감해 현장적용이 불가능하고 낮은 농도는 측정하기 힘들었던 기존 센서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적은 탄저균 방어항원 농도도 검출 할 수 있도록 골드 나노 표면을 형성해 센서 표면적을 넓혔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도를 보다 민감하게 만들었죠. 또한 온도와 외부환경에 안정적인 펩타이드를 사용하고 소형화된 칩(chip) 형태의 센서를 기반으로 해 현장적용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현장적용·감도 ↑
▲ 골드와 골드나노표면 비교  ⓒ한국연구재단

양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온도와 외부환경에 안정한 펩타이드를 사용한 소형화된 센서로, 현장적용이 가능하고 감도가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공동연구팀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히스 교수팀이 개발한 펩타이드는 쥐와 같은 동물의 몸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항체에 비해서 실험실에서 간단한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한 저가의 인공 항체 물질이다.

“인공 항체라는 것은 항체 대신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펩타이드를 검출하는 방법으로 흔히 사용하는 ELISA 방식이나 형광 방법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어요. 감도와 재현성이 좋은 전기화학방법을 도입했죠. 또한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큰 골드 나노 표면 센서를 사용해 결과적으로 감도가 좋은 탄저균 방어항원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양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지난해 여름 미루고 미룬 연가를 다녀오면서부터다. 연가 중에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화학과 히스 교수 그룹을 방문하게 됐고, 당시 탄저균 방어항원을 연구하던 하스 그룹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히스 그룹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탄저균 방어항원에 대한 펩타이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2년, 3년이 걸린다는 새로운 물질에 대한 펩타이드 개발이 3개월 동안 고생한 끝에 좋은 결과를 내게 됐죠. 이렇게 개발한 펩타이드를 저희가 갖고 있는 기술인 전기화학 센서에 도입해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어려운 연구를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정도로 양 교수팀은 좋은 연구결과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연구에 사용한 탄저균 방어항원 펩타이드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롭게 개발한 물질이다 보니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성도 알려져 있지 않고 어떤 물질과 어떤 작용으로 결합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기에 모든 특성을 파악하고 저희 연구팀의 전기화학 센서에 도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죠. 함께 고민하고 수많은 실험을 수행한 연구실 학생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양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탄저균 감염 시 조기감지와 현장적용이 어려웠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양 교수는 “치사율이 높고 파급력이 굉장한 탄저균 감염 진단에 대한 센서인 만큼, 해당 연구를 발판 삼아 휴대형 검출 시스템을 제작한다면 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로 인해 소량의 샘플만으로도 탄저균 방어항원 검출을 빠르게 수행하고 테러상황이나 전쟁 시 사망률 혹은 치사율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온도와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펩타이드 기반 센서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의 사막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탄저균 감염 여부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좋은 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의 첫 단추를 낀 것에 불과해요. 앞으로 추가적 연구를 통해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휴대형 탄저균 방어항원 검출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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