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과학연구 현장의 민낯을 보여주다

과학연구 현장의 민낯을 보여주다

과학명저 읽기 9



과학명저 읽기   2012년 5월 10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표지를 한 장의 깔끔한 사진이 장식했다. 이 사진은 같은 호에 실린 ‘균열 제어를 통한 형상화(Patterning by Controlling Cracking)’라는 제목의 논문에 관련된 사진이었고, 그 논문에 실린 세 명의 저자는 모두 한국인, 그것도 한국의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국내 연구자들이었다.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국내 연구진의 연구가 실렸다는 자부심도 잠시, 깔끔해 보였던 이 일은 논문의 저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얼룩졌다. 발단은 그 며칠 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대학원생은 노예인가? 교수가 연구 결과 독식’이라는 글이었다. 그 글을 올린 사람은 논문의 제 1저자가 속한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그는 논문에 실린 실험을 주도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저자에 올라가지 못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논문의 아이디어부터 실험 설계까지 모두 자기가 했으며 박사과정 학생은 실험을 지시대로 수행했을 뿐이라는 제 1저자의 반론이 다시 언론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누가 연구 부정을 저지른 것일까?
누가 진정한 발견자인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같은 질문을 던지게 했던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 떠오른다. 이 책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기까지의 연구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지만,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왓슨의 지나치게 솔직하고 사적인 평가를 담고 있어 출간 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DNA 이중나선 구조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 여성 X선 결정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왓슨은 프랭클린이 찍은 DNA 회절 사진을 그녀의 허락도 없이 몰래 봤을 뿐만 아니라 노벨상을 안겨 준 1953년 ‘네이처’ 논문에서는 그녀의 공헌에 대해 충분한 인정도 하지 않았다. 아니, 사진을 본 경로가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언급을 할 수 없었다.

‘이중나선’에서 프랭클린은 결정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데이터의 진가를 알아채지 못했던, 완고하지만 영민하지는 못했던 과학자로 그려졌다. 이 책이 프랭클린의 사후에 출판되어 그녀에게는 자기변호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남성과학자들이 여성과학자의 연구 업적을 가로챈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이런 논란을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 늘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왓슨은 왜 무덤 속까지 안고 가야 할 얘기를 ‘이중나선’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이 책을 저술한 왓슨의 중요한 의도가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을 쓰는 이유를 “일반 대중이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과정도,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정당당한 경쟁, 그리고 개인적 야심이 뒤얽힌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일반적 현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에, 이를 통해 과학 연구의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날 것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이다.

첫 번째 발견자의 명예를 얻기 위해 때로는 동료의 데이터마저 은밀히 훔쳐보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이뤄지기도 하는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 이것이 바로 왓슨이 보여주고자 했던 과학 연구 현장의 날 것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혹자는 왓슨이 이런 경쟁적이고 개인적 명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의 연구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세대의 연구 스타일이 어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중나선’이 과학적 발견의 우선권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그리고 그것이 왓슨이 이 책을 쓴 주된 목적이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이 책은 과학적 연구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동료 연구자들의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연구자였던 프랜시스 크릭과 왓슨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왓슨이 DNA 이중나선 발견의 경쟁자라고 밝혔던 모리스 윌킨스, 프랭클린, 라이너스 폴링도 직접적인 코멘트와 신랄한 비평, 때로는 잘못된 연구 결과 발표로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면서 DNA 이중나선 발견을 위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수다스러운 왓슨과 크릭의 연구 얘기를 들어주며, 한두 마디 코멘트를 던졌던 많은 동료 연구자들이 자신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DNA 모형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셈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중나선’은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와 통찰이 쌓여 이루어지는지, 과학적 발견의 누적적이고 협력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과학적 발견의 이런 특성을 인지하고 나면, 왜 과학계에서 논문 저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연구 공헌도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종종 불거져 나오는 지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저자권의 문제, 공헌도의 문제는 과학 연구가 큰 명예를 누리게 될 때 날카롭게 불거져 나오기 쉽다. 아마도 왓슨과 크릭이 노벨상을 타지 않았다면 그 연구에서 프랭클린이 한 공헌에 대한 논란도 지금처럼 소란스럽게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머리에서 본 한국 연구자 사이의 갈등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2012년 7월, 연구자들이 속한 해당 대학의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논문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인정하고 ‘네이처’에 공동 저자로 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네이처’는 논문저자들과 당사자 간의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지금도 그 논문의 저자는 처음 발표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중나선’이 보여준 과학연구의 성격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한국 공동 연구자 사이에 불거진 저자권을 둘러싼 갈등은 개인들 간의 도덕성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중나선’이 보여준 것처럼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란 것이 발견을 위해 매진하고 경쟁하는 연구자들 모두가 함께 쌓아가는 협력적이고 누적적인 작업인데 비해, 그 발견의 명예는 소수의 몇 명에게만 주어지는 현재의 연구 시스템에서라면 도덕적으로 올바른 연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곳에서조차 발견의 공헌을 둘러싼 잡음은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40년도 더 전에 나온 ‘이중나선’을 다시 들춰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개 도서 : 제임스 왓슨, 최돈찬 역, ‘이중나선’, 궁리, 2006


박민아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저작권자 2013.05.30 ⓒ ScienceTimes

ICT로 농업혁명 중…원격농장

ICT로 농업혁명 중…원격농장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3)



최근 일본에는 원격농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영상을 보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특이한 농장이다. 벤처기업인 '텔레팜'이 고안해냈는데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야채를 재미있게 재배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격농장 '텔레팜' 회원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구획(약 1㎡) 당 월 500엔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농장에 심을 수 있는 야채 씨 가격이다. 대금을 지불한 후에는 양상추, 시금치, 순무 등 야채 25개 품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재배하고 싶은 야채를 선택한 후 ‘씨 뿌리기 버튼’을 클릭하면 농장에 있는 텔레팜 직원은 고객 지시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철저하게 유기농 원칙을 고수한다.

컴퓨터 게임하듯 원격농장서 야채 재배
재배상황은 컴퓨터 영상을 통해 고객에게 상세히 전달된다. 그리고 수확을 하게 되면 택배를 통해 수확한 야채 전략을 고객에게 전달해준다.
▲ 최근 농업 현장의 변화는 괄목할 정도다. 그동안 사람이 해오던 일을 인터넷, 로봇, 위성시스템 등이 대신하고 있다. 20세기까지의 기계농업을 ICT 기술이 결합된 정보농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EU에서 농업기술 혁신을 위해 설립한 'Food for Life' 홈페이지.  ⓒhttp://www.foodforlife.com/

고객 성향에 따라 재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수확량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때문에 텔레팜 측에서는 전문가들에게 재배를 맡기는 '자동재배 모드'를 권장하고 있지만, 고객들 대다수는 개별 모드를 선호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재배하는 품종과 함께 농장 규모가 더 늘어나고 있다. 수박,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과일, 곡물 등의 수확도 가능하다. 시스템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많은 고객들이 대형 화면을 통해 재배상황을 상세히 파악하면서 원격농사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농장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들이다. 많은 노인들이 원격농장 일을 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시인들과 농촌 고령자들이 어우러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기한 농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최근 호주 농촌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금 호주 농촌에 `맨티스(Mantis)`, `슈림프(Shrimp)`란 이름을 가진 두 로봇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이 두 로봇이 하는 일은 과일 색깔을 구분해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과일을 12등급으로 감지해 어느 정도 익었는지 파악한 후 그 내용을 멀리 있는 주인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과일에 대한 분석 기능도 있다. 과일을 더 잘 익게 하기 위해서 어떤 비료를 주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뽑아내기도 한다.

로봇 안에는 컴퓨터 분석기능과 함께 위성항법장치(GPS), 온도센서, 레이저, 레이더 등의 첨단 장비들이 장착돼 있다. 과수원 상황에 대해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한 후 먼 곳에서 로봇을 원격조종 중인 주인에게 상세한 정보를 보내고 있다.

로봇이 직접 비료, 물 등을 줄 수도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사라 서캐리 시드니대학 교수는 앞으로 이 농사꾼 로봇이 매우 힘든 호주 과수원 일을 도맡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농법에 ICT, 나노 등 첨단기술 투입
호주 축산농장에는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 시스템이 등장했다. 방목하고 있는 소들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위성이 보내주는 이미지 정보를 통해 더 나은 소의 이동방향을 판단하고,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방목을 할 수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농업 분야에서 첨단기술 도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7%였던 자동화기기 도입율이 2011년 67%로 올라갔다. 호주 정부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현재 GDP(국민총생산) 대비 2%에 불과한 농업 비중을 2050년 5%로 올려놓을 계획이다.

21세기 들어 농업 현장의 변화는 괄목할 정도다. 사람이 해오던 일을 인터넷, 로봇, 위성시스템 등이 대신하고 있다. 20세기까지의 기계농업을 ICT 기술이 결합된 정보농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밀농업'이란 말도 등장했다. 전산화된 지리정보시스템(GIS), 토양·기후·계절변화 등의 각종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작물 등의 생육정보를 종합분석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전체 농장 상황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시스템 농업을 말한다.

과거에는 많은 수확을 위해 화학비료, 농약을 대량 투입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농업은 정보화를 통해 작물, 혹은 가축의 생육환경을 맞춰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확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이 농업 정보화 시대가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농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Food for Life'란 제목의 농업 프로젝트를 통해환경을 보존하면서 양질의 농산물 수확을 늘리는 농법을 개발중이다.

새로 개발중인 농법에는 BT외에도 ICT, 나노 등 첨단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최근의 농업 현장에 신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첨단기술들이 투입돼 농업의 형태 자체를 바꿔놓는 모습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농업 출현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30 ⓒ ScienceTimes

중고교 동아리 지원 '교육기부' 활성화 앞장

중고교 동아리 지원 '교육기부' 활성화 앞장

현대차정몽구재단 교육기부 업무협약 체결



지난 29일, 교육부(서남수 장관)와 현대차정몽구재단(유영학 이사장), 한국과학창의재단(강혜련 이사장)이 교육기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소년들의 인성함양과 진로탐색을 위한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됐다.
▲ 지난 29일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유영학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한 가운데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기부 업무협약식이 있었다. 

‘온드림스쿨 동아리 창의·인성 프로젝트’ 추진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올해부터 4년 동안 전국의 중·고등학교 동아리를 지원하는 ‘온드림스쿨 동아리 창의·인성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사업은 중·고교 동아리별로 직접 기획한 활동과제를 공모하여 그 가운데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와 학술·과학, 문화·예술분야 동아리를 우선 선정해 지원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연간 180여개 내외의 동아리를 지원할 예정이며. 올해는 지난 4월에 이미 179개 학교 동아리를 선정해 활동과제를 진행중에 있다. 동아리 기준은 교사 1인 포함, 15명 이상의 규모여야 하고 선정된 동아리에게는 간 2백만원 상당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한번 선정된 동아리는 활동심사를 통해 최대 2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진로탐색을 위해 중학생의 경우는 진로적성 검사와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고등학생의 경우는 현대차 그룹 임직원과 전문가 매칭을 통해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 기회를 제공한다. 연간 4회 정도 진로멘토링을 실시하며 동아리 활동 발표회 등을 위한 ‘온드림스쿨 캠프’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학생을 대상으로 1백여 명의 우수학생에게 연간 100만 원 내외의 장학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아리 지도교사를 위한 ‘우수 동아리 지도 사례’ 연구 논문도 공모하고 문화예술 공연 지원 및 숲 체험 캠프 기회도 제공한다.

현대차정몽구재단, 교육기부 활성화에 ‘큰 몫’ 기대
이날 업무협약에서 유영학 재단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진로탐색과 설계, 창의인성 교육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래인재 교육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 인성함양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선물할 수 있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미래사회를 위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교육기부센터로 활발한 교육기부지원 사업을 펼쳐온 한국과학창의재단 강혜련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현대차정몽구재단의 교육기부가 한국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프로그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교육기부 활성화 캠페인에도 협력하게 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육기부’ 개념과 사례를 홍보하면서 교육기부캠페인에 참여하게 된다. 이로써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사회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비영리로 제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부’를 활성화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2007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개인출연으로 설립된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그동안 농어촌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온드림스쿨’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이미 교육기부 활동에 적극 동참해 왔다. ‘온드림스쿨’ 프로그램이란 교육 소외 지역인 농어촌 초등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학기중에는 음악, 미술, 무용, 국악 등 예술교실과 진로탐색, 자기주도학습 등 학습교실, 체육교실 등을 열고 방학중에는 논술의 비전교실과 대학생들의 교육기부로 진행되는 특활교실를 연다.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문화예술공연을 관람하거나 숲체험을 하는 환경교실 등도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박2일로 여수세계박람회 캠프도 다녀오고 도서지원도 하는 등 현대차정몽구재단은 244개 학교, 총 13,820명 학생에게 27억 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2016년까지 ‘온드림스쿨’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올해는 농어촌 지역 초등학생의 특기적성교육 지원에 40억 원 상당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 상태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05.30 ⓒ ScienceTimes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빛 산란으로 개발한 ‘슈퍼렌즈’

빛 산란으로 개발한 ‘슈퍼렌즈’

[인터뷰]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현대사회의 기술발전 토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 이러한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나노광학 기술의 발전이다. 미세한 관찰이 가능해지면서 반도체 집적도뿐 아니라 생체 메커니즘의 원리까지 밝힐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광학기술은 빛의 굴절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을 만들 수 없는 ‘회절 한계’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에서 200~300nm보다 작은 물체는 관찰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보통의 광학렌즈와 달리 빛의 산란을 이용해 100nm 크기의 세포내 구조와 바이러스 등을 볼 수 있는 슈퍼렌즈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와 조용훈 교수 연구팀이 기존 광학렌즈보다 약 3배 이상 우수한 해상도를 갖는 나노입자 기반의 신개념 슈퍼렌즈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 이룬 쾌거
▲ 박용근 교수(좌)와 공동 제1저자인 박정훈 학생(우)  ⓒ황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 현미경은 물체를 확대해 정확히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현미경의 주요 원리는 바로 빛의 굴절로, 렌즈를 이용해 빛을 모아 광초점을 만들어 피사체를 자세히 관찰한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현미경의 성능 역시 매우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이때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에는 물체를 크게 볼 수 있는 확대능력인 ‘배율’과 ‘해상도’가 있다. 해상도는 광원의 파장에 의해 결정, 파장이 작을수록 더욱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현미경에서 사용하는 광원의 파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현미경은 빛의 굴절을 이용해 피사체를 관찰하다보니,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은 만들 수 없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200~300나노미터 이하의 물체는 관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렌즈는 볼록한 형태가 가장 기본적입니다. 이는 약 3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용돼 왔죠. 그 원리는 빛의 굴절이었고요. 기존 렌즈의 장점을 들자면 ‘간단함’을 꼽을 수 있지만 빛 파장의 반파장보다 작게 만들 수 없어 물리적 한계를 갖는다는 게 가장 취약한 점이었죠. 이러한 근본적 한계로 인해 세포 안의 작은 단백질도 관찰할 수 없었고, 반도체의 선폭도 일정 이하로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기존 기술이 회절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근접장의 손실 때문이다. 근접장이란 물체 가까이에 근접한 빛으로, 물체에 갇혀 있는 빛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빛이 담을 수 있는 정보에는 ‘근접장’과 ‘원격장’이 있죠. 음파와 비유를 하자면 저주파와 고주파라고 할 수 있어요. 원격장은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는 것이고, 근접장은 물체에 매우 근접해 있어 그 물체에 갇혀 있는 빛이죠. 작은 물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 즉 근접장이 필요한데 근접장은 물체 주변에만 겉돌아 공기 중에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원격장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근접장을 원격장으로 변환하는 방법으로 박용근 교수팀은 ‘산란’의 개념을 사용했다. 산란을 이용하면 빛이 입자에 부딪히면서 물체가 갖고 있던 근접장이 원격장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노입자를 무작위로 뿌리게 되면 바로 거기서 산란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 가운데에서 근접장은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원격장으로 변환되죠. 그걸 통해 렌즈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공기 중에는 먼지가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방안에서 한줄기 빛이 들어올 경우 먼지가 보이는 상황을 들 수 있겠네요. 평상시에는 주변 빛이 너무 세서 먼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거든요. 이러한 원리로 그동안 굴절로는 다룰 수 없던 근접장을 나노입자 산란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산란이 일어날 때는 산란체 주변에 근접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긴 근접장은 얼마 진행하지 못하고 소멸하는데, 박용근 교수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페인트를 사용해 근접장을 제어했다. 락카 스프레이를 유리에 뿌리는 방식으로 기존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산란이 심한 물질, 즉 페인트의 경우 산란 물질들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각각의 근접장들이 산란되어 또 다른 근접장을 만들 수 있다. 즉, 정보가 소멸되는 것이 아닌 순차적인 산란으로 정보가 변환되어 전달되게 한 셈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기술이 워낙 간단해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페인트를 이용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근접장을 원격장으로 바꾼 후에는 이를 의미 있게 배열해야 해요. 빛을 렌즈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빛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죠. 각도 조절을 위해 빛의 세기와 방향을 제어했고, 그 결과 지금의 슈퍼렌즈를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력‧경쟁력 모두 갖춘 결과

▲ 전자현미경을 통해 살펴본 실제 산란 슈퍼렌즈. 특별한 제작과정 없이 일반적인 락카 페인트만으로도 제작 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

박용근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산란을 통해 발생되는 근접장과 입사되는 파면을 제어한 사례로, 얇은 페인트 박막과 파면 조절기만을 사용해 고해상도의 결과를 얻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기존 학계에 이용된 통념, 즉 초고해상도 초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파장의 빛이나 굴절률이 높은 매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난 시도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기존 렌즈로 구현하지 못했던 회절 한계를 산란을 통해 극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 ‘굴절’의 방법과 정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박용근 교수는 “산란은 결국 빛의 복잡한 굴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빛의 굴절을 보다 미세하게 이용한 것이지, 기존의 굴절 개념과 정반대된다고는 할 수 없어요” 라고 설명했다.

사실 기존 학계에서 종종 언급되고 있던 대안은 바로 엑스레이(X-ray)였다. 파장이 짧기 때문에 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물체에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고가의 가격도 걸림돌이었지만, 살아 있는 세포에 사용이 불가능한 만큼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박용근 교수팀의 연구는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생물체에도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의 적용가능성이 더욱 무궁무진하다.

이번 연구는 박용근 교수가 카이스트에 임용된 2010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약 1년 반에 걸쳐 진행된 연구에서 박용근 교수는 연구성과의 희열과 어려움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원 생활을 할 당시에도 계속 고민하던 분야였어요. 그러다가 카이스트로 임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지요. 처음 이 기술을 연구하기로 한 것은 저희 실험실에서 진행하던 연구가 홀로그래픽 제어였기 때문이에요. 기존에 진행했던 연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확신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는데, 늘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확신이 서는데, 생각처럼 진도가 안 나갔던 거죠. (웃음) 연구라는 게 다 그런 것 같아요. 한계를 극복하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움에도 처하게 되는….”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오이미징과 반도체 제작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빛과 전자기기를 연결해주는 연결점, 예를 들어 광통신 기술과 전자기기 커넥션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동 제1저자인 박정훈 학생은 “앞으로 해당 연구가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욱 완성도 있는 연구를 위해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5.29 ⓒ ScienceTimes

문화·예술이 경제를 살린다…창조산업

문화·예술이 경제를 살린다…창조산업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2)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집권 다음 해인 1998년 ‘미래의 창조: 문화, 예술, 창조적인 경제를 위한 전략’이란 정책을 발표하고, 창조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의 범주에 출판, 음악, 미술, 골동품, 영화·비디오, 라디오·TV, 댄서·연극·서커스·라이브·축제 등의 공연, 광고, 양방향 레저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서비스, 디자인, 패션, 건축 등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지금 런던은 유럽 최고의 창조적인 도시로 변모했고, 영국은 디자인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12년 기준 영국 GDP(국내총생산) 중 창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달하고, 연간 수출액은 90억 파운드(한화 약 14조원)에 달한다.

영화산업 등에 25% 세금감면 정책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창조산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율이 매우 높아 지난 2010년 총 149만8천173명의 고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고용의 5.14%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10%를 넘어섰다.
▲ 출판, 음악, 미술, 골동품, 영화·비디오, 라디어·TV, 댄서·연극·서커스·라이브·축제 등의 공연, 광고, 양방향 레저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서비스, 디자인, 패션, 건축 등을 포괄하는 창조산업이 최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자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세계 제 1의 디자인 수출국가로 부상한 영국 디자인박물관 홈페이지.  ⓒhttp://designmuseum.org/

사실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영국 정부의 결단이 있었다. 지난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The Commnuication Act 2003)’을, 2010년 ‘디지털경제법(Digital Ecpnomy Act 2010)'을 각각 제정해 디지털 파일의 저작권을 강력히 보호하는 한편 영국 내 인터넷 도메인 등록 등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했다.

2012년에는 ‘라이브뮤직법(Live Music Act 2012)'을 제정해 보다 많은 음악공연이 열릴 수 있도록 공연 등록규정을 수정하고, 음악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는 영화 제작자, TV방송과 애니메이션 제작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등에 대한 세금 감면을 단행했다.

그 결과 제작비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40억원) 이하의 영화에 대해서는 세금 25%를 감면해주는 등 연간 약 1억6천만 파운드(한화 약 2천72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 준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4월부터는 방송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 제작자, 비디오 게임 개발자 등에게 25%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건축 및 도시환경에 있어 건축 분야 산업육성과 함께 도시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에드 베이지(Ed Vaizey) 문화·통신 및 창조산업장관은 지난 3월 영국의 건축 및 도시환경과 관련된 특별 보고서(independent study)를 작성중이다. 건축 및 도시환경의 디자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조치다.

영국 정부의 창조산업 정책은 유럽 전역에 걸쳐 창조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유럽위원회(EC)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창조산업 보고서(Creative Roport)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유럽연합의 창조산업 비중은 EU GNP(국민총생산)의 3.5%를 차지했다. 고용률 역시 전체 고용률 대비 3.8%에 이르고 있다.

1999년부터 2007년 사이 분야별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분야가 약 160만 명, 음악·영상·TV·라디오 섹터가 약 150만 명으로 각각 25%, 30%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광고가 17%, 출판이 15%, 건축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창조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인데,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그리고 프리랜서가 차지하는 비율이 85%를 넘는다. 세계를 대상으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출판사업을 하고 있는 소수의 사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로컬기업들로 내수 부문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산업 경제 파급력 갈수록 높아져
미국의 창조산업도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2012년 OTIS 보고서에 따르면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창조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이 66만4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매출은 LA카운티가 1천209억 달러(한화 약 133조 원), 오렌지카운티가 145억 달러(한화 약 16조원)로 집계됐다. 창조산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1년에 2천307억 달러(한화 약 254조 원)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창조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에 따르면 미국의 2012년 GDP 성장률은 2.0%, 실업률은 8%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의 고용률은 최근 급속한 회복세다. 특히 디지털미디어, 산업디자인, 엔터테인먼트, 건축 및 실내디자인 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예상 고용성장률은 디지털미디어 11.3%, 산업디자인 7.6%, 엔터테인먼트 6.7%, 건축 및 실내디자인 6.2%, 시각및 공연예술 6.0%, 방송예술 5.7%, 아트갤러리 4.4%로 다른 업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호주 경제 역시 창조산업의 덕을 보고 있는 경우다. 지난 2008~2009년에 창조산업을 통해 310억 호주달러(한화 약 33조원)를 생산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3.9%에 달한다. 호주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더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음악과 공연예술에서 13% 내외, 지상파에서 19%, 창작예술 분야에서 13% 성장률을 예상하면서 경제성장과 함께 고용률 증가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창조산업은 제한된 영역에서 제한된 사람들이 활동하는 분야로, 제조업 등의 주력 산업들과는 별개 분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고용증진 효과와 함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역시 ‘한류’라는 창조 프로젝트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창조산업에 대한 개념 재정립과 함께 한류 등 한국의 문화를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29 ⓒ ScienceTimes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토륨은 확실한 우라늄 대체 에너지”

“토륨은 확실한 우라늄 대체 에너지”

[인터뷰] 영국 허덜스필드 대학 이상철 연구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 에너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풍력, 조력, 수소연료, 그리고 태양에너지 개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억제하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방식은 역시 우라늄에 핵분열에 의한 방법이다.
▲ 이상철 연구원 
그러나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지난해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원자로에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적어도 2050년까지는 핵에너지를 대체할 구체적이고 대대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대안으로 토륨(Thorium) 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꼽고 있다.

그러면 토륨 에너지 개발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그리고 과연 우라늄을 대신해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까? 실용단계에 이르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토륨은 우라늄 에너지처럼 위험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사이언스타임즈는 영국 허덜스필드 대학(The University of Huddersfield)s)에서 핵물리학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전공이 토륨 에너지(토륨 원자로)인 이상철 연구원(지도교수: Rebecca Seviour)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의문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 차세대 새로운 에너지 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토륨 에너지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토륨 에너지는 토륨(Th-232)이 주 원료가 되는 에너지 발전방식이다. 우선 토륨을 기반으로 한 이 에너지는 지금 현재 상용화 되고 있는 우라늄(U-235,238)과 달리 원료를 따로 공정화할 필요가 없다. 또한 토륨의 전 세계의 매장량은 우라늄 광석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그래서 얻기가 훨씬 쉽다.

토륨은 핵원료성 물질(fertile material) 중의 하나로 토륨 자체로서는 핵 분열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핵분열할 수 있는 물질로 쉽게 변할 수 있으며, 발전 방식에 따라 핵무기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 생산을 방지할 수 있어 핵무기 생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핵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가 있다.

또한 토륨은 단순히 원자력의 연료로만 쓰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성자 파쇄(neutron spallation)를 통한 변성작용(transmutation)에 쓰일 수도 있다. 변성작용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인 핵폐기물을 재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우라늄기반 원자력은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토륨 에너지도 우라늄 핵에너지와 같이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가?
"기술적으로 토륨을 이용한 원자력은 효율성 및 경제성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토륨은 우라늄보다 핵분열에 필요한 중성자의 결합 수치가 훨씬 높다. 가격 또한 우라늄보다 훨씬 저렴하다. 연료 공정화 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기에 우라늄과 비교했을 때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토륨을 이용한 핵발전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원자력에 새로운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와 개발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아주 미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좀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토륨은 이미 1970년도에 미국에서 용융염 반응로(Molten Salt Reactor)라는 원자력 방식에 사용되었다. 토륨은 이미 기존의 우라늄을 사용한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 세계 각국은 토륨 에너지 개발에 얼마나 적극적인가? 일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만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륨. 지각에는 우라늄보다 4배정도 많다.  ⓒ위키피디아
"현재 내가 있는 영국에서는 토륨에너지협회(ThorEA)라는 단체를 통해 많은 국가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의 많은 대학들도 토륨 에너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허덜스필드 대학을 비롯해 케임브리지, 맨체스터, 영국 왕립대학(Imperial College, London)의 연구원들과 영국과학기술시설연구원(STFC)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많은 토륨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영국 및 유럽국가들의 과학 연구원을 초빙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토륨을 기반으로 한 ‘입자가속기 기반 임계 반응로(Accelerator Driven Subcritical Reactor, ADSR)’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토륨을 이용한 핵폐기물 처리방식에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현재 벨기에에 ‘MYRRHA’라는 명칭의 연구시설을 설치했고 가동준비 중에 있다. 미국 및 다른 OECD 선진국들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 속에 국제토륨에너지협회(IThEO)가 설립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토륨에 대한 연구와 홍보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그러면 토륨 에너지는 언제쯤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영국 토륨에너지협회가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한 리포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2025년 시험용 ADSR이 등장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 시기는 연구의 진척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저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뜻이 있는 과학자들이 힘써서 개발하고 있는 만큼 토륨을 이용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을 보게 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이 연구원은 토륨 에너지 가운데서도 특히 ADSR 연구 및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원자로의 일종으로 알고 있다. ADSR에 대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해 달라.
"두 세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었다. 이 두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및 사고 여파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핵의 안전성 및 방사능 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지만 원자력은 현재 에너지원 중에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는 ADS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안전하고 깨끗한 핵 원자력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ADSR는 원자력 반응로 계열 중의 하나로 토륨을 원료로 사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력 반응로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토륨의 장점과 가속기 구동 방식을 통한 안정성을 통해 원자력 가동 방식에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 우라늄 에너지를 대신할 꿈의 에너지 토륨 원자력은 2025년 경이면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오염, 핵폐기물, 원자폭탄 제조 등 우라늄 에너지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ADSR 모형  ⓒthoriumforum.com

ADSR은 총 세 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양성자 빔을 공급하는 가속기 빔 생산 부분, 파쇄를 통한 중성자 생성 및 핵 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ADSR 중심 반응로, 마지막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에너지 채취 및 전달 부분이다.

ADSR의 연료인 토륨은 핵원료성 물질이며 ADSR에서 이루어지는 핵분열 반응은 임계(subcritical)로 반응이 일어난다. 즉 외부에서 양성자 빔의 공급이 이루어져 파쇄반응을 통해 중성자를 공급받게 된다.

이런 연계적인 가속기 구동을 통한 연료순환과정(fuel cycle)은 기존의 우라늄 기반 핵분열 방식과 달리 지속되는 과정이므로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있을 경우 연료순환과정이 지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임계적 핵반응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핵분열 반응이 자연적으로 중단됨으로 안전성에 있어서 훨씬 향상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ADSR 의 맨 처음 단계부분인 가속기 빔 생산부분에서 가속기의 전원을 꺼버릴 경우, 양성자와 토륨의 파쇄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위급 상황 대비를 위한 인위적인 핵분열 과정 중단을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토륨을 사용하여 얻어지는 플루토늄 생산량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이점까지 포함한다면 ADSR은 일반 사람들이 우려하는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원자력 기술임이 틀림없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이 ADSR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연료순환과정에 대해 집중 연구하여 에너지 생산 효율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대해 목적을 두고 있다.

ADSR은 단순히 원자력 그룹만 관련돼 있는 기술이 아니다. 가속기 분야의 전문성도 필요로 하기에 수많은 연구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술은 인류를 위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5.28 ⓒ ScienceTimes

핀란드, 청년 창업가에 막대한 투자

핀란드, 청년 창업가에 막대한 투자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1)



핀란드 창업 생태계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3~4년 전부터 조성이 시작된 이 창업 생태계를 통해 경제성장률, 고용률 등 주요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비어(Rovio), 슈퍼셀(Supercell)과 같은 핀란드 벤처기업들의 연이은 대박은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핀란드 창업 모델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핀란드 창업생태계'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 핀란드에서는 융합형 인재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탄생한 벤처기업들이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 다른 로비어, 슈퍼셀을 꿈꾸고 있는 기업들이다.

대학을 통해 배출되는 융합인재들
핀란드 창업 생태계에서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은 젊은 인재들이다. 알토(Aalto)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은 지금 벤처신화를 창출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배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여름방학 기간을 이요해 ‘AaltoES’ 주최로 열리고 있는 '서머 오브 스타트업' 행사. 유럽을 비롯 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http://aaltoes.com/

2010년 헬싱키 공과대학,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 헬싱키 경제대학을 통합해 종합대학으로 문을 연 알토 대학 교육과정을 들여다 보면 매우 색다르다. 핀란드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 융합형 인재들이 탄생하고 있다.  

대학(학사) 과정에서 디자인을 전공할 경우 학생들에게 디자인 전문교수와는 별도로 2명의 과학기술 전문교수가 따라 붙는다. 다른 전공들도 마찬가지다. 융합적인 수업환경 속에서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대학원 과정 역시 융합교육을 목표로 짜여졌다. 대학에서 전문성을 심화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융합연구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대학원 졸업생들의 전공을 보면 학사와 석사 과정 연구 분야가 다른 학생이 90%를 넘는다.

기업들의 교육 참여도 매우 활발하다. 노키아의 경우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솔루션, 모바일, 보안, 미래 인터넷 서비스 등의 기술들을 과감히 개방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교육기부에 매우 열성적이다. 알토대학은 물론 지방대학들까지 폭넓은 비즈니스 교육을 할 수 있는 분위기다.

청년 대상의 창업 프로그램도 매우 활발하다. 지난 2010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벤처캐피털 ‘테케스(Tekes)'에서는 학생 등 젊은이들의 도전적인 창업을 돕기 위해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6년 미만의 신생기업에만 1억1천200만 유로(한화 약 1천600억원)을 투자했다.

또 벤처기업의 지적재산권 및 특허 획득을 돕기 위해 지난 2010년 알토대학, 연구소, 정부가 공동운영하는 ‘알토 기업가정신센터(ACE, Aalto Center For Entrepreneurship)'를 설립했다. 이 센터를 통해 기업가정신 교육, 기술이전 및 지원, 창업 지원,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들을 진행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1년 테케스 설립 이후 투자가 진행된 5천여 개 기업 중 파산한 기업 비율이 약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파산 기업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노키아 해고 직원들 벤처 통해 맹활약
핀란드 창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키아에서 해고된 1만 명 이상의 전직 직원들이다. 핀란드 정부는 이들 해고된 직원들에게 창업 희망시 1인당 2만5천유로(한화 약 3천600만원)의 창업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가능성을 인정하면 사업팀 구성, 커리어 컨설팅 등에 대한 경영지원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벤처기업들이 수없이 생겨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핀란드는 물론 영국, 미국, 인도, 루마니아. 독일, 헝가리, 싱가포르 등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이다. 핀란드 정부는 벤처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을 위해 벤처펀딩이 필요하다고 보고, 초기 기술을 벤처와 연결하는 ‘비고스(Vigo)'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비고스’를 통해 공공 벤처캐피털에서는 벤처기업의 창업 스케줄 이행을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민간 벤처캐피털에서는 벤처기업의 성장 부문을 관리하면서 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자금운용은 철저히 시장개념에 의해 운영된다.

또 하나 두드러진 특징은 핀란드 국민들의 인식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창업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알토대학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동아리들을 결성하고 기업가정신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다른 나라에 알려지면서 창업을 원하고 있는 해외 인재들이 핀란드로 몰리고 있다. 2011년 열린 ‘AaltoES’ 주최 ‘스타트업 사우나’에는 유럽, 러시아 발틱연안국 등의 주변국들을 비롯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500여 개 팀이 참가했다.

핀란드가 더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핀란드 벤처기업들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로 로비오(Robio) 사의 ‘앵그리버드’, 슈퍼셀(Supercell)사의 ‘클래스 오브 클랜’이 있다.

로비오는 지난 2003년 노키아가 주최한 모바일게임 개발대회에서 우승한 헬싱키대학 학생 3명이 창업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현재 기업 가치가 12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게임업체로 등극했다.

슈퍼셀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략게임 ‘클래스 오브 클램(부족들의 충돌)’과 농장에서 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게임 ‘해이 데이(Hay day, 건초하기 좋은 날)’를 개발해 5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2011년에는 페이스북, 그루폰 등에 투자한 엑셀파트너스로부터 1천2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자신의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스포츠트래커(Sports Tracker)’, 신개념 무선충전기 ‘파워키스(Pawerkiss)' 등이 세계 젊은이들의 선망대상이 되고 있는 벤처 성공작이다.

전체적으로 창업 생태계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창업 문화를 확산시키고, 결과적으로 핀란드 벤처기업들을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생태계가 등장한 지 비록 3~4년에 불과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28 ⓒ ScienceTimes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SF에서 묘사되는 종말론

SF에서 묘사되는 종말론

SF관광가이드/ 과학소설 속의 종교 (5)



SF 관광가이드   종말론(Eschatology)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인류와 세상의 종말 그리고 그 이후를 위한 대비를 논의하는 신학으로 굳이 기독교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유대교와 기독교에 종말론적 영향을 준 것은 고대 페르시아에서 성행한 조로아스터교다.1) 성서의 대홍수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에 기록된 서사시 <길가메시 이야기>에서 그 원형이 발견되며 후자 또한 최초의 버전이 아니다.2) 심지어 대홍수 에피소드는 인도의 <마누 신화>에서도 발견된다.3) 종교에서의 종말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옛날에는 죄인들이나 신앙인들의 수가 어느 선에 이르면 그들 공동의 죄 혹은 공동의 신앙이 종말을 재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과학소설에서도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종종 담아낸다. 이를테면 혜성 또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 전면 핵전쟁,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범람, 새로운 빙하시대의 도래,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인한 파국, 치유방법이 없는 유전병의 확산, 외계인의 침공 그리고 태양의 폭발 등에서 보듯 천재지변 혹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자초한 재앙으로 인류가 멸종의 문턱에 다가서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총론적으로 보면 과학소설이 제기하는 다양한 종말의 근거들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사람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 했던 종교적 종말론과 적잖이 맞닿아 있다.
▲ 과학소설에서 종말에 대한 공포는 위의 그림에서처럼 새로운 빙하시대의 도래 외에도 혜성 또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 전면 핵전쟁,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범람,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인한 파국, 치유방법이 없는 유전병의 확산, 외계인의 침공 그리고 태양의 폭발 등 다양한 천재지변이나 인간의 어리석음이 자초한 재앙으로 나타난다.(위 그림은 SF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즈] 1929년 1월호 표지로 6번째 빙하기가 소재이다.)  ⓒFrank R. Paul

예기치 않은 천체의 출현은 예로부터 민심을 흉흉하게 달구었는데 초창기 과학소설에서도 혜성이나 다른 행성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의 태양이 아닌 다른 항성이 지구와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곤 했다.

아마 미지의 천체와의 조우로 인한 인류 절멸의 가능성을 그린 최초의 문학작품은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원형적 과학소설 단편 <아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 The Conversation of Eiros and Charmion, 1850>로 생각된다. 여기서는 이제까지 관측된 바 없던 새로운 혜성이 지구와 충돌궤도에 들어선다. 다행히 혜성은 지구를 살짝 비껴나가지만 워낙 가까이 다가와 지구 대기를 빨아 당기는 바람에 호흡이 어려워지고 혜성의 마찰열로 체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죽어간다.

H. G. 웰즈(Wells)의 단편 <항성 The Star, 1897>에서는 혜성 대신 외부 항성이 태양계에 무단침입 한다. 이 별은 해왕성과 목성을 차례로 먹어치우더니 급기야 지구를 향해 다가온다. 우리 태양과 외부 항성의 상호 중력간섭으로 지구는 그 사이에서 새우등 터질 일만 남은 것이다. 외부 항성의 조석력 탓에 지구의 대양과 지각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인류의 대다수가 멸종하고 문명이 사라진다. 다행히 달의 간섭으로 항성의 궤도가 지구를 살짝 우회하게 된 덕분에 극소수의 생존자들이 두 개의 태양으로 옥토가 된 그린란드에서 새로운 삶을 가꾼다.

▲ H. G. 웰즈의 단편소설 <항성, 1897>은 외부 항성이 태양계에 무단침입하여 해왕성과 목성을 차례로 먹어치운 끝에 지구마저 멸망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다.  ⓒLudek Marold


필립 와일리(Philip Wylie)와 에드윈 발머(Edwin Balmer)의 장편 <세계들이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 1933>에서는 불청객이 태양계 외부에서 온 거대행성으로 바뀌었을 뿐 플롯의 얼개는 대동소이하다. 이외 프리츠 라이버(Fritz Leiber)의 <배회자 The Wanderer, 1965> 그리고 래리 니븐(Larry Niven)과 제리 퍼낼(Jerry Pournelle)의 <루시퍼의 망치 Lucifer's Hammer, 1977>가 유사한 테마를 다루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주 차원의 사건에 비하면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지구촌 안에서 각종 이해관계로 갈등을 빚는 인류사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영국 여류작가 메리 쉘리의 장편 <최후의 인간 The Last Man, 1826>은 전염병으로 인류가 전멸하는 이야기 유형의 효시다. 역병으로부터는 세 사람이 살아남지만 그나마 그중 둘은 폭풍으로 바다에 빠져 죽는 바람에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혼자 텅 빈 도시를 방황한다. 그는 혹여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났을 때 자신이 공포나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늘 말쑥하게 단장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헛되이 언제까지고 무인도시에 홀로 남겨진다. 21세기에 발표된 마가렛 앳우드(Margaret Atwood)의 장편 <홍수 The Year of the Flood, 2009>에서는 <최후의 인간>과 유사한 상황을 전제한 가운데 살아남은 소수의 금욕적인 종교집단이 고대 근동의 쿰란 지방에 존재했던 에세네파 공동체처럼 타락한 인류가 초래한 멸망의 날을 담담하게 준비한다.

▲ 인류가 절멸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주요한 동인의 하나로 자주 꼽히는 것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돌림병이다. 메리 쉘리의 <최후의 인간, 1826>이 이러한 유형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Andrews UK Limited

특히 웰즈가 발표한 주요작품들은 거의 다 어떤 식으로든 종말론과 결부된다.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1895>은 시간여행을 통해 인류와 지구의 종말이 예정된 미래를 그렸고 <두 세계들 간의 전쟁 The War of the Worlds, 1898>에서는 화성인 침공을 통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인류사회에 빗대 대영제국의 몰락한 현실을 풍자했으며, <해방된 세계 The World Set Free, 1914>에서는 원자폭탄의 발명으로 한 사회나 국가가 아니라 아예 지구촌 전체의 자멸을 가져올 불안한 미래를 경고했다.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문명의 파탄을 우려하는 테마는 후일 월터 M. 밀러 2세(Walter Michael Miller, Jr.)의 장편 <라이보위츠를 위한 송가 A Canticle for Leibowitz, 1955>에서 더욱 깊이 있게 변주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에서 무너진 과학문명의 편린들을 고이 모아 수도원이 후세에 전수한 지식은 또 다시 핵폭탄 개발로 이어진다.

블랙유머가 장기인 컷 보네것(Kurt Vonnegut)의 장편 <고양이 요람 Cat's Cradle, 1963>에서는 원자탄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가상의 무기 아이스나인이 세상의 종말을 재촉한다. 아이스나인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펠릭스 호네커 박사(가공의 인물)가 개발한 신무기로 상온에서도 물을 얼릴 수 있는데, 하필이면 이것을 실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바람에 온세상의 물이 삽시간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얼어버린다. 사실상 지구상의 물은 전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컷 보네것의 장편 <고양이 요람, 1963>에서는 상온에서 물을 얼릴 수 있는 신무기인 아이스 나인이 바다에 떨어지는 바람에 온 세상의 강과 바다가 얼어붙어 생태계 교란으로 인류의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Matt Mims

20세기 중반에는 영국의 사변작가 제임스 그래엄 밸러드(James Graham Ballard)의 이른바 ‘재앙4부작’이 종말론 문학의 대표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디에서 부는지 알 수 없는 바람 The Wind from Nowhere, 1962>과 <물에 잠긴 세계 The Drowned World, 1962>, <불타버린 세계 The Burning World, 1964>4) 그리고 <크리스털 세계 The Crystal World, 1966> 등은 하나같이 인류문명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거나 헤쳐 나가기 버거운 자연환경의 급변(태양의 이상과열로 지구 대부분 지역의 열대지방화, 또는 해수면의 환경오염으로 물의 증발이 차단되어 전대륙의 사막화)이나 기괴한 변이(정체불명의 인체 크리스탈화)로 인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같은 1960년대 발표된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벗(Frenk Herbert)의 장편 <녹색 지능 The Green Brain, 1966>은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의 자충수를 경고하기 위해 바다 대신 정글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 정글을 대대적으로 개간하기 위해 곤충박멸을 추진한 인류는 살충제로도 모자라 전파진동장치까지 동원해 간신히 성공하지만 이내 낭패를 당했음을 깨닫는다. 곤충이 사라지자 식물은 수분을 원활하게 흡수하지 못해 죽어가고 공기를 통하게 하는 동시에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줄 적임자가 없어 초원 전체가 죽어간다. 설상가상으로 새들마저 잡아먹을 곤충이 없어져 함께 멸종의 나락으로 밀려난다.

종말의 규모를 지구와 인류 단위가 아니라 아예 우주 전체 내지 복수우주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올라프 스태플든(Olaf Stapledon)의 <별의 창조자 Star Maker, 1937>는 우주들의 진화와 죽음 그리고 재탄생을 유체이탈한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해 생생하게 목도하는 장엄한 드라마로서 가히 종교적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작가의 의도는 2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가운데 영토확장과 패권쟁탈에 여념이 없는 유럽 국가들이 시선을 돌려 우주의 진화 파노라마에 동참함으로서 보잘 것 없는 이전투구를 그치고 평화와 안녕에 눈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 올라프 스태플든의 <별의 창조자, 1937>는 종말의 규모를 지구와 인류 단위가 아니라 아예 우주 전체 내지 복수우주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사례로, 우주들의 진화와 죽음 그리고 재탄생을 유체이탈한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해 생생하게 목도하는 장엄한 드라마다.  ⓒLes Edwards

개중에는 이승에서의 삶이 끝이 아님을 SF의 틀을 빌려 이야기한 작품도 있다. 클리포드 D. 시맥(Clifford D. Simak)의 <시간이여 돌아오라 Time and Again, 1951>5)는 장기간 실종되었던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한 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이야기다. 이 우주비행사가 머물렀던 먼 외계행성에는 다름 아닌 우리의 영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 행성에서 겪은 혼란스러운 동시에 뒤죽박죽된 관찰내용은 종교 갈등은 물론이고 급기야 전쟁까지 야기한다.

<종말론 그 5,000년의 역사>의 저자 유리 루빈스키와 이안 와이즈먼에 따르면, 종말의 예견과 경고는 예외 없이 현재의 사회적 상황이나 도덕적 상황 또는 정치상황이나 물리적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6) 이러한 반응과 그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이성적이냐에 따라 그 스펙트럼은 신학적 논제(경우에 따라서는 종교적 광신)와 과학소설의 양극단 어디엔가 존재한다. 진지한 과학소설이라면 종말론적 소재를 단지 사회대중을 선동하는 데 써먹기보다는 세기말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류의 비전을 모색하는 데 더 큰 비중을 기울일 것이다.

☞ 주요 추천작품(국내 소개작은 밑줄 표시):

▶ <최후의 인간 The Last Man, 1826> / Mary Shelly
▶ <아이로스와 차미온의 대화 The Conversation of Eiros and Charmion, 1850>(단편) / Edgar Allan Poe
▶ <세상의 종말 La Fin du Monde, 1893> / Camille Flammarion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1895>
▶ <항성 The Star, 1897>(단편) / H. G. Wells
<두 세계들 간의 전쟁 The War of the Worlds, 1898년>
▶ <해방된 세계 The World Set Free, 1914>
<세계들이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 1933> / Philip Wylie & Edwin Balmer
<별의 창조자 Star Maker, 1937> / Olaf Stapledon
▶ <시간이여 돌아오라 Time and Again, 1951> / Clifford D. Simak
<라이보위츠를 위한 송가 A Canticle for Leibowitz, 1955>/Walter Michael Miller, Jr.
<최후의 질문 The Last Question, 1956>(단편) / Isaac Asimov
▶ <어디에서 부는지 알 수 없는 바람 The Wind from Nowhere, 1962> / James Graham Ballard
<물에 잠긴 세계 The Drowned World, 1962> / James Graham Ballard
<고양이 요람 Cat's Cradle, 1963> / Kurt Vonnegut
<불타버린 세계 The Burning World, 1964> / James Graham Ballard
▶ <배회자 The Wanderer, 1965> / Fritz Leiber
▶ <녹색 지능 The Green Brain, 1966> / Frenk Herbert
<크리스털 세계 The Crystal World, 1966> / James Graham Ballard
▶ <다섯 운명 Five Fates, 1970>(중편선집) / 편집자 Keith Laumer / 수록작가: Poul Anderson, Gordon R Dickson, Harlan Ellison, Frank Herbert, Keith Laumer
▶ <루시퍼의 망치 Lucifer's Hammer, 1977> / Larry Niven & Jerry Pournelle
▶ <오메가 포인트 3부작 The Omega Point Trilogy, 1983> / George Zebrowski
▶ <다양성: 시간 Manifold: Time, 1999> / Stephen Baxter
<신의 궤도<신의 궤도, 2011> / 배명훈
<홍수 The Year of the Flood, 2009> / Margaret Atwood

1) 조로아스터교는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마 아리만의 투쟁 끝에 전자가 승리하고 인간들은 이승에서의 자신들의 행실을 사후심판 받는다고 보았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이 종말하고나면 모든 혼(魂)은 불로써 깨끗이 씻겨져 새로운 정의와 복락이 가득한 왕국이 도래하리라 믿었다.

2) <길가메시 이야기>에 수록된 대홍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근동지방의 <지우쑤드라 이야기>의 홍수 에피소드가 변형 삽입된 것이다.

3) 유리 루빈스키와 이안 와이즈먼 지음, 김진경과 허영주 옮김, 종말론 그 5000년의 역사, 명경출판, 1992년, 25쪽

4) 이듬해 재간되면서는 제목이 <가뭄 The Drought>으로 바뀌었다.

5) 페이퍼백 판형의 제목은 <애초에 그는 죽었었다 First He Died>이다.

6) 유리 루빈스키와 이안 와이즈먼 지음, 김진경과 허영주 옮김, 종말론 그 5000년의 역사, 명경출판, 1992년, 252쪽


고장원 | sfko@naver.com

저작권자 2013.05.27 ⓒ ScienceTimes

과학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축구

과학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축구

2013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 개최



오늘 날의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이면서도 ‘전쟁 그 이상의 전쟁’을 상징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축구를 통하여 한 민족이나 국가가 새롭고 활기찬 사회로 거듭나는 반면, 축구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 증오의 씨앗이 뿌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 최신의 축구과학 정보와 이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ScienceTimes

축구는 이와 같이 엄청난 에너지를 내포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를 건설적이고 선진화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축구의 과학화’라는 학문적 체계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축구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분석과 학문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숭실대에서는 최신의 축구과학 정보와 실용적 이론들을 공유하는 ‘2013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가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축구과학회의 공동 주관으로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과학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을 위한 축구과학 적용’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한 KFA의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축구는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은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언급한 덴마크 축구 코치 장 방스보(Jens Bangsbo)의 말을 인용하면서 축구과학 도입의 목적 및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 위원장은 10세 부터 20세 까지의 기간을 ‘기술습득의 최적 시기’와 ‘신체변화와 심신의 불안정 시기’ 그리고 ‘성장은 멈추나 심신은 안정단계로 들어가는 시기’인 3단계로 나눠 설명하면서 “선수의 연령별 특성을 반영한 훈련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훈련시스템 구축에는 선수의 연령별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KFA

황 위원장이 발표한 KFA의 축구과학 적용 현황을 살펴보면 선수들의 발달추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으로 피지컬 트레이너의 도입, 그리고 경기분석과 멘탈 강화 프로그램 등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과학의 발전을 위한 향후 과제로 황 위원장은 “인터넷 기반의 훈련 프로그램 시스템 보급과 축구과학을 지원하는 조직의 신설 및 지도자 양성, 그리고 연령별 훈련프로그램의 발달과업과 축구과학 확산을 위한 선수 멘토링 제도 등을 도입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구는 킥킹의 과학
해외의 축구과학 현황을 파악하는 세션에서 일본 축구의 경우는 ‘공의 킥킹 역학’이나 ‘다양한 프리킥의 유형’ 등 주로 축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킥킹(kicking)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응용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현장적용을 위한 공 킥킹의 역학’이란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한 나고야 대학의 누노메 히로유키 교수는 고속카메라의 동작파악 기능을 통해 인스텝 킥킹 동작에 있어서 공과 발의 임팩트 순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 킥킹에서는 디딤발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KFA
히로유키 교수는 발표를 통해 “킥킹의 역학을 분석한 결과 공을 차는 발이 어떻게 스윙을 하느냐보다는 디딤발을 어떻게 두는가가 킥킹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히로유키 교수는 “공과 발의 접촉시간이 길다고 공이 빨리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로 “선수들이 공을 차는 순간에 발의 반동과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프리킥의 과학’을 주제로 공동 발표한 츠쿠바 대학의 홍성찬 박사와 아사이 타케시 교수는 프리킥의 임팩트 특징에 대해 무회전슛과 드라이브 커브슛을 비교하면서 “무회전슛의 경우 다른 슛에 비해 영각이 작게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회전이 적은 무회전슛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 박사와 타케시 교수는 “이에 반해 드라이브 커브슛은 임팩트시의 중족골 각도가 작게 형성되며, 공의 중심에 가깝게 임팩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팩트 순간 차는 발이 지면과 수평이 될 때 드라이브 커브슛이 실현되는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축구과학의 현황
‘대한민국의 축구과학 지원’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마지막 세션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프로리그 선수의 포지션 별 고강도 활동비교 분석’에 대해 발표한 세종대의 이용수 교수는 “축구경기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말은 고강도의 운동시간은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회복시간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축구경기에서의 고강도 달리기야 말로 트레이닝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운동수행 능력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국가대표 선수와 프로리그 선수들의 경기 중 활동형태를 비교한 분석결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양쪽 선수들이 경기 중 이동한 총 거리는 별로 차이가 없었다”며 “다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공격시 이동거리가 높게 나타난 반면에 프로리그 선수들은 수비시 이동거리가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 대한축구협회가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축구과학 현황  ⓒKFA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경기 중 체력적 요구수준이 증대되고 있고 포지션 별 활동형태의 차이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추이를 고려할 때 포지션 별로 적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트레이닝 방법의 개발 및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8명 대 8명, 새로운 Youth 축구모델’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발표한 KFA의 주창화 위원은 “현재의 선수 인원인 11명은 성인 경기에 적합한 숫자”라며 “청소년 축구경기에는 8명의 선수가 뛰는 미니축구(Small-Sided-Games)가 알맞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주 위원은 “공을 만지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체력이 증가되고, 모든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 관여하면서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이 외에도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면서 축구에 대한 흥미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은 8명의 선수로 치루었던 18번의 시범경기 결과를 발표하면서 “볼 터치의 횟수와 패스 성공율이 증가하여 공격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골키퍼의 운동수행 능력도 올라가면서 선수들 모두의 체력이 증가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5.27 ⓒ ScienceTimes

‘1만 시간의 법칙’ 들어맞지 않아

‘1만 시간의 법칙’ 들어맞지 않아

연습의 역할은 3분의1에 불과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작가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2008년 펴낸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을 소개했다. 10년 즉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 최고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 1만 시간의 꾸준한 노력을 투자하면 최고에 다다를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 허점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ScienceTimes
글래드웰은 그 예로 음악가들의 실력을 꼽았다. 최고 수준의 음악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연주자들이 해가 갈수록 실력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연습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저널리스트 매슈 사이드,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네만 등도 이에 동조하는 내용의 저서를 발간했다.

이후 각국의 교육자와 경영학자들은 “1만 시간을 쏟아붓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실력의 차이를 사회구조가 아닌 개인 차원의 문제로 돌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하므로 부지런한 사람만이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1만 시간의 법칙’은 극히 적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호주 공동연구진은 체스와 음악 등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2개 분야를 대상으로 14건의 기존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1만 시간의 노력으로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은 체스 분야가 34퍼센트, 음악 분야는 29.9퍼센트에 불과했다. 나머지 경우는 지능, 성격, 유전자, 연습을 시작한 연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결과는 ‘꾸준한 연습만이 전문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인가(Deliberate practice: Is that all it takes to become an expert?)’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지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1만 시간 법칙’ 들어맞는 음악가는 29.9퍼센트뿐

1993년 스웨덴 출신의 앤더스 에릭손(K. Anders Ericsson)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원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랄프 크람페(Ralph Th. Krampe), 클레멘스 테쉬뢰머(Clemens Tesch-Römer) 연구원은 연주 실력 차이에 관한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독일 명문 음악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력을 조사한 결과, 입학 이전의 연습량에 따라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학생이 7천 시간 이상을 연습했다면 상급 수준의 학생은 5천 시간, 교사를 목표로 하는 보통 학생은 3천 시간만 연습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추가 조사를 통해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최소한 10년 또는 1만 시간의 집중된 연습을 실시해야 국제 무대에서 입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서양에 전해오던 ‘연습이 최고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격언이 사실로 드러나자 세계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빠져들었다.

이후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1만 시간은 위대함을 만드는 마법의 숫자”라고 추켜세웠다. 2010년에는 저널리스트 매슈 사이드(Matthew Syed)가 저서 ‘베스트 플레이어’를 통해 에릭손의 연구를 소개했다. “엄청난 연습 없이는 누구도 최고가 될 수 없으며 꾸준히 연습한다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1년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체스 선수를 예로 들며 ‘1만 시간의 법칙’을 옹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미시건대, 라이스대, 사우스일리노이대, 영국 브루넬대, 호주 에디스코완대 등 3개국 5개 대학교 공동연구진이 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음악 연주자와 체스 선수의 실력과 연습량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14편의 기존 연구를 분석하자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는 전체의 3분의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습 이외에 지능, 성격, 연령이 복합적으로 작용

아르헨티나 체스 선수들을 조사한 페르낭 고베(Fernand Gobet)와 기예르모 캄피텔리(Guillermo Campitelli)의 2007년 연구결과를 살펴봐도 ‘1만 시간의 법칙’은 들어맞지 않는다.

104명의 선수 중 일부는 최상급 실력에 도달하는 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26년이 걸린 선수들도 있었다. 게다가 평생을 훈련과 연습에 투자했어도 최상급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1만 시간을 연습했어도 중급밖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나머지 연구결과를 분석해 합산하자 1만 시간의 연습으로 최고에 도달한 체스 선수는 전체의 34퍼센트에 불과했다. 음악 분야는 더욱 심해서 29.9퍼센트만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만족시켰다.

최근 들어 학교와 사회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1만 시간의 법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논문은 “체스 선수의 66퍼센트, 음악 연주자의 70.1퍼센트는 1만 시간의 연습이 아닌 지능, 성격, 유전자, 연습을 시작한 연령 등에 의해 실력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누구나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적인 관점과는 어긋나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 연구를 진행한 잭 햄브릭 교수는 “개인의 능력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굳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분야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Michigan State University
논문은 또한 ‘1만 시간의 법칙’에 오류가 발생한 이유를 실험심리학과 차이심리학의 특성 차이에서 찾았다. 실험심리학자들은 전문가 수준의 능력에 대한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낼 뿐 개개인의 차이는 오류로 무시해 버리는 반면, 차이심리학자들은 개인별 차이를 나타내는 요소들을 조사하고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잭 햄브릭(Zach Hambrick) 미국 미시건주립대 교수는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며 “개인의 능력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굳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분야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삼당사락’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세 시간을 자면 시험에 붙고 네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다. 어쩌면 소질이 없는 분야를 택한 것도 모르고 자신의 무능함을 탓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꾸준한 연습을 투자한다면 과도한 고생 없이도 남들보다 손쉽게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논문은 결론을 맺는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5.27 ⓒ ScienceTimes

요즈마펀드 성공신화 "인재를 모아라!"

요즈마펀드 성공신화 "인재를 모아라!"

에를리히 펀드 창립자, STEPI 심포지엄 강연



요즈마(YOZMA)펀드는 아이디어·기술 밖에 없는 벤처기업인들을 돕기 위해 1993년 이스라엘 정부 주도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정부와 민간이 리스크를 공동부담하면서 아이디어·기술 밖에 없는 벤처기업인들에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투자 후 수익이 발생하면 벤처 기업에게 정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금을 갚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공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면 재투자도 가능하다.
▲ 1993년 정부주도로 설립해 벤처캐피털 성공신화를 쓴 요즈마(YOZMA)그룹 홈페이지. 국내외 벤처기업가들을 발굴, 지원하면서 세계적인 벤처캐피털로 성장했다.  ⓒhttp://www.yozma.com/home/

이런 투자환경에서 벤처 캐피털의 실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자리를 못 잡아왔던 근본적인 이유다. 반면 이스라엘은 정반대였다.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상 유례가 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펀드 개설 4년 만에 손익분기점 넘어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씨는 요즈마 그룹의 창업자이면서 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개원 26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요즈마펀드 성공담을 회고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벤처 기업 특성상 실패가 많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꼭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1993년 어렵게 펀드가 출범했다. 출범 후에도 펀드에 대한 주변 인식이 좋지 않았다.

▲ 요즈마 그룹의 창업자이면서 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씨.  ⓒScienceTimes
그러나 4년이 지난 1997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새로 창출된 이익금은 또 다른 벤처기업 자금으로 투자됐다. 이익이 또 다른 이익을 낳고 마침내 세상을 놀라게 한 요즈마펀드 신화가 완성됐다.

에를리히 회장에 따르면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정부·민간 부문의 협력관계에 있었다. 양측이 리스크자금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인 협력을 수행하고, 민간 기업들이 오랜 경륜과 경험을 동원해 벤처기업들을 도와주었다.

해외 인재 확보전략도 주효했다. 사업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을 경우 입국수속부터 거주 문제, 이민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간소화했다. 사업 후 성공할 경우 허용 한도 내에서 높은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펀드와 해외 인재들과의 협력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해외로부터 많은 인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요즈마펀드에서는 해외 인재들과 함께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유례없는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에서 출발하는 벤처 성공신화
결과적으로 요즈마펀드의 성공은 이스라엘에 또 다른 벤처캐피털 설립의 촉매제가 됐다. 현재 765개의 벤처캐피털이 활동중에 있으며, 이들 펀드를 통해 사상 유례가 없는 벤처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 투자액의 40%가 벤처기업에 집중돼 있다.

벤처기업도 급속히 늘어났다. 이스라엘 내 벤처기업만 8천226개에 달한다. 인국 780만 명인 이스라엘에서 인구 950명 당 벤처기업 1개가 설립,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고용률 역시 전체 고용의 10%에 달한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는 63개의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BT 분야에 있어서는 미국을 앞지를 만큼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 결과 GDP의 45%,수출액의 50%를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의 벤처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벤처캐피털, 기업가정신, 자금지원 등 세 가지를 지목했다. 이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벤처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이민 유치정책을 설명했다. 이 정책을 통해 러시아 등 해외로부터 많은 이민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이민자로 채워졌으며, 이들 이민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경제성장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무상지원 역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다. 혁신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면 큰 리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 등이 리스크를 공유하고, 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지금 한국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지원 체계, 리스크 분담, 벤처투자의 글로벌화를 꼽았다. 그러나 이들 사업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재들의 기업가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며,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어린 학생들부터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27 ⓒ ScienceTimes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지구온난화 논쟁의 실체를 밝히다

지구온난화 논쟁의 실체를 밝히다

과학명저 읽기 8

 
과학명저 읽기 2000년대 초에 환경 보호론과 에너지 및 자원 보존론에 의문을 던지며 풍요로운 미래를 장담하는 두툼한 책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펴냈던 비외른 롬보르가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 논쟁을 다루는 책을 썼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이 책이 지구온난화가 그렇게 시끌벅적한 담론의 주제일 이유가 없다는 요지의 내용을 담은 ‘쿨잇’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 되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억지스런 내용들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쿨잇’ 역시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분석해야 할 지 판단이 어려웠다. 롬보르는 지구온난화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 듯싶었다. 다만, 현대인이 겪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기후학의 역사 속에서 매우 하찮은 사건일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누구에게나 다 재앙일 수밖에 없는 사건은 아니라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번역본의 본문이 200여 쪽이었는데,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100쪽 가까이 되는 전거 문헌들이 미주로 달려 있었다. 더구나 그 문헌들이 대부분 과학적인 연구내용인 듯 보였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두고 과학계 내부에서 심각하고 폭 넓은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싶었으며, 그 이견을 중재하거나 평가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2010년에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의 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이 출판되면서,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 논쟁의 실체를 분명히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우선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적 연구 내용에 의문을 던지는 큰 목소리들이 대부분 소수 저명한 과학자들의 저술을 통해 확산되어 왔으며,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소수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다가, 이어서 설사 온난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미래에는 기술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니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다가, 이어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더라도 기후학자들이 제시하는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섣부른 대응책을 논하기보다는 기다려 보는 게 올바른 판단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2012년 ‘의혹을 팝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된 이 책은 이렇게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부정하거나 그 심각성을 부인하는 많은 출판물들이, 사실은 과학적 연구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적시한다. 예를 들어 롬보르 같은,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문제가 진정 ‘문제’인지에 의문을 던지는 회의론자들이 ‘쿨잇’ 같은 책에서 제시한 엄청난 전거들 중에 과학적인 환경연구를 목표로 쓴 연구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또는 전문가로 포장된 몇 사람의 저명한 과학자들의, 특정 정당의 정책이나 기업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글들이 반복적으로 재인용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이들의 글은 과학의 실천이 아니라 과학을 공격하는 행위, 또는 과학 연구의 결과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 그 연구 내용을 무력하게 만드는 행위였던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문을 던지는 글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이들 과학자들은 대부분 기후과학자가 아니라 냉전시대에 무기개발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 입지를 굳힌 물리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 저명한 과학자들이 왜 연구논문이 아닌 글을 때로는 연구논문의 모양새로 발표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려 애썼던 것일까?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이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 논쟁 이전에도 이미 산성비 논쟁이나 오존홀 논쟁에서 일역을 담당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유발되는 산성비의 존재나 폐해를 부정하는 데에서, 또는 산업 활동의 생산물 또는 부산물인 화학물질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오존홀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에서도 일관되게 산업 활동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나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심지어 간접흡연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 논쟁에서도 이들이 산업계의 자문역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저명한 과학자들이 담배업계나 석유업계로부터 연구비나 생계비를 원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 소수 과학자들의 일차적인 목표가 산업계로부터의 연구비나 돈을 받는 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우선, 산업계로부터의 지원이 환경문제 일반 특이 지구온난화 논쟁에 미치는 힘은 주의 깊게 가늠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미국기업연구소, 경쟁기업연구소, 하트랜드연구소, 케이토 연구소, 헤리티지재단, 사이먼재단, 과학환경정책프로젝트, 건전과학진흥연맹 등 수많은 조직들의 이름을 가끔 듣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 조직들일까? 이름만으로는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세워져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가늠할 길이 없지만, 예를 들어, 건전과학진흥연맹은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의 판촉을 위한 홍보조직이며, 지구온난화 논쟁의 두 주역 프레드 싱어와 프레드 사이츠는 이 조직의 과학고문이었다.

수많은 조직들이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담론을 만들고 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보수 씽크탱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싱어나 사이츠 등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글을 써 온 저명 과학자들의 활동을 추동하는 궁극적인 힘 역시 자유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 개인의 ‘보수적’ 정치 이념이었다. 재계에서조차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들’로 여겨지는 이들은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개발 과정을 통해 학문적 명망을 얻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를 요구하는 환경담론을 자유로운 사회를 위협하는 적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많은 과학기술학자들이 과학이 특정 전문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대중에게도 또는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에게로 확산되어 가는 전통적인 과학의 형성과 전파 모델이 지나치게 단순해서 실제 과학의 모습을 그려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해 왔다. 과학기술학자들은 과학의 행로가 전문 학자들 뿐 아니라 이를 보는 대중의 열망이나 의문 그리고 판단의 영향을 받게 되며, 과학지식은 경제, 문화, 정치적 제도 등과 ‘함께 생산’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의혹을 팝니다’에서는 동료심사라는 엄정한 절차를 거쳐 발표되는 신중하고 신뢰할 만한 과학과 정치적 이념적 의제를 가진 잘못된 과학이 지나치게 극명하게 대조되어 있는 듯싶었다. 정교한 플롯 속에 역사적 문서를 철저히 파헤치며 쓴 무게와 설득력을 지닌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과학 자체를 지나치게 반듯하고 문제가 없는 활동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료 과학기술학자들은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행위와 정치행위를 극명하게 구분하는 서술의 문제점을 저자들이 생각지 않았을 리는 없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과학사학자로 학문적 입지를 굳힌 주 저자 오레스케스는 대학에서 과학기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날카로운 정치적 현실감각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흡연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 화석연료와 미래에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또는 지구온난화 논쟁에 대해서 오레스케스는 과학기술학 ‘전문가’로서 정치적 판단을 포함하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그리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밝히려 했던 것이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한 학생은 책의 내용이 마치 몇몇 과학자들을 단죄하려는 검사의 기소장처럼 읽힌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이들 과학자들의 유죄를 입증하려면, 흡연의 유해성, 오존구멍, 산성비, 살충제 문제, 그리고 지구온난화 논쟁에 이르기까지 각 사안에 따라 별개의 증거들이 필요한데, 자유시장을 수호하겠다는 이념이라는 유일한 동기가 그 모든 혐의에 적용되고 있다는 게 수상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레스케스는 바로 그 점을, 즉 시장 자유주의 이념이 환경보호 담론을 적대시하는 갖가지 활동의 공통된 동기였음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전술이 정당하지 못하며 이들의 이념이 잘못된 것임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정치가 함께 생산된다는 동료 과학기술학자들의 정교한 이론은 이 비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술은 과학기술학의 이론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기술학의 실천을 위한 시도였던 셈이다.
소개 도서 :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유강은 옮김,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온난화
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미지북스, 2012

김기윤 (한림대학교 사학과)

저작권자 2013.05.24 ⓒ ScienceTimes

하늘과 세종대왕

하늘과 세종대왕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5

 
과학에세이 세종대왕은 중국에서 입수된 천문학을 가지고 우리 하늘에서 일어나는 천문 현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무척이나 가슴아파하셨다. 이는 중국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기술한 천문학이 조선 하늘에서 맞을 리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도 일국의 제왕일진대 어떻게 내 나라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측하지 못하나’ — 어느 임금도 하지 않은 고민을 세종대왕은 하셨던 것이다.

동지 때마다 사신이 새해 관련 ‘천기누설’을 중국으로부터 받아오는 것이 끝내 못마땅했던 세종대왕은 마침내 이순지 등을 시켜 칠정산을 완성시키기에 이른다. 이리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책력 체제가 확보된 것인데 이는 한글 창제 못지않은 대왕의 치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 복원된 세종대왕시대 천체관측기구 간의 ⓒ한국천문연구원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본원 앞마당에는 세종대왕시대 천체관측기구 간의대가 실물 크기로 복원돼 있다. 원래 간의대는 경복궁 북서쪽 구석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끔 간의대에 올라가 세종대왕이 어디에 서 계셨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세종대왕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중국 사신의 방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사신 일행이 경복궁 안에 설치된 천문관측 기구를 보고, 감히 중국 천자나 할 수 있는 일을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하고 있다며 시비를 걸어올까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 사신이 오면 그러한 기구들을 모두 분해해서 숨겼다고 전해진다. TV 연속극 ‘대왕 세종’을 보면 우리 황후의 가마 속에 이 기구를 숨겨 가지고 가다 중국 사신의 검문을 받는 굴욕적인 장면이 나온다.
▲ 경복궁 내 관상감과 간의대의 위치 ⓒ한국천문연구원

경복궁 건물 배치도를 보면 임금님에게 하늘의 뜻을 직소한 관상감 역시 근정전 바로 옆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관상감의 역할은 TV 연속극 ‘해를 품은 달’에 일부 소개된 바 있다. 조선시대 영의정이 관상감장을 9번이나 겸직했다는 사실은 조선 역사에서 차지하는 하늘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시리즈의 세 번째 글에서 만 원 지폐의 뒷면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세종대왕이 나오시는 앞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만 원 지폐 앞면에는 근정전 옥좌 뒤의 병풍 그림 ‘일월오봉도’가 있다. 우리는 천손의 후예답게 해와 달이 나오는 지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월오봉도란 해와 달과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으로 ‘일월화수목금토’를 의미한다. 즉 태음(달)과 태양(해)과 오행성을 통해 음양오행의 우주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앞 옥좌에 앉는 분이 바로 천손의 통치자였던 것이다!
▲ 만 원 지폐 앞면 ⓒ한국은행

‘칠정산’이 완성되기 전 세종대왕이 뙤약볕 아래 앉아 의관정제하고 일식을 기다린 일이 있었다. 왕조시대 달이 왕의 상징인 해를 가리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고됐던 일식이 15분가량 늦게 일어나자 인자하기로 소문난 대왕이 천문관에게 태형을 내렸다. 곤장을 맞은 천문관의 고통보다 대왕의 심적 고통이 더 컸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 경복궁 근정전 옥좌와 일월오봉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장 시절 나는 일식예보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하늘을 보면 일식이 안 일어날까봐 굉장히 불안했었다. 일식이 안 일어나면 볼기맞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돼 정확하게 일어나는 일식을 지켜보면서 하늘의 이치를 터득하는 일이 얼마나 경건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5.2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