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아이디어 얻었죠”
[인터뷰] 양승윤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의료현장에서 사람의 조직표면은 혈액이나 점액질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화학적 접착제(glue)는 젖은 조직표면에서 접착력이 저하되고 조직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젖은 조직을 접착할 때 의료용 바늘이나 스테이플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을 침투할 때 국부지역에 큰 힘이 가해져 흉터나 조직괴사 같은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침투 깊이가 깊어 신경이나 혈관에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조직의 표면상태나 종류에 관계없이 강한 접착력을 이루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직접착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근 재미 한인 과학자 양승윤 박사가 혈액이 묻은 피부나 점막 조직에 부착할 수 있는 의료용 조직접착기술을 개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양 박사가 개발한 ‘마이크로바늘’은 다양한 조직에 접착력을 가지는 동시에 조직 손상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젖은 조직을 접착할 때 의료용 바늘이나 스테이플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을 침투할 때 국부지역에 큰 힘이 가해져 흉터나 조직괴사 같은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침투 깊이가 깊어 신경이나 혈관에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조직의 표면상태나 종류에 관계없이 강한 접착력을 이루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직접착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근 재미 한인 과학자 양승윤 박사가 혈액이 묻은 피부나 점막 조직에 부착할 수 있는 의료용 조직접착기술을 개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양 박사가 개발한 ‘마이크로바늘’은 다양한 조직에 접착력을 가지는 동시에 조직 손상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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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윤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양승윤 |
기생충 부착능력 모방
마이크로바늘은 기생충의 부착능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구결과다. 침투한 조직 내부에서 부풀어 올라 조직과 맞물림을 형성하기 때문에 물이나 혈액에 젖은 피부, 점막조직, 근육조직 등 표면 상태나 종류에 상관없이 효과적으로 접착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양 박사는 기생충이 물고기 소장에 침투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연구를 시작했다. 닻을 내리듯 물고기 소장에 달라붙는 기생충에서 연구의 결정적 단서를 얻은 것이다.
“기생충은 물고기 소장에 부착할 때 닻을 내리듯 내려옵니다. 이번 마이크로바늘은 그것과 원리가 비슷해요. 기본원리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바늘을 조직에 침투시키고 자발적으로 체내 물을 흡수하는 것이죠.
이렇게 될 때 부풀어 오른 조직과 기계적인 맞물림을 이뤄 조직접착력을 이루게 됩니다. 기생충의 부착원리를 모방하기 위해 마이크로바늘 구조를 이중구조로 만들고 양친매성을 가진 블록공중합체를 물을 흡수하는 재료로 사용했어요.”
기계적인 맞물림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화살촉이나 버섯처럼 머리가 몸체보다 큰 구조가 조직에 박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쉽게 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가 큰 구조를 조직에 침투시키려면 매우 큰 힘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양 박사는 내부를 채우는 물질과 물을 흡수하는 물질의 접착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내부를 채우는 물질은 물에 반응하지 않는 소수성 물질이에요. 이것이 물을 흡수하는 물질과 접착력을 이루지 못하면 두 층이 쉽게 분리되죠. 때문에 두 층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물을 흡수하는 물질로 소수성과 친수성을 모두 가진 ‘양친매성 물질(블록공중합체)’을 이용함으로써 물도 흡수하면서 내부의 소수성 물질과의 접착력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조직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1밀리미터 이하의 마이크로바늘을 이용했다. 더욱 넓은 면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패치 형태로 바늘을 만든 것이다. 부풀어오르는 마이크로바늘 어레이는 피부, 소장 점막조직, 근육조직 등 다양한 조직에 강한 접착력을 보였다. 또한 조직 내에서 물을 흡수하면서 바늘이 부드러워져 부착상태 제거 시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기존의 접착제 ‘수퍼글루’는 화학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조직과 접착을 이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지만 반응성이 너무 높아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는 단점이 지적되곤 했다. 게다가 조직표면이 단백질이나 여러 부산물로 덮여 있는 경우 조직위의 물질과 반응하기 때문에 접착력 없이 쉽게 떨어져 나갈 수도 있었다.
“염증반응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혈액 응고반응을 이용한 피브린 글루나 여러 종류의 접착제가 개발되기도 했는데 이런 물질들도 젖은 조직에서는 접착성이 낮고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한 조직에서만 접착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마이크로바늘 패치는 기본적으로 조직을 뚫고 들어가 내부와의 기계적 맞물림으로 접착을 이루기 때문에 조직 표면의 상태와 상관없이 다양한 조직과 접착력을 이루고 효과도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마이크로바늘 패치를 이식된 피부 고정을 위해 사용한 결과, 기존 의료용 스테이플러보다 3.5배 이상의 높은 조직접착력을 보여주었다.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도 완벽히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 위해 패치로 만들어진 만큼 손목같이 움직임이 많은 관절에서도 부착력을 유지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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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로바늘 패치는 관절에서 100번 이상의 움직임에도 강한 접착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
피부재생 효과 높아
이번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접착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으며 바이오 적합성이 높은 물질을 바늘 재료로 사용한 만큼 화학물질에 의한 염증이나, 면역반응도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더불어 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용과 밀접하게 관련된 안면수술이나 피부재생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 박사는 “마이크로바늘 접착제가 패치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고 짧은 시간 안에 조직접착을 이룰 수 있다”며 “응급상황이나 수술실같이 치료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가 연구를 시작한 것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부터다.
“제가 지금 연구실에 합류하기 전부터 조직접착제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물질이나 시스템은 젖은 조직에 대한 접착력이 좋지 않아 단순히 조직접합뿐 아니라 약물전달, 조직공학, 재생의학과 관련된 연구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황이었죠. 때문에 피나 점막조직에 의해 젖어 있는 조직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갖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이크로바늘은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하는 기술이었던 만큼 초반 아이디어 단계가 고군분투의 시기였다.
“연구 초기에는 머릿속이 온통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모임과 아이디어 회의 끝에 ‘조직에 침투해서 맞물림으로 접착력을 이룬다’는 큰 틀을 확립할 수 있었고,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제외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조직손상을 최소화하고 접착력을 강하게 이룰 수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마이크로바늘은 약물을 깊숙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조직공학이나 재생의학에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 박사는 현재 생분해성 고분자로 마이크로바늘 패치를 개발해 응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포부를 묻는 질문에 “부풀어오르는 마이크로바늘을 단순히 조직접착제로 한정하지 않고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문제해결 도구로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2013.05.02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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