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29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시장과 상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시장에 속하지 않은 영역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화의 의미와 목적, 재화를 지배해야 하는 가치를 놓고 깊이 사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얼마 전 한 식품회사 영업직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 사장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격분한 네티즌들은 물론 일부 대리점조차도 이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했고 결국 회사 경영진들이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갑(甲)과 을(乙)의 비대칭적 관계 앞에서는 우리 전통의 연장자 우대 풍속조차도 빛이 바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영업직원도 평소 업무와 관계가 없는 상대(설사 연장자가 아니더라도)에 대해서는 그런 폭언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매출실적을 올려야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절박함이 순간 도덕성을 마비시킨 게 아닐까.
시장 앞에서는 동물도 사물이 돼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얼마 전 한 식품회사 영업직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 사장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격분한 네티즌들은 물론 일부 대리점조차도 이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했고 결국 회사 경영진들이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갑(甲)과 을(乙)의 비대칭적 관계 앞에서는 우리 전통의 연장자 우대 풍속조차도 빛이 바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영업직원도 평소 업무와 관계가 없는 상대(설사 연장자가 아니더라도)에 대해서는 그런 폭언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매출실적을 올려야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절박함이 순간 도덕성을 마비시킨 게 아닐까.
시장 앞에서는 동물도 사물이 돼
![]() |
| ▲ 조건에 따른 거래 수락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왼쪽은 10유로를 받는 대가로 생쥐를 죽게 한 경우로 45.9%가 받아들였다. 가운데는 양자간 시장 조건으로 10유로 이하로 거래가 성사된 비율이 72.2%에 달했고 오른쪽은 다자간 조건으로 75.9%에 이르렀다. 시장에 몰입할수록 도덕성이 무뎌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언스’ |
‘사이언스’ 5월 10일자에는 ‘도덕과 시장(Morals and Markets)’이라는 제목의, 과학저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 논문이 실렸다. 시장이라는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의 도덕성이 얼마나 속절없이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논문인데 솔직히 필자도 뜨끔했다.
독일 본대학과 밤베르크대학의 연구자들이 사람들의 도덕성을 시험하기 위해 내세운 건 실험동물인 생쥐다. 이 생쥐는 어리고 건강해 사료를 주고 키우면 2년은 살 수 있다. 피험자들은 두 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즉 10유로(약 1만4천원)를 받는 대신 생쥐를 죽게 하느냐 아니면 돈을 안 받고 생쥐를 살려두느냐다. 참고로 생쥐를 죽일 때는 독가스를 사용한다고 알려준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동물일지라도) 부당하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힌다는 건 부도덕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위의 상황에 접한 사람들은 도덕적 갈등을 겪게 된다. 조사 결과 피험자의 45.9%가 생쥐의 죽음을 대가로 10유로를 받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이어 시장상황을 개입시켰다. 첫 번째는 ‘양자간 시장(bilateral market)’ 조건으로 피험자 한 사람은 생쥐를 파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사는 사람이 된다. 파는 사람은 성사된 거래 가격을 받고 사는 사람은 20유로에서 거래 가격을 뺀 금액을 받는다. 예를 들어 8유로에 거래가 성사되면 파는 사람은 8유로, 사는 사람은 12유로를 받는다. 그리고 판매된 생쥐는 죽는다. 만일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생쥐는 목숨을 건지지만 두 사람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실험결과 양자간 시장에서 제시 가격이 10유로 이하로 성사된 비율이 72.2%에 달했다. 양자간 거래라는 시장상황이 매매 대상인 생쥐의 운명에 대한 도덕적 부담감을 희석시킨 셈이다.
독일 본대학과 밤베르크대학의 연구자들이 사람들의 도덕성을 시험하기 위해 내세운 건 실험동물인 생쥐다. 이 생쥐는 어리고 건강해 사료를 주고 키우면 2년은 살 수 있다. 피험자들은 두 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즉 10유로(약 1만4천원)를 받는 대신 생쥐를 죽게 하느냐 아니면 돈을 안 받고 생쥐를 살려두느냐다. 참고로 생쥐를 죽일 때는 독가스를 사용한다고 알려준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동물일지라도) 부당하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힌다는 건 부도덕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위의 상황에 접한 사람들은 도덕적 갈등을 겪게 된다. 조사 결과 피험자의 45.9%가 생쥐의 죽음을 대가로 10유로를 받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이어 시장상황을 개입시켰다. 첫 번째는 ‘양자간 시장(bilateral market)’ 조건으로 피험자 한 사람은 생쥐를 파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사는 사람이 된다. 파는 사람은 성사된 거래 가격을 받고 사는 사람은 20유로에서 거래 가격을 뺀 금액을 받는다. 예를 들어 8유로에 거래가 성사되면 파는 사람은 8유로, 사는 사람은 12유로를 받는다. 그리고 판매된 생쥐는 죽는다. 만일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생쥐는 목숨을 건지지만 두 사람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실험결과 양자간 시장에서 제시 가격이 10유로 이하로 성사된 비율이 72.2%에 달했다. 양자간 거래라는 시장상황이 매매 대상인 생쥐의 운명에 대한 도덕적 부담감을 희석시킨 셈이다.
![]() |
| ⓒ강석기 |
이런 경향은 ‘다자간 시장(multilateral market)’ 조건에서 더 심해졌다. 즉 판매자가 9명, 구매자가 7명으로 이뤄진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경쟁을 하다 보니, 즉 시장상황에 몰입하다보니 거래가 성사된 경우가 75.9%에 이르렀다. 게다가 평균 거래 가격, 즉 생쥐의 목숨 가격도 불과 5.1유로로 양자간 시장의 9.8유로보다 훨씬 낮았다.
거래 반복될수록 도덕성 둔감해져
![]() |
| ▲ 2.5유로부터 2.5유로 간격으로 50유로까지 금액을 제시했을 때 돈을 받는 대가로 생쥐는 죽이는 데 동의한 사람의 누적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50유로에도 27.1%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는 ‘칸트주의자’임이 밝혀졌다. ⓒ‘사이언스’ |
위의 다자간 시장 결과는 열 차례에 걸쳐 성사된 거래 가격의 평균이다. 그런데 거래를 차례대로 놓고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거래에 참여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생쥐의 목숨 가격이 떨어졌던 것. 즉 처음 거래를 했을 때 평균 가격은 6.4유로였는데 끝에 가서는 4.5유로에 불과했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생쥐의 죽음에 대한 도덕적 부담감이 희석됐다는 얘기다. 반면 도덕성이 개입하지 않는 교환 쿠폰 매매에 대한 다자간 시장 상황에서는 거래가 반복되어도 가격이 떨어지는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경향은 생쥐 시장에서 나타나는 도덕성 붕괴를 보여주고 있고 사회적 학습과 내재적인 사회적 기준 형성을 시사한다”며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걸 지켜봄으로써 이런 조건을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돈에 눈이 어두워지는 건 아니다. 다자간 시장 상황에서도 약 24%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즉 판매자가 가격을 제시하지 않거나 구매자가 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윤리적인 사람들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이 2.5유로부터 50유로까지 2.5유로 단위로 금액을 제시했을 때 쥐의 목숨과 맞바꾼 사람의 비율이다. 즉 2.5유로를 받아들인 사람은 30%가 안 되지만 금액이 올라갈수록 비율도 증가하는데 50유로에서도 27.1%는 여전히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칸트주의자(Kantian)’라고 부르며 “모든 것은 가격이나 존엄성을 지닌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있다. 반면 존엄성을 갖는 것은 무엇이든 가격을 초월해있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저서 ‘도덕형이상학을 위한 기초’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하던 삶의 영역으로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산하는 현상은 현대에 발달된 가장 두드러진 모습 중 하나”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풍조가 제도의 뒷받침을 받으며 생활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칸트주의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필자를 비롯해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경향에 물들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인간!”
연구자들은 “이런 경향은 생쥐 시장에서 나타나는 도덕성 붕괴를 보여주고 있고 사회적 학습과 내재적인 사회적 기준 형성을 시사한다”며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걸 지켜봄으로써 이런 조건을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돈에 눈이 어두워지는 건 아니다. 다자간 시장 상황에서도 약 24%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즉 판매자가 가격을 제시하지 않거나 구매자가 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윤리적인 사람들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이 2.5유로부터 50유로까지 2.5유로 단위로 금액을 제시했을 때 쥐의 목숨과 맞바꾼 사람의 비율이다. 즉 2.5유로를 받아들인 사람은 30%가 안 되지만 금액이 올라갈수록 비율도 증가하는데 50유로에서도 27.1%는 여전히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칸트주의자(Kantian)’라고 부르며 “모든 것은 가격이나 존엄성을 지닌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있다. 반면 존엄성을 갖는 것은 무엇이든 가격을 초월해있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저서 ‘도덕형이상학을 위한 기초’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하던 삶의 영역으로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산하는 현상은 현대에 발달된 가장 두드러진 모습 중 하나”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풍조가 제도의 뒷받침을 받으며 생활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칸트주의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필자를 비롯해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경향에 물들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인간!”
저작권자 2013.05.16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