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이상주의인가, 돈벌이인가?
대학을 수출하는 미국 명문대들 (상)
미국의 명문대들이 대학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 대다수가 전통적인 해외학습 프로그램을 뛰어 넘어 세계 각지에 분교를 세우는 데 적극적이다. 기업체로 본다면 해외에 본사의 지사를 설립하는 셈이다.
물론 세계화에 발맞춰 글로벌 대학으로의 변신을 통해 세계 각국의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겠다는 주장이지만 아카데미의 전당인 대학의 이런 모습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화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와 재정적 필요성이 합쳐져 국제분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세계화에 발맞춰 글로벌 대학으로의 변신을 통해 세계 각국의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겠다는 주장이지만 아카데미의 전당인 대학의 이런 모습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화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와 재정적 필요성이 합쳐져 국제분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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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은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지성인의 요람이다. 자유와 학문의 공간인 상아탑이 최근 세속적인 돈벌이에 치우쳤다는 비난이 많다. 최근 미국 명문대들은 대학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전경 ⓒ오타고 대학 |
우리나라, 미국 명문대들의 관심 1호
우리나라는 미국 명문대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영어와 더불어 해외유학 열풍이 강하게 일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유학 증서라는 서류 한 장이 학계를 비롯해 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만큼 대접받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명문대들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대학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 명문대를 ‘사모하는’ 정서,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대학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일부 사립대학들은 아마 짐을 싸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명문 뉴욕대학(NYU)의 존 섹스턴 총장은 지난 11년 동안 야심적인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인 ‘NYU2031’이라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해외에 일종의 분교인 소위 ‘글로벌 네트워크 유니버시티(Global Network University)’를 건설하고 본교가 위치한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면적 2.6평방 킬로미터의 새 캠퍼스를 짓는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따라 섹스턴 총장은 2009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희망의 땅, 혁신의 땅으로 급부상한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 이미 분교를 설립했고, 중국 상하이에 캠퍼스를 건설중이다. 앞으로 6개 대륙에 걸쳐 16개 캠퍼스를 추가로 세울 계획으로 이를 추진중에 있다.
대학들, 등록금 올렸지만 재정난에 시달려
이런 정책을 보고 있는 본교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NYU 교수들과 학생들은 모교의 그런 확장정책의 부당성을 성토한다. 왜 그런가? 오히려 자신들이 속한 학교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좋은 정책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의 정책은 정도가 지나친 자만심의 발로이며 진보적 가치관과 진지한 학문탐구, 교육의 질을 희생시키고 돈과 명예를 거머쥐려는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아니, 그들은 돈벌이에 팔을 걷어붙여 학교에 망신살을 안겨주고 있다고 저항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런 의문을 품고 있다. 상아탑 교육의 원래 사명을 훼손하지 않고 맥도날드 햄버거나 할리우드의 영화처럼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상아탑의 원래 사명과 돈벌이의 기업과 흥행의 할리우드와는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하긴 대학들만 탓할 것만도 아니다. 미국 대학들은 지난 30년 동안 평균 물가상승률의 2~3배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렸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미국 명문대 분교는 대게 중동이나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돈 많은 중동과 동아시아가 관심지역
중동과 동아시아는 기본적으로 비싼 미국 명문대를 수용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는 다소 풍족한 국가들이다. 또한 현지 정부가 미국 명문대라는 브랜드를 수입하기 위해 여러 자지 방법으로 후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해외분교 대부분은 현지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마찬 가지로 비싼 수준의 등록금을 요구한다. 대신에 제한된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건물 비용 및 기타시설 비용 등 간접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 돈벌이에는 그만이다.
현지 정부의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 그리고 등록금 수입까지 챙기면 미국 대학은 절실히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분교에서 돈을 벌어 본교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것이 대학을 수출하는 미국 명문대의 속셈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미국 대학들의 캠퍼스 해외확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혹시 중요한 기회를 잃을세라 서둘러 확장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도 그렇다.
미국 대학 해외 분교 200개, 꾸준히 늘 전망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미국 대학의 해외 분교는 200여개에 이른다. 지난 3년 동안 23%나 늘었다. 앞으로 2년 안에 37개 분교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미국 명문대 발자국이 어느 때보다 널리 세계 도처에 찍힌다는 것이다.
이미 문을 연 뉴욕대학 아부다비분교(NYUAD)는 개교 3년째로 현재 22개학부전공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NYU상하이는 현재 캠퍼스를 건설중이다. 면적이 1천11ha에 이르는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을 얻어 웨일 코넬 메디컬 칼리지, 조지타운, 노스웨스턴, 텍사스 A&M, 카네기 멜런 등 미국 대학의 소형분교가 들어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듀크 대학은 중국 쿤산(昆山)에 캠퍼스를 짓고 있다. 예일대학은 싱가포르 국립대(NUS)와 공동으로 예일-NUS 칼리지를 설립했다. NUS는 듀크대, NYU, 존스 홉킨스 대학과도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외국 분교가 무려 39개나 있다.
“세계수준의 대학이 세계화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해”
돈벌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 운영자들도 나름대로 변이 있다. 세계수준의 대학이라면 당연히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전 세계에 족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섹스턴 NYU 총장은 2010년에 작성한 방대한 캠퍼스 확장계획 설명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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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대학의 존 섹스턴 총장(오른쪽)은 해외 분교설립에 귀재라는 별명을 안고 있다. 특히 중동 진출이 활발하다. ⓒ뉴욕대학 |
“공자에서부터 소크라테스, 이븐 알 아라비(이슬람 최고의 사상가), 페트라르카(이탈리아 인문주의 선구자), 그리고 칸트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쳐 수많은 사상가들이 사회의 근본으로서 세계주의를 추구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는 이어서 “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부상하는 글로벌 사회의 상호의존적인 속성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육성하며, 구현하도록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외학생들도 그런 경험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외분교 설립과 관련, 거의 모든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차별, 교육의 질, 시민의 자유, 학문의 자유, 재정적 동기, 그리고 특히 비민주적인 국가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학을 건설하는 것은 대학에 걸 맞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독재가 횡행하는 국가에 자신들의 모교가 들어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육의 질 저하, 비민주국가에 민주대학을 세우는 것은 안돼”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선 해외분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미국 국내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각종 자료와 해외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수에 따르면 해외 분교는 당연히 과정과 전공, 학위프로그램이 제한을 받는다. 주로 경제적인 매력이 큰 비즈니스, 그리고 과학과 기술에 집중된다.
듀크대학 중국 쿤산분교 메리 블록 부총장은 “분교설립 첫 5년 동안은 대학이라기보다 소규모 단과대학 규모로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쿤산 분교는 첫 단계로 경영학과와 글로벌 보건과정에서만 학위를 수여할 계획이다.
학생 150명으로 문을 연 예일-NUS 칼리지는 미국 본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필수과정과 수천 가지 선택과정을 합쳐 본교보다 범위가 훨씬 좁은 필수 공동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새롭게 도입했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할 내용이다. (계속)
저작권자 2013.04.30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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