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돈 아주대 교수
노벨상 수상자 서적 다수 낸 美 스프링거 출판사 비용 부담, 저자 섭외 이메일만 수천통
"한국인이
총괄한다는말에 끝내 거절한 사람도 있었죠"
세계 최대 학술전문 출판사인 미국 스프링거(Springer)는 11일 총 2030페이지, 세 권으로 이뤄진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을 서적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출간했다. 이 책은 인간이 갖고 있는 2만5000여개의 유전자 중에서 신호전달에 관련된 4000개를 선별해, 각 유전자가 발견된 역사적 배경과 작용 메커니즘, 질병과 관련성, 미래 연구 전망 등을 상세히 적은 것이다. 유전자들은 알파벳 순으로 정리돼 있고, 많은 그림과 표를 사용한 컬러로 인쇄됐다. 유전자를 망라한 백과사전은 전례가 없었다.
최상돈 교수는“지난
25년간 생명과학 연구를 해오면서 유전자 백과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수십년 연구하는 과정에서 친분을 맺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사전이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주대 제공
2006년 귀국해 아주대에 부임한 그는 그때부터 유전자 백과사전을 펴내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전자 리스트를 뽑고 유전자마다 최적의 저자를 자체적으로 선정했다. 2009년 초에는 이 같은 기획 아이디어를 담은 제안서를 스프링거 출판사에 보냈다. 스프링거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서적을 다수 펴낸 곳으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처음으로 출판한 곳이기도 하다. 스프링거는 출판 비용을 부담하겠다며 나섰다.
최 교수는 본격적으로 집필진 모집을 시작했다. 각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사람, 혹은 그 유전자 연구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사람들에게 손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을 알리는 2001년 네이처 논문의 저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노벨상 수상자인 알프레드 길먼이 이끄는 연구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면역세포의 세포 신호전달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때 쌓아놓은 전문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저자 섭외는 쉽지 않았다. 백과사전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그걸 한국인 과학자가 총괄한다고?'라는 태도를 보였다. 처음에 호의를 보이다가 한국인이 주도한다는 말에 끝내 발을 뺀 사람도 있었다. 최 교수는 "칼텍에서 연구할 때는 이메일 한 통이면 됐는데…"라며 웃었다. 그가 저자들을 설득하느라 보낸 이메일은 수천통을 헤아린다. 800여명의 각 저자가 보내온 원고를 일일이 감수하는 작업도 그의 몫이었다. 만 4년간 주말마다 매달렸다. 최 교수는 "한때는 그만둘 생각도 했다"며 "아무런 보수 없이 참여해준 과학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 교수를 포함, 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 서울대 의대 박웅양 교수, 아주대 공대 김용성 교수, 이화여대 자연대 이종란 교수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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