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한가위 보름달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

한가위 보름달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

추석에 숨겨져 있는 과학이야기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예부터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또한 1년 동안 지은 농사를 수확하고, 그 수확물을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1년을 정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추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이나 신라시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이는 '크다' 라는 뜻의 '한'자와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 추석은 1년의 농사를 마무리 짓는 시기이자, 다음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추석에 뜨는 보름달은 예로부터 단순한 '만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ScienceTimes

추석하면 생각나는 음식, 송편

추석에는 추석빔을 입고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햇과일, 토란국 등의 음식을 장만하여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는 것이 오랜 풍습이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도 하나의 풍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하면 생각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송편'이다. 송편은 떡의 한 종류로 추석 때 햇곡식으로 빚는 명절떡이다.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빚은 이른바 '오려송편'은 차례상을 차릴 때나 산소에 바치며, 송편의 종류는 색별로 다르고 속에 넣는 소와 떡의 모양도 지역별로 다르다.

송편을 찌는 방법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찜기에 면을 깔고 찌는데, 예전에는 솔잎을 깔고 쪘다. 지금도 종종 솔잎을 깔고 찌는 사람도 있지만, 솔잎을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은 그냥 찌는 편이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까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입으로 향과 항균 효과를 한번에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일차적인 이유는 솔잎 향이 송편에 배게 하기 위해서다. 솔잎향은 원래 악취를 없애고 해로운 균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 주위 환경을 청결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른 어떤 향보다 솔잎에서 나는 향이 탁월한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식품과학회에서 발간한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의하면 솔잎은 구황식의 대표적인 것의 하나로 밝혀져 있다. 조선조 현종 때 이미 솔잎에 쌀가루를 섞어 죽을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솔잎은 병에 저향력을 생기게 하고, 느릅나무 껍질과 함께 곡식가루에 섞어 먹으면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도 뼈마디가 저리고 아픈 질환 등을 다스리며, 오장육부를 편하게 한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솔잎을 까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솔잎이 가진 항균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살균 물질을 발산한다. 발산하는 이 살균 물질을 과학적인 용어로는 '피톤치드'라고 하는데, 이 피톤치드는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초와 잡초 등의 식물이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인간에게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평안을 주는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1937년 현 상트페테르부르트 대학의 전신인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의 생화학자인 토킨(Boris P. Tokin)이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희랍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cid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피톤치드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삼림욕의 효능 때문이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은 잘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잘 쉬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중 하나가 바로 삼림욕이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폐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숲속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도 이것은 일반적인 생각인데, 이는 바로 피톤치드의 구성물질 때문이다.

피톤치드의 구성물질은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과 알칼로이드 성분, 글리코시드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삼림욕을 하면서 이러한 피톤치드가 몸에 들어가게 되면 몸속에서 나쁜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 등을 없앤다고 한다. 즉, 삼림욕을 하면 식물에서 나오는 각종 항균성 물질을 이르는 피톤치드가 몸으로 들어가면서 병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 삼림욕을 하면서 얻는 피톤치드는 호흡기 질환 및 결핵 치료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왔고, 실제로 몇몇 연구 결과 피톤치드는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Science Times

피톤치드의 효과는 산 중턱이 효과적이며, 숲 한가운데서 숲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조금씩 내뱉는 복식 호흡을 하면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한다. 삼림욕은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일사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오후 시간대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은 2012년 9월 '2012 보건,환경 연구성과' 발표를 통해 피톤치드가 여름철 숲속에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하루 종일 검출되고, 봄과 겨울에는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출량이 많다고 했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보름달

추석에 뜨는 보름달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정월대보름과 6월 유두, 7월 백중도 보름 명절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월대보름과 추석은 가장 큰 명절이다. 추석은 그동안의 농사를 잘 짓게 해준 것을 감사하는 이른바 농공감사일이며, 농사의 결실을 보는 절일이다. 또한 한 해 농사를 마무리 하는 시기이며, 다음해의 풍년을 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농사의 풍작을 비롯,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추석은 보름달이 뜨는 보름날이고, 보름달은 곡물로 치면 수확 직전의 알이 꽉 찬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추석을 달의 명절이라고도 한다.

곡물 농사의 경우, 싹이 돋고 만개해서 열매를 맺으면 추수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한 해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한다. 이는 민속학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달의 속상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초승에 소생한 달은 꽉찬 보름에 생명력의 최대점을 보여주다가 그믐 무렵에는 사라지고, 이어서 다시 초승에는 소생해서 '차고 기우는' 것을 반복한다.

또한 이것을 죽음과 삶의 반복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이는 곧 재생하는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한다. 농경사회에서 달의 재생과 농사의 재생적인 속성을 같은 것이라고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달의 형상 가운데서도 풍요를 상징하는 보름달은 중요하다. 이러한 보름달이 뜨는 만월명절인 추석은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더 커보이는 이유는?

그렇다면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더 커보이는 것은 이유는 무엇일까? 예로부터 선조들은 한가위에 뜨는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한가위에 뜨는 달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실제 달의 크기는 변함이 없다. 추석이라고 해서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달의 크기가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달의 공전 궤도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궤도가 타원형이기 때문에, 달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달의 공전궤도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타원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짜에 따라, 때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달이 지평선에 있을 때, 커보이는데 바로 이때는 지구의 대기 때문에 커보이는 것이다. 지평선 부근에서 달빛이 들어오면, 하늘 높은 곳에 있을 때보다 훨씬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빛의 산란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높은 곳에 뜬 달보다 지평선 부근에 뜨는 달이 더 커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달 착시' 현상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천문학 교수인 제프세커는 미국과학아카데미회보를 통해 이와 관련된 실험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달임에도 동녘의 지평선 또는 수평선에서 막 떠오른 보름달이 머리 위로 높게 떠오른 중천의 달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시신경은 물체가 위치한 곳의 거리를 고려해 그 크기를 파악하는데, 지평선의 건물, 나무와 비교해 달이 훨씬 멀리 있을 때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그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달이지만 지평선의 달을 훨씬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까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더 커보이는 이유는 눈의 착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 보는 달보다 지평선 가까이에서 뜬 달이기 때문에 훨씬 더 크다고 느껴지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추석 보름달을 가장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
▲ 지구 주변을 도는 달의 공전궤도가 정원형이 아닌 타원형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달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연합뉴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가장 크다고 느끼는 것이 과학적으로는 눈의 착각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눈의 착각은 1년 동안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도와준 하늘에 대한 고마운 마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추석은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 뜨는 보름달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원균 : Pathogenic bacteria. 동물에 기생해서 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가진 세균. 병원세균이라고도 하며, 같은 세균이라도 기생하는 숙주인 동물에 따라 또는 그 부위에 따라 병원균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므로 과학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근래에는 병원체에 포함되기때문에 병원균이라는 말 자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2.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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