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5일 토요일

희망을 전달하는 과학캠프 속으로

희망을 전달하는 과학캠프 속으로

과학자 선배와 만남의 시간 가져

 
전남 나주시 반남초등학교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한영원 학생. 평소 영원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한자공부를 하고 교실에 남아 복습을 하다 귀가한다. 주말에는 친구집에서 놀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래잡기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요즘에는 창의체험학습과 캠프도 많아졌지만, 수도권 친구들에 비해 문화체험이 쉽지않은 영원이는 ‘과학나눔 희망캠프’를 계기로 지난 13일 처음으로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하게 됐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올 3월부터 ‘과학나눔 희망캠프’라는 이름으로, 과학문화 체험이 어려운 사회배려계층의 아이와 교사를 초청해 과학관에서 1박 2일간 전시관 투어, 과학관 공연관람 등을 캠프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4천여 명의 학생들과 교사가 희망캠프를 수료했다. 나주반남초등학교의 학생들도 대상자로 선정돼 ‘과학나눔 희망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 SF테마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반남초 어린이들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관에서 우주여행을?

반남초는 전교생이 39명 정도 되는 작은 시골학교다. 인솔교사와 학생들은 과학관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SF테마파크로 향했다. SF테마파크는 올 10월에 개막하는 SF 영상축제의 사전행사로 우주선 내에 마련된 각각의 행성들에서 문화체험을 하는 놀이공간이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지쳤을 법도 한데, 우주공간을 재현해 우주선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 반남초 학생들은 첨단기술관을 둘러보며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국립과천과학관

우주공간은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소재거리가 된다. 반남초 아이들도 외계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를 저마다 상상해 그려보고 친구들과 서로 비교해보면서 SF테마파크 우주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멋진 선배가 되어 후배와 대면하다

이날 저녁 특별히 반남초 출신의 대학교수가 캠프현장을 찾았다. 그 주인공은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전상학 교수. 그는 1966년 반남초에 입학해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전 교수는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냈던 모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을 만날 생각에 바쁜 스케쥴을 마다하고 과학관을 방문했던 것.

캠프 첫 날, 저녁식사 후 선후배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전 교수는 반남면 덕산리 월랑마을에 살았다며 GPS 지도를 캡쳐해 보여줬다. 아이들은 저곳이 어딘지 안다며 여기저기서 전 교수와의 만남을 반겼다.
▲ 반남초등학교 선배이자 생물학자 전상학 교수는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이 밟아온 삶의 자취들을 나눴다. ⓒ국립과천과학관

10리가 넘는 길을 혼자 걸어 다니며 씩씩하게 학교를 다녔다는 전 교수. 그는 어릴 적 실과수업을 제일 좋아했다. 실과 교과서에 여러 종류의 토끼가 그려져 있고, 밥상에 밑반찬으로 올라오는 도라지를 키우는 법도 소개돼 있어 동식물에 대한 흥미도가 매우 높았다고 회상한다.

“저는 토끼를 키우는 것과 도라지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번은 어린 마음에 토끼털을 많이 모으면 돈을 벌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 비록 5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갔지만 아마 제가 반남초를 졸업했다면 45회 졸업생이 됐을 겁니다.”

5학년까지 나주에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가며 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상경한 후 공부를 열심히 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는 전 교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반남초 아이들과의 만남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나는 과학자다, 전교수의 유전자이야기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유전공학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했다. X-ray를 발견하고 초파리 실험을 한 과학자 뢴트겐처럼 자신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 돌연변이 초파리를 관찰하는 반남초 어린이들 ⓒ국립과천과학관

또한 현장에 직접 X-ray에 노출된 돌연변이 초파리 샘플을 여러 개 가지고 와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눈이 흰색이예요.”
“이 초파리는 날개가 없어요.”

전 교수는 흰눈 초파리, 날개 없는 초파리, 날개가 구부러진 초파리, 다리가 더듬이 위치에 난 초파리등을 보여주며 유전학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어서 유전자 변형으로 생긴 돌연변이 초파리 연구를 통해서 사람의 유전자의 암호를 풀어내고, 질병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도 강의실은 아이들의 뜨거운 질문 세례가 계속 됐고, 전 교수는 호기심 넘치는 반남초 후배들의 눈을 맞춰가며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스레 대답을 해줬다.

학교 선배이자 생물학자인 전 교수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이를 계기로 반남초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그리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선배의 발자취를 가슴속에 남길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기념품을 전달받은 아이들은 교수님께 전하는 큰 박수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반남초 아이들은 14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나주로 돌아간다. 최명화 교사(반남초 6학년 담임)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체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전국에 있는 다른 시골학교도 이 캠프에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은혜 객원기자 | iamseh@naver.com

저작권자 2012.09.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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