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쉽게 방아쇠를 당길까?
다중살인마의 심리를 해부한다(2)
범죄심리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는 망상적 정신이상(delusionally insane)을 겪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살인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승희는 당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던 4학년 학생으로, 자신을 영웅시하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종종 일기에 “나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나의 백성, 모든 시대의 연약하고 무방비인 어린이들을 이끌고 있다”고 적곤 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살인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승희는 당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던 4학년 학생으로, 자신을 영웅시하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종종 일기에 “나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나의 백성, 모든 시대의 연약하고 무방비인 어린이들을 이끌고 있다”고 적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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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는 망상적 정신증세를 보여왔다. 사진은 대학교 때의 모습 ⓒ위키피디아 |
조승희는 망상적 정신이상자
반면,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딜런 클레볼드는 극심한 우울증환자였으며, 그의 공모자 에릭 해리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였다. 이처럼 가끔씩 두 가지 이상의 인격장애가 복합되기도 하고, 드문 경우지만 뇌종양이나 약물남용에 의한 예외적인 경우도 발견된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 일어난 몇 건의 폭력범죄들이 신종마약인 배스솔츠(bath salts)와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러한 마약의 남용으로 인한 범죄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다중살인자 대부분이 범행 직전에 커다란 실패와 상실감을 겪는다는 공통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폭발하게 만들었는가?”라고 말이다. 이러한 질문은 오해의 소지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비밀수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살인자의 93%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 즉, 급작스러운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누적된 비참한 추락의 결과라는 것이다.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도 이 패턴에 들어 맞는다.
제임스 홈스가 범행을 저지른 게 된 우선적인 동기가 성적부진에 따른 실패와 좌절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부진한 성적표가 나오기 훨씬 이전인 몇 달 전에 총과 탄약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부진과 총기난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 이전에 그의 추락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것일까?
범죄심리학자들은 이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꼽는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다. 그들은 아예 다른 사람과 공감할 능력이 전혀 없이 태어난듯하다. 다른 사람의 고통은 아예 무시한다. 따라서 자신의 범죄행위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콜럼바인 사건의 해리스는 가학성 반사회적 인격장애
드문 경우로 가학성 반사회적 인격장애(sadistic psychopath)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을 즐기려고 냉철히 계산하고 행동한다. 예를 들어, 콜럼바인 고등학교 사건의 에릭 해리스에게 있어서 살인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인간은 실험실 배양접시 속의 균류(菌類)에 불과했다. 언제든지 폐기처분 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란 그저 수학, 화학일 뿐”이라고 적었다.
해리스는 대다수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처럼 재치 있고 매력적이며 정다운 친구였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증오심은 교묘하게 감췄다.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 그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빌어먹을 이 세상을 증오한다”고. 일기의 모든 페이지는 증오심으로 가득 찼다.
해리스는 우리에게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힘이 센지 거대한 무대에서 멋지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 불타올랐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가능한 많이 파괴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세상을 불태우고 싶다. 인류를 말살하라!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게….”
가학성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아주 냉담하고 잔인하다. 아마 그런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난 것 같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어릴 때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한다. 그리고 특히 불에 매료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살인자들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다중살인자의 세부류 가운데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는 경고의 조짐을 결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능숙하게 기만을 즐긴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을 친절하고, 믿음직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치밀한 계략이다. 해리스는 친구들에게 부모를 감쪽같이 속이는 자신의 재주는 그야말로 아카데미 상을 받을 만하다며 떠벌리고 다녔다.
콜럼바인 사건 이후 희생자 가족들은 해리스의 부모를 만났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여태까지 아들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철저하게 위장해 남을 속인다. 부모는 아들이 치밀한 죽음의 의식을 연출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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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학자들은 히틀러를 신경장애에 의한 사이코패스로 규정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
오로라 극장 사건의 용의자 홈스가 보인 기이한 행동을 보고 일부 사람들은 일부러 미친 척하여 형 집행을 면해보려는 술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홈스는 거짓행동으로 철저하게 남을 기만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진하게 물들인 오렌지색 머리, 기이한 복장, 그리고 뭔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멍한 표정 등 역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이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서 진화한 소시오패스
정신과 의사들은 이를 두고 사이코패스에서 일보 진화한 소시오패스(sociopath)라고 규정한다. 정신의학적 분석만으로 두고 볼 때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짓을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최근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다른 정신병리라는 근거가 속속 나옴에 따라,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전혀 독립된 정신병리로 보려는 관점이 우세하다.
소시오패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성공지향주의 세태에 따라 소시오패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소득수준과 학벌, 집안 등 모든 요소에서 최고가 돼야만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이 소시오패스를 낳는다는 것이다. 25명 중 한 명이 소시오패스라는 미국 보건후생부의 통계도 있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의 영향을, 소시오패스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지만 소시오패스는 길러진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정신의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는 일반인과 다르다. 흔히 사이코패스가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바로 공포반응의 핵심 영역인 편도체 기능의 이상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코패스 성격은 대개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의학적으로 뚜렷한 이상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소시오패스는 사회·환경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자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 소시오패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순전히 의학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홈스는 후천적으로 양성된 소시오패스인가? 그렇다고 치자. 또 그렇다면 그는 위로만 올라가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겼을까?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저작권자 2012.09.1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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