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웅성불임 기술이 종자산업 이끌어

웅성불임 기술이 종자산업 이끌어

Green&Life Technology 포럼 개최

 
생명공학은 자연의 속성을 연구하던 생물학에서 시작돼 여러 분야의 기술과 융·복합되면서 발달했다. 생물, 물리, 화학의 기반 위에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의 기술이 접목됐고 적용 대상의 범위도 농업부터 의약, 에너지, 전자, 환경 분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식량과 에너지자원의 부족, 고령화 위기, 환경 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유망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G & L 포럼(Green&Life Technology Forum)’이 ‘생명공학과 함께하는 농업’을 주제로 20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렸다.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농과위 종자·생명전문위원회가 주관해 마련한 자리다.
▲ ‘Green&Life Technology 포럼’이 20일 aT센터에서 ‘생명공학과 함께하는 농업’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ScienceTimes

박권우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의 개회사와 이양호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의 축사로 포럼의 막이 올랐다. 김차동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한국 과학기술혁신시스템 재고찰’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성장 동력의 큰 축은 ‘과학기술’과 ‘교육’이었다. 그 결과 2010년 기준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3.74%로 성장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의적인 원천기술 특허, 기술의 상용화, 신진 과학기술자 지원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관련부처 및 연구주체간의 역할 재정립과 융합을 통해 ‘Death Valley’를 ‘Valley of Dream’으로 바꾸자고 강조했다.

원천기술 특허 등록 시급해

김성길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종자, 청정 고부가가치 차세대 성장 동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종자산업의 성장에 원동력이 된 ‘F1품종(F1 hybrid variety)’을 공개하고, F1품종 종자 생산 방법의 하나인 웅성불임(Male-sterility) 유기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F1품종은 서로 유전적으로 다른 양친간의 1대 자손이 나타내는 잡종강세(heterosis)를 이용한 품종을 말한다. 이 품종은 농가 자가 채종이 불가능해서 종자를 매년 구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종자산업이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F1품종은 기존의 고정종 품종에 비해 생산량, 균일도, 재배활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반면 종자 개발과 생산과정이 어렵고 높은 기술을 요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 여러 다국적기업은 F1품종 개발에 자본을 투자해 세계 종자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식물은 대부분 수술과 암술이 함께 존재해서 F1품종 종자 생산이 어렵다. ⓒScienceTimes

F1품종은 균일도를 저하시키는 불량종자를 만드는 자가수정을 막고, 양친간 타가수정에 의해 육성된다. 종자 생산 방법은 3가지. 사람이 직접 수술을 제거하는 물리적 제웅, 같은 계통 꽃가루 수정을 거부하는 자가불화합, 꽃가루가 유전적으로 생기지 않는 현상인 웅성불임.

물리적 제웅은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꽃이 크거나 종자가 한번 교배로 많이 생기고 종자 가격이 고가인 경우만 가능하다. 자가불화합은 주로 십자화과 작물에 이용되는데 자가수정을 100% 차단하지는 못한다. 웅성불임은 가장 안정적으로 F1 종자 채종 수단이다.

웅성불임이 발생하는 원인은 ‘미토콘드라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세포질적 웅성불임 원인 유전자는 모두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 존재한다. 독립적으로 살던 박테리아가 진핵 세포에 들어와 공생을 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동물과 식물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 식물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동물에 비해 매우 크고 복합하며 구조적 불안정으로 인해 유전자의 배열이 빈번하게 바뀐다. 이렇게 빈번한 유전체 변화에 의해 웅성불임 유기 유전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 식물 세포 ⓒhttp://www.plantcell.us/
핵 내 유전체에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변형을 통제하는 유전자가 존재하는데, 만약 통제력이 상실되면 RNAi를 이용해 Msh1 유전자를 불활성화 시켜서 식물에서 웅성불임을 인위적으로 유기하면 된다.

주요 작물에 웅성불임성이 없거나 불안정 작물에 웅성불임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형질체 융합(Protoplast Fusion)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 원형질체 융합을 이용한 웅성불임 유기 기술은 많은 연구 그룹이 경쟁적으로 개발해 특허 출원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종자 개발 기간이 오래 소요되는 양파에서 웅성불임 세포질 및 회복유전자 유전자형을 식별하는 분자표지를 개발했다. 또한 무 유전자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웅성불임 유전자원 발굴 및 회복유전자 분리를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종자관련 R&D 투자액은 2008년 기준 약 500억원이지만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몬산토(Monsanto)는 약 1조4천억원에 달한다”며 “원천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하며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 열려
이번 포럼 외에 농림수산식품 산업의 비전과 기술을 소개한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이 20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aT센터에서 ‘자연에 가치 더하기, 삶에 가치 더하기(Better Nature, Better Life)’라는 슬로건으로 열리고 있다.
▲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이 열린 aT센터 전시장 안에 마련된 ‘DNA 체험관’에서 학생들이 딸기 DNA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ScienceTimes

전시장은 생명산업 테마 전시관, 체험관, 농식품 비즈니스관으로 구성돼 있다. 부대행사로 과산화수소 촉매반응, 드라이아이스 풍선폭탄, 액체질소 풍선 마술 쇼 등이 펼쳐지는 과학 퍼포먼스도 마련돼 있다.

체험관은 곤충이나 개미집 등을 관찰하고 자동부화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부화하는 병아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연체험관’, 친환경 소재인 콩을 이용해 콩가루 반죽과 콩가루 그림 그리기 등을 할 수 있는 ‘녹색 건강놀이터’ 그리고 DNA 분리체험을 할 수 있는 ‘DNA체험관’으로 구성돼 있다.

DNA 분리체험을 한 강상훈 학생(평내고 2)은 “학교에서 브로콜리를 이용해 DNA 추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브로콜리를 이용했을 때보다 딸기를 사용하니 색깔덕분에 훨씬 DNA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저작권자 2012.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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