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학교 폭력, 이제 대학 못간다" 폭력 억제 효과
② "엉터리 자기소개·추천서 안돼" 공정 전형 촉진
성대 "향후 부정입학의 기준" 학내폭력 학생부 기재되면 학생들 민감하게 받아들일것
고등학교 때 지적 장애 여학생 성(性)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숨기고 지난해 성균관대 입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합격한 A씨에 대해 학교 측이 18일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성폭력을 포함, 일체의 학교 폭력 사실이 입학 후 뒤늦게라도 발견될 경우 불합격 조치될 수 있다는 대학의 의지를 이번 사건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성균관대는 18일 오후 교무위원회를 열고 "A씨가 지난해 입시에서 인성·소질·지도성 등을 주요 선발 기준으로 삼는 본교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하면서 집단 성범죄 가해 전력을 은폐하고 추천 교사의 허위 추천서를 제출함으로써 입학 전형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부정행위자의 합격을 취소한다는 학칙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성대는 "이번 결정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부정 입학 논란에 대한 처리 기준이 될 것"이라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방법까지도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대전의 한 고교 2학년 때인 지난 2010년 고교생 10여명과 지적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피해 학생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며 불구속 수사를 했고, 법원은 '피해 학생 집안과 합의가 이뤄졌으며 피해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소년보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 등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반발했었다. A씨는 고3 때인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했으며, 담임교사는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A씨를 '봉사왕'으로 묘사한 추천서를 써줬다.
성범죄를 포함한 학교 폭력 사실에 대한 교육 당국의 잇따른 강경 방침은 향후 학교 폭력 억지에 적지 않은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4년제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이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하도록 정부가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 학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김문희 교과부 대변인은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때 인성 평가가 매우 엄격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균관대 사건은)학교 폭력에 대해 아직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폭력은 불합격 사유가 된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며 결국 학교 폭력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A씨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0일 ‘대전 지적장애여성 성폭행사건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A씨가 다녔던 고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입학사정관 검증 까다로워져 이젠 진실한 서류만이 합격… 칭찬일색 추천서 사라질 것
앞으로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 대한 ‘검증’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성폭행 전력을 숨긴 채 칭찬 일색의 교사추천서를 제출하고 합격한 A씨가 ‘입학 취소’라는 철퇴를 맞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대학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오성근 입학전형지원실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은 더 철저히 수험생을 검증하기로 했다”며 “수험생과 고교 역시 더 진실한 서류를 제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남이 대신 써주거나 과장해서 쓰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제기됐었다. 수십~수백만원의 돈을 내고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대교협에서는 대필을 가려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에 보급했지만 수험생의 교묘한 수법들을 따라가기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성균관대 사건에서 나타난 ‘교사추천서’ 문제였다. 대다수 교사는 소신껏 추천서를 써주지만 일부 교사는 대학 합격률을 높이거나 학생의 장래를 망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학생의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을 써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 상당수 교사는 교사추천서를 수험생에게 써오게 하고 교사 명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심층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 1차로 서류 내용을 면접에서 철저히 확인하고, 2차로 합격 후 심층 확인해 허위 사실이 발견되면 입학을 과감히 취소하기로 했다. 예컨대 봉사를 많이 했다는 서류를 제출해 합격한 학생을 확인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이 직접 봉사 기관에 가보는 식이다. 또 대학들끼리 허위 추천서를 써준 교사 이름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하고 블랙리스트 교사가 써준 추천서를 제출한 학생은 합격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교협 오성근 실장은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 나쁜 전력을 숨기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도 입학 후에도 들통날 수밖에 없다”며 “수험생·학부모·교사는 당장의 합격만 보지 말고, 학생의 장래를 보고 대입에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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