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개발한 분리막 기술
카이스트, ETRI 연구팀 공동연구 개가
‘평생 동안 몸에 이로운 공기만을 마시고 살 수는 없을까?’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는 없을까?’
최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분리막 기술이 개발됐다. 분자보다 작은 나노입자)를 선택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는 나노 분리막 기술이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는 없을까?’
최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분리막 기술이 개발됐다. 분자보다 작은 나노입자)를 선택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는 나노 분리막 기술이다.
![]() |
| ▲ 윤준보 교수(좌)와 최동훈 박사과정생(우) ⓒ카이스트 |
이 기술은 KAIST 윤준보 교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대식 박사가 주도하고, KAIST 최동훈 박사과정생(제1저자)과 아주대 윤현철 교수가 참여했으며, 향후 의료, 환경, 에너지, 식품 등 다양한 분야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노미터 단위의 입자를 거른다
분리막이란 이름 그대로 물질과 물질을 분리시켜주는 얇은 막이다. 가장 쉬운 예로 가정에서 쓰는 '체'를 들 수 있는데, 이 원리를 연구에 적용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다기능 분리막을 개발했다.
원하는 물질을 취사선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분리막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물 전문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2010년 14조원대 규모였던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이 2016년에는 3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지식경제부에서도 분리막 시장을 세계 시장선점 10대 핵심소재로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과 달리 국내 분리막 기술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재를 만드는 원천기술에 있어, 국내기업들의 기술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와 이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다기능 분리막은 기존 분리막에 비해 공정과정과 생산가격을 대폭 낮췄다. 분리막의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장비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역발상으로 개발한 분리막 기술
이번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역발상적인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 새로 개발한 물질이 아닌 보통 사용하고 있는 물질을 소재로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박막은 실리콘 기판 아래서 끓인 금속 증기가 맺히며 형성된다.
![]() |
| ▲ 원자가 기판에 증착하며 생기는 원주상 구조. 기판을 돌려줘야 수직으로 증착하게 된다. ⓒ카이스트 |
낮은 기판의 온도나 원자 간의 충돌로 인해 표면은 울퉁불퉁해지고, 이러한 표면 거칠기는 증착된 부분에만 기화된 원자가 증착되는 그림자 효과를 야기한다. 그림자효과란 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원리와 비슷하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박막은 일반적으로 원기둥 형모양의 입자가 빽빽이 밀집돼 있는 원주상 구조를 가지며, 원기둥 형태의 입자들 사이에는 수직한 형태의 수많은 나노 기공을 가지고 있다.
그간의 기존 연구는 원주상 구조 사이에 발생하는 틈을 메우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됐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존의 생각과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틈을 메우기보다 그 틈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분리막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발상은 제대로 적중했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생각해 내지 못한 분리막을 개발할 수 있었다. 기존 기술은 원주상구조가 대부분 구불구불하며 직선을 이루고 있지 못한다. 때문에 물질을 통과시키는 속도가 느리고 그 과정에서 틈이 막히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직선형태의 원주상구조를 사용하므로 투과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기압의 2배가 되는 높은 압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투과입자의 선별율을 나타내는 선택비 역시 100배 이상 탁월했다.
또한, 기존 분리막 제조 기술이 10나노 미터 크기 이하의 작은 구멍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본 기술은 10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었다. 또 1 나노부터 10나노까지 구멍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나노크기의 구멍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물질을 더욱 섬세하게 분리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물질만을 선택적으로 분리 할 수 있어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것이 곧 기술력이다.
최동훈 연구원(박사과정)은 “기판에 증착된 박막의 증착 두께가 증가할수록 나노 구멍의 크기가 커진다"고 말했다. " 50나노 두께로 증착하면 나노 구멍이 잘 보이지 않지만, 100나노 두께로 증착시키면 구멍이 좀 더 커지고 500나노로 증착하면 구멍은 더 커진다"는 것.
"연구를 하며 생각한 것은 계속 증착시킨 후 기판 밑을 깎자는 것이었다. 박막의 바닥 부분을 어느 정도 깎아내느냐에 따라 나노 구멍의 사이즈는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 ▲ 윤준보 교수 연구팀의 분리막 기술은 기존의 박막을 역발상으로 사용, 나노크기의 구멍을 구현하고 있다. ⓒ카이스트 |
분리막을 제작한 후 1나노 크기의 물질과 6나노 크기의 물질로 실험을 한 결과, 6나노 물질은 통과가 안 되고 1나노 물질은 빠르게 투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 상용되는 멤브레인 분리막이 10분이 지나도록 물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 비해 이 분리막은 1분 안에 물질들을 모두 통과시켰다. 얇은 두께와 직선으로 이뤄진 구조 때문이다.
국내 기술로 분리막 시장 진입 가능해
현재 국내 분리막 시장은 9천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분리막 소재는 수입에 의존했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국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돼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현재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도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최 연구원은 “이번 기술개발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 일반 박막의 투과효과를 세계 최초로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0나노미터 이하의 구멍을 가지면서도 직선 형태를 지닌 분리막을 만드는 기술은 흔치 않다. 또한 기존에 없던 분리막 소재이므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술과 관련 윤현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반 반도체산업에서 사용하는 금속 전극 등이 일정한 크기의 나노입자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이를 이용해 전 세계 선진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리막 원천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
저작권자 2012.09.17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