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무엇이 킬러를 만드는가?

무엇이 킬러를 만드는가?

다중살인마의 심리를 해부하다(1)

 
앞으로 살인자가 될 사람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중살인자의 한 어머니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증상을 보인다면, 그저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하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세요”

콜럼바인 고등학교(1999년), 버지아 공대(2007년), 그리고 지난 7월에 발생한 콜로라도 주의 오로라 영화관. 우리는 이 장소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인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인데도 말이다. 다중살인자들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무고한 생명들이 졸지에 생명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 정신의학자들은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내리지 못한다. 이들의 범행에는 한가지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얽히고설켜 있으며 뚜렷한 목적을 지닌 테러리스트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가지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정신의학자들은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다중살인 대부분은 사이코패스로 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망상적 정신이상(delusionally insane), 자살충동(suicidally depressed)을 느끼는 우울증 환자 세가지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 범죄자가 저지른다는 것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수사국이 지난 26년 동안 교내 총기난사 사건들을 조사한 2002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범인 모두가 남자였다. 그 가운데 81%는 사전에 누군가에게 범행계획을 미리 경고했으며, 98%는 범행 직전에 커다란 실패나 상실감을 경험했다. 또한 93%는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 적어도 순간적인 분노나 억누르지 못한 격한 감정 때문에 사건이 발생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폭력범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개인의 기질, 타고난 특성, 심리상태, 그리고 문화적 환경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어린이들의 블록 쌓기와 같다. 계속 쌓아 올라가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무너지기 직전에 올린 마지막 블록을 탓하지만, 결국 위험이 계속 쌓이고 쌓여 발생한다.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콜로라도 오로라 영화관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하자 한가지 의문이 메아리 쳤다. 도대체 왜? 미국인들은 집단좌절감에 빠졌다. 이러한 비극을 지켜보는 세계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건이 미국에서만 일어날 것이란 보장은 결코 없으며, 언젠가 비슷한 비극을 경험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콜로라도 오로라 총기난사사건은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전과라곤 전혀 없는 모범학생 제임스 홈스(James Holmes)는 오로라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다. 당시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미국정부는 조기(弔旗)를 게양했다.

총기난사 범인 홈스가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3일 아침으로, 사건 발생 80여 시간 만이었다. 예비심리를 받기 위해 콜로라도주 센티니얼의 법원에 출두했다. 머리카락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올해 24살 홈스는 초췌한 얼굴로 멍한 표정을 짓고 간혹 머리를 숙이거나 끄덕거릴 뿐 거의 움직임 없이 심리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묵비권을 주장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끔 눈을 크게 뜨고 판사를 쳐다본 것이 전부였을 뿐. 방청석에 자리 잡고 있던 희생자 유족들은 홈스를 노려보거나 손 깎지를 끼는 등 괴로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홈스의 부모는 희생자 가족에게 사죄하면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아들의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어쨌든 이날 홈스가 법정에 들어갔을 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었다.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예비심리 내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씩 짐승 같은 광기 어린 눈길을 비췄다.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공감한 명백한 설명은 그가 결코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적 발작(psychotic break)을 겪고 있었다는 것.

일부러 미친 척한다는 지적도
그러나 소수의 견해도 있었다. 진한 오렌지색 머리, 때때로 느낄 수 있는 사나운 눈길, 총기난사 당시 입었던 희한한 복장 등으로 볼 때 그는 아주 약은 다중살인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잔혹한 살인자인 그가 미친 시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는 각종 형태의 살인은 물론 범죄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Aftermath Foundation
이 두 가지 설명 가운데 한 가지만으로는 이 청년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다중 살인에서는 한가지 통일된 이론, 논리 정연한 단일한 충동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런 게 아예 없다. 다중살인자들을 전부 한꺼번에 분석하면 설명이 불가능한 모순투성이의 결과가 도출되고 만다. 이런 관점에서 각각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근년에 벌어진 미국의 끔찍한 사건들이 좀더 앞뒤가 맞아 떨어진다.

홈스는 아주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런 탈 없이 대학원까지 진학한 모범생이었다. 어머니는 국가 공인 정식 간호사였으며 아버지는 수학자였다. 명문 스탠퍼드, UCLA, 그리고 버클리에서 학위를 딸 정도로 대단한 위치에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따라 루터교회를 다녔다. 그러나 훗날 그가 체포된 이후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은 불가지론자(agnostic)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불가지론이란 신의 존재를 아는 일은 인간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문제이기에 이성은 그것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홈스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이야기다.

훌륭한 모범생, 장학금도 줄줄이

그는 2006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UCR)를 다녔다. 신경과학을 전공했고, 2010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우등생단체 활동도 열심히 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범생이었다.

홈스에 대한 UCR기록부에 따르면 그의 학점은 3.949GPA로 반에서 성적순위 1%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기록부는 또한 “홈스는 매우 유능한 그룹 리더였다”면서 “학업에 있어서 아주 적극적이었으며 지적인 면에서, 그리고 감성적인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도 훨씬 성숙한 면을 보여주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는 또한 곤경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 대학이 마련한 섬머 캠프에서 카운셀러로도 활약한 자비로운 대학생이었다.

2011년 그는 오로라에 있는 콜로라도 덴버대학(UCD)의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Anschutz Medical Campus) 신경과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년 동안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학비보조금 명목으로 2만1천600달러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덴버 대학당국으로부터 5천 달러의 급료를 받기도 했다.

홈스는 이렇게 잘 나갔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2012년부터 그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봄학기 종합시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학이 그의 시험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를 퇴교시키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홈스는 학교를 그만둘 결심을 하고 있었다.

2012년 6월초 중요한 구술시험에서 성적이 엉망으로 나오자 그는 결국 공부를 포기했다. 이로부터 40여일 후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성적부진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그는 연거푸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계속)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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