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수요일

홈 경기는 왜 유리한가?

홈 경기는 왜 유리한가?

텃세를 지키려는 오래된 진화의 산물

 
텃세라는 말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갖는 특권 의식 또는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을 말한다. 조그마한 땅을 뜻하는 ‘터’와 한자 ‘세력(勢)’의 합성어로, 가운데 사이시옷이 들어간 단어다.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죽어서?
텃밭에서 진행되는 홈 경기가 유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흔한 경우인 축구의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주변 환경에서 찾는다. 수많은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강하게 홈팀을 응원하면 원정 팀은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도 기가 죽게 돼 있다는 것이다.
▲ 최근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홈경기가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오랫동안 진화한 인간의 텃세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우리나라 대표팀이 쿠웨이트와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을 치르고 있는 모습. ⓒ한국축구협회(KFA)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했던 2002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사상 처음 16강 본선진출의 위업을 이룬 이후 4강에 진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3, 4위전에서 터키에 패해 4위에 올랐고, 당시 결승전에서는 독일과 겨룬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기간 중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를 비롯한 온 국민이 경기장, 광화문 네거리 등 전국의 거리에서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에 선수들뿐만 아니라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방문객들조차 놀랐다.

이러한 홈팀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게 되면 심판들도 홈팀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런 이유도 있다. 각 나라마다 잔디가 다르기 때문에 그 경기장의 특성을 잘 아는 홈팀 선수들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실력이 비슷한 박빙의 경기에서는 작은 실수도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심판의 편파적 판정, 익숙지 않은 잔디 때문?
요약하자면, 일방적인 응원과 나라마다 다른 잔디, 그리고 홈팀에게 유리한 심판들의 판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응원은 다소 이해가 가지만 잔디와 판정은 해당사항이 될 수가 없다. 국제 경기장의 잔디는 거의 규격화돼 있으며, 심판의 유리한 판정도 20~30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지 지금은 기대할 수도 없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홈 어드밴티지의 이점을 지닌 영국의 텃세를 멋지게 이겨내고 4강 신화를 장식했다. 물론 승부차기에서 승부가 결정됐지만 예상을 뒤엎었다. 더구나 3, 4위전에서는 일본을 따돌리고 동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렇지만 영국 대표팀은 말이 단일팀이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선수들이 거부한 반쪽짜리 단일팀이었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한국팀과 같은 끈끈한 유대감과 단결력이 없었다.

웨일즈 출신의 선수들은 개막전 행사에서 영국 국가(國歌)가 흘러나올 때 잉글랜드 국가라는 이유로 제창하지 않을 정도였다. 영국 내부의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사정은 복잡하다.

수렵채취 사회에서 시작된 진화의 산물
인간의 텃세는 아주 오래된 수렵채취 사회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자기 것을 지키려는 오래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텃세 행동과 경기결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가령 홈에서 시합할 때와 적지에 원정을 갔을 때의 성적이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 보려는 시도다.

이른바 홈경기의 이점(home advantage)이 텃세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연구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홈경기의 이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최근에 시도됐다. 그러나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장이 넓은 야구와 축구는 적지보다 안방인 홈에서 싸울 때 다소 유리하다. 그러나 경기장이 아주 좁은 농구와 하키, 그리고 배구 같은 경기는 홈 어드밴티지가 아주 크게 작용한다.

홈팀 선수들, 테스토스테론 분비 치솟아
야구의 경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를 분석한 결과 홈경기 이점이 확인됐다. 일반 경기의 경우에는 강한 팀과 약한 팀의 경기를 홈경기의 이점 차원에서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월드시리즈는 경쟁하는 팀들의 실력이 비슷하다. 그래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1924년부터 1982년까지 5차전 이상을 가진 월드시리즈를 분석한 결과, 홈경기에서 승리한 비율이 60%로 적지의 4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양팀이 5차전까지 갔다는 것은 실력이 아주 비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영국의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축구시합에서도 홈 어드밴티지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학자들은 시합을 앞둔 선수들의 침을 채취한 실험에서 적지보다 안방인 홈에서 싸울 때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분비량이 치솟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환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계의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과 생식기관의 발육을 촉진하고 이차 성징을 나타나게 한다. 즉,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수들 가운데서 문지기인 골키퍼의 분비량이 더 많았다.
말하자면 동물의 텃세 행동이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안방에서 싸우는 선수들의 몸에서 이러한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중의 응원이나 심판의 판정이 홈 어드밴티지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원정팀, 새로운 환경에서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
그러나 최근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색다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원정팀이 불리한 것은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타나는 다른 세균(germs)과 알레르겐(allergen,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이는 질병으로 나타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팀은 2010년 14인제 럭비 슈퍼 토너먼트에 참가한 259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호주, 남아공, 뉴질랜드 3개국에서 16주간 대회가 열리는 동안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매일 체크했다.

그 결과 장거리 비행 전 경기에 참여한 1천 일 중 질병에 걸린 건수는 15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 변경대를 5번 이상 넘는 장거리 비행 후 원정 경기를 했을 때는 3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본거지로 돌아와서 경기에 참여한 1천 일 간의 질병 건수는 다시 11건으로 낮아졌다.

이를 종합하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하면 아플 확률이 2배 이상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 원인은 비행기 여행 자체나 그로 인한 피로 때문은 아니다. 원정에서 돌아오면 건강이 평상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새로운 환경의 세균이나 알레르기 물질, 대기 오염, 기온, 습도, 고도, 음식, 문화적 요인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는 것이 연구를 수행한 마틴 슈웰너스(Martin Schwellnus)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장거리 비행에 따른 스트레스나 비행기 내의 세균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그렇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의 분석 대상이 매주 토너먼트로 열린 대회라 올림픽 등의 경기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9.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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