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메달, 선천적인 유전자에

메달, 선천적인 유전자에

인종에 따라 유리한 종목 따로 있어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종목은 무엇일까? 아마 메달이 유력한 자국 선수 출전 종목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 없이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 있다. 육상의 꽃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을 가리는 100미터 달리기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역시 인기 종목이다.

육상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육상은 모든 스포츠 종목의 기본으로 가장 원시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매력적이다.

달리기는 가장 평등한 스포츠이다. 인간체력의 한계를 실험하는 자연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펜싱처럼 특별한 도구나 복장은 필요하지 않다. 체조처럼 집중적인 지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스포츠, 이제는 과학을 넘어 유전자
우리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를 기억한다. ‘맨발의 기관차’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당시 신발도 신지 않았으며, 자국 코치로부터 특별한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는 남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평소처럼 달렸을 뿐이다. 그에게 있어 신발은 거추장스러운 도구였을 뿐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단거리 달리기 종목은 ‘기록 깨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사인 볼트가 이끄는 자메이카 팀이 휩쓸었다.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놀랄만한 업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수년 간 보츠와나 등 서아프리카 국가와 미국, 자메이카, 그레나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서아프리카에서 많은 단거리 주자들이 배출됐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합친 수보다도 훨씬 많았다.

달리기 종목의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특종 인종에 편중돼 있다. 뉴스위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남자 달리기의 경우에는 100m부터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주요 종목의 모든 기록을 아프리카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싹쓸이에 가깝다.

서아프리카는 단거리, 동북아프리카는 장거리
예를 들어 지난 7번의 올림픽에서 남자 100m 달리기 결승에 진출한 선수 56명 모두가 서아프리카 계통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100m 상위기록 500위 안에 드는 선수 가운데 비(非) 아프리카계는 단지 2명에 불과하다.

한 명은 백인으로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르메트로. 다른 한 명은 호주의 패트릭 존슨이다. 그는 호주 원주민과 아일랜드계의 혼혈이다. 아시아 선수나 동아프리카 선수들 가운데는 발 빠른 뛰어난 주자가 없다.

장거리는 어떨까? 이 분야에서는 북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선수들이 강세다. 서아프리카 선수들은 명함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일 정도. 같은 아프리카지만 이처럼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아프리카 선수들은 왜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예로부터 전해져 온 말에 따르면, 우선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 따라서 달리기를 잘하는 이유는 후천적 요인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장 속에는 전통적인 백지이론(tabula rasa theory, 白紙理論)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주어진 본유관념(本有觀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관념은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서 이룩된다는 존 로크(J. Locke)의 학설이다.

“후천적인 요인은 25%에 불과”
인간의 마음은 문자 그대로 태어날 때 백지와 같이 아무런 관념도 없다. 우리가 알거나 혹은 생각하는 모든 사물들은 우리들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다. 우리들의 지식도 감각적 경험을 통하거나 아니면 마음에 반영된 것을 반성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믿지 않는다. 특히 생물학적 분석체계에서는 말이다. 코펜하겐의 근육연구소 벵크트 살틴 소장은 “선수의 능력에서 후천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25%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나머지는 유전적 요인에 달렸으며 종족마다 각기 다른 이점이 있다. 다시 말해 메달 가능성은 바로 유전자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다른 종족들은 어떠한가?

아시아인들은 보통 팔다리가 짧고 상체가 길며 키가 작다. 4만년 전 북아시아로 이주한 현생인류가 혹독한 기후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결과다. 일례로 중국인은 다양한 이유로 많은 올림픽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유전학자들에 따르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이빙과 체조, 피겨스케이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인은 다이빙과 체조, 유라시아 백인은 역도와 레슬링
유라시아의 백인은 팔다리가 비교적 짧고 상체가 두터우며 근육이 발달돼 있다. 단거리나 마라톤에 적합한 체형이 아니다. 이런 체형은 스피드보다 힘이 중시되는 스포츠에 유리하다. 역도와 레슬링, 투포환, 해마 던지기와 같은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그렇다. 특히 런던 올림픽 역도 종목의 메달은 북한 선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유라시아 백인들이 휩쓸었다.

우리는 세계 프로 축구경기에서 두각을 내는 선수들이 대부분 브라질을 포함해 아프리카 흑인들이라는 것을 안다. 점차 백인들이 무대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도 안다. 또한 영미 계통의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스포츠라는 말도 자주 접한다. 선수의 능력이 유전자에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양궁대표팀이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를 올렸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활과 같이 해온 한민족의 저력, 그리고 집중력이라는 유전자가 우리 선수들의 세포 속 하나마다에 알알이 박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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