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집단 따돌림은 동조현상 때문?

집단 따돌림은 동조현상 때문?

동조현상에 숨어 있는 과학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발매된 지 한 달 반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어떤 것이 한 번 유행을 타게 될 경우, 최소한의 한계점만 넘으면 너나할 것 없이 그것에 동조하여 따르게 된다. 이와 같은 궤도를 하는 것이 바로 '3의 법칙'이다. 최소 3명이 어떤 것을 보면 다른 사람도 같이 동조하여 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예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왕따' 역시 일종의 동조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왕따'는 '집단 따돌림'을 가리키는 말로, 어떤 집단 내에서 무리를 지어 특정인을 소외시키고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인격을 무시하거나, 음해하는 언어적 행위도 포함된다. 즉, 개인이 개인을 가해하는 행위와 집단이 개인을 가해하는 행위 모두를 포함한다.

동조(同調), 남의 주장에 자기 의견 일치
한 가지 동(同)에 고를 조(調)자를 쓰는 '동조'는 원래 '같은 가락'을 뜻한다. 시와 음악에서 음률이 같은 것을 나타낼 때 쓰이던 말이다. 동조에는 또 다른 뜻이 있는데 바로 '남의 주장에 자기의 의견을 일치시키다'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사람을 '동조자'라고 하기도 한다.

동조현상은 증권에서도 나타난다. 두 나라 이상의 환율과 주가, 금리 등 금융지표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을 두고 '동조화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코스피지수가 미국의 뉴욕 증시와 연동돼 움직이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오르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힘을 받는 현상이 바로 동조화현상이다.

과학에서도 '동조'는 존재한다. 내인적인 생물리듬이 다른 리듬의 영향을 받아 그것과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나, 독립적인 리듬들이 서로 동조하는 것을 '상호동조'라고 한다. 또한 전기회로에서의 주파수 공진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라디오나 TV 수신기의 선국이 바로 이 현상을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자매들끼리나 친한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생리주기가 비슷한 것도 일종의 동조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Science Times

자연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조현상은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깜빡이는 것 또는 들쥐들이 바다에 동시에 뛰어들거나 바다의 돌고래들이 육지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집단적인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보기도 하고, 갑자기 불어난 종족 대번식의 결과물로 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집단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동조현상'

동조과학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의 안드로스테네스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서기였던 그는 생물학적 리듬을 최초로 서술해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다. BC 4세기쯤 인도로 가는 도중, 열대산 콩과의 상록수 일종인 '타마린드'의 잎들이 낮이 되면 펴지고 밤이 되면 접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동조현상과 관련해 더 심화된 연구는 1665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호이겐스에 의해 시작된다. 호이겐스는 그 당시로서는 가장 정확한 추시계 두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추시계는 항해에 쓰기 위해 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호이겐스는 침대에 누워 있다 무심코 시계를 보게 되는데, 갑자기 두 대의 시계에 달린 추 두 개가 정확히 리듬을 맞추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관련된 실험을 통해 두 시계추 간의 동조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딧불이가 동시에 반짝이는 것도 일종의 동조현상으로 보는데, 맨처음에는 이를 두고 우연의 일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이 있어 왔다. 먼 곳까지 신호를 증폭해서 보내기 위해서라는 가설도 있었고, 모든 반딧불이들이 남보다 더 빨리 불빛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라는 가설도 있었다.

반딧불이의 무리에는 우두머리가 없다. 즉, 동조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지휘자가 없다. 반딧불이는 각자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깜빡이지만, 그 리듬들이 만나면서 상대방의 리듬에 맞춰 조정하게 되고 그로 인해 동시에 깜빡이게 되는 것이다.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와 관련된 일화도 동조현상과 관련이 있다.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는 개통하자마자 바로 통행이 금지되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는 최신식 설계로 기둥 없이 길게 만들어진 이 다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의식 중에 어떤 리듬을 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리듬이 다리의 자연적인 리듬과 일치하게 되자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레이저'도 일종의 동조현상이다. 레이저를 영어로 풀어쓰면 LASER인데, 이것은 바로 Light Amplified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다. 즉, 동조현상으로 발생한 광자들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자에 들어있는 전자가 여러 이유로 인해 들뜬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바닥상태로 내려올 때는 그 에너지 차이만큼 가진 광자를 내놓는 것이 바로 레이저이다.

대다수의 의견에 따라면서 만들어지는 '집단 따돌림'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나 판단이 다를 때,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느끼게 된다. 특히나 사회적 사상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구함과 동시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견이나 태도의 수준에 동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함을 해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을 다수의 생각에 맞추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비슷한 또래로 구성되어 있다. 비슷한 또래 사이에서 종종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순환되면서 그 집단 안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무차별화되기도 한다. 자신이 먼저 그 친구를 '같이' 따돌리지 않으면, 자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자신은 그러한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같이 피해자를 따돌리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집단 따돌림은 일본의 '이지메'와 유사한 사회적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획일주의와 집단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한 집단 속에서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바로 '이지메'이다.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차이와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따돌리게 되는 것이다.
▲ 집단 따돌림은 개인적인 원인 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원인도 있기 때문에, 결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Science Times

이러한 따돌림은 자아정체감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정체감은 자신에 관해서 통합된 관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개념을 말한다. 즉,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자기의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과 능력 등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해가 계속 되는 상태이다. 하지만, 따돌림의 경우 집단 내의 다른 구성원들과 멀어진 상태이며, 자신의 개성이 해체된 하나의 특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자기가 자신의 본질을 잃은 상태에 놓여 다른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나게 되는 동조행동

동조행동은 동조현상과 비슷한 말로, 집단 규범과 관습, 또는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일치하도록 행동하는 양식을 말한다. 집단 따돌림 현상은 동조현상이자 동조행동으로 볼 수 있다. 동조행동은 인간이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하나의 형태로서, 사회가 안정될수록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동조행동은 부여된 과제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원래 가지고 동조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기술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과거 경험이 동조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소속하고 있는 집단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도 원인이 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도 역시 하나의 원인이 된다. 집단적으로 보면, 집단에 대한 신뢰의 정도와 집단에 대해 느끼는 매력과 집단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적인 상황과 공적인 입장의 여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집단 따돌림은 개인적인 원인과 집단적 원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개인의 잘못만으로 돌리기에는 집단적 원인이 크며, 집단의 원인만으로 보기에는 개인의 원인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은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2.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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