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STEAM 연구시범학교 사례 발표

STEAM 연구시범학교 사례 발표

부산 대연중, 동아리 활동 선보여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은 STEAM(융합인재교육) 확산을 위해 전국에 80개 연구시범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는 5개교가 있고 그중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정된 대연중학교(교장 김용복)를 찾아가 STEAM 교육 현황을 취재했다.

지난 7일, 대연중 STEAM 동아리 ‘SELF-STEAM’은 마이크로 스위치를 이용해 스위치 로봇을 만드는 전 과정을 선보였다. 도전과제를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감성적 체험이라는 STEAM의 학습준거를 지켰고, STEAM의 각 요소들이 고루 갖춰진 활동이었다.
▲ 부산 대연중학교 STEAM 동아리 ‘SELF-STEAM’의 학생들이 “STEAM은 경쟁력이다! 빛이다! 소통이다! 창의성이다! 미래다!”라고 외치고 있다. ⓒ대연중학교

이 날 학생들에게 제시된 상황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동굴에 소형 로봇을 투입해 보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꼬불꼬불한 동굴 속 미로에서 잘 움직이는 스위치 로봇을 만드는 것이 도전 과제였다.

로봇의 방향 전환이 용이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며 외형을 다른 팀과 차별화된 개성이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5개 팀 24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스위치 로봇 제작에 필요한 지식을 탐구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스위치의 원리와 종류, 전류의 흐름과 배선도, 마찰력 등에 대한 팀별 발표와 질의응답이 있었다. 또한 호모폴라 전동기를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전동기의 구조와 동력을 전달하는 원리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깨우치도록 했다.

이어 학생들은 로봇의 설계방법,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제작에 들어갔다. 만드는 과정에서 교감선생님의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청소용 로봇, 서빙 로봇, 반딧불이 칠판지우개 로봇 등이 제작됐고 완성된 로봇으로 팀별 미로탐험 경진대회를 펼쳤다.

대항 결과 최종 목표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로봇은 장영실 팀이 만든 ‘청소용 로봇’. 로봇에 빗자루 모양의 부직포를 달아서 로봇이 지나간 곳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로봇 미로탐험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장영실 팀이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시연

정유경 학생은 우승한 이유에 대해 “빠른 구동을 위해 무게를 최대한 줄이려고 우드락과 하드보드지만으로 외형을 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 더듬이 모양을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패의 경험에서 배우는 응용력

반면 꼴찌를 한 로봇은 돌턴 팀이 만든 ‘반딧불이 화이트보드지우개 로봇’. 이 팀은 애초에 칠판지우개를 만들려고 했지만, 마찰힘이 모터의 힘보다 강해서 마찰이 적은 화이트보드용 지우개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김하균 학생은 “전동기의 회전방향을 시험해보고 납땜을 했어야 했는데, 그냥 바로 납땜을 해서 로봇이 역회전을 했다. 사실 로봇을 완성하고 나서 이게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다시 만들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동기를 망가뜨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학생이 전기 손실에 어려움을 겪자 이상윤 교감선생님이 도와주고 있는 모습 ⓒ권시연

이상윤 교감은 “이처럼 로봇을 다 만들었지만 동작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이 전기접촉저항, 회전율 등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론으로는 알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작업 순서’다.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 완성해놓고 나서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하면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손상된 부분을 피해 다른 곳에 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응용력, 재료 활용 능력이 배양된다”고 돌턴 팀의 사례를 들어 체험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구의 한계, 대학교 연계로 해결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별로 단절됐던 이론을 활용하고 융합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바퀴와 바닥의 마찰력(S), 부품위치 조정기술(T)과 전기회로의 배선(E)을 배웠다. 장애물을 만나면 좌우로 계속 회전하면서 지나가는 콩벌레의 모습을 디자인(A)하고, 무게중심과 각도(M)를 고려하게 된다.

이화의 학생은 “STEAM의 각 요소를 찾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와 사물을 한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며 “키트 조립 뿐만 아니라 색다른 실험을 해보고 싶다. 백반을 이용해 방수가 되는 우산을 만든 적이 있는데 생활과 밀접한 과학탐구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협동해 스위치 로봇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권시연

이명희 과학 교사는 대연중 STEAM 동아리의 특징을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테르밋 반응 등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을 제시해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이 교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재단에서는 카이스트와 부경대 교수를 소개시켜줬다. 학생들은 1주일에 3~4번씩 대학교 연구실을 방문해 밤 10시까지 실험에 몰두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STEAM 수업을 진행하는 노하우를 묻자 “일단 STEAM 수업과 동아리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수업에서는 과학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의 호응도 교사가 이끌어내야 하지만,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역할 분담을 해서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독려하는 역할 정도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과중점형 STEAM으로 ‘현의 비율을 이용한 전자기타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4명의 선생님이 모여서 같이 수업 구성안을 짰고, 여러 명의 선생님이 다른 과목을 지도하더라도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중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음악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대연중학교는 STEAM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작년에 별도의 ‘STEAM ZONE’을 만들었다. 실험에 필요한 교구를 배치하고 수업 결과물을 전시해놓고 있다. 여기서 STEAM 동아리, 토요일 STEAM교실, 방학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저작권자 2012.09.13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