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냄새로 데이트 상대를 구해요"

"냄새로 데이트 상대를 구해요"

냄새로 애인 구하는 '페로몬 파티'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강신재의 단편 '젊은 느티나무'의 간판 브랜드다. 이복누이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글의 전체 맥락은 전혀 통속적이지도, 관능적이지도 않다.

평이한 단어와 화려하지 않은 묘사 속에서도 시원한 사랑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젊은 느티나무와 함께 그야말로 향긋한 비누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사랑의 표현을 비누냄새로 요리한 강신재의 문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잘생긴 외모와 눈빛보다는 냄새가 더 중요해
처음 보는 상대의 잘생긴 외모와 강렬한 눈빛은 분명 이성을 사로잡는 중요한 무기이다. 거기에다 점잖고 부드러운 성격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상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게 있다. 이들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남녀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랑의 묘약인 페로몬에 있다. 사랑의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은 상대가 풍기는 냄새다. 사랑은 하나의 화학작용이라는 메커니즘 속에서 움직인다.


페로몬이란 동물과 곤충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분비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특히 이성에게 호감을 일으키게 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이러한 화학작용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페로몬이다. 따라서 상대의 잘생긴 외모와 강렬한 눈빛이 사랑의 물리적 작용이라면 냄새에 의해 이끌리는 것은 사랑의 화학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옷에 묻은 냄새로 짝 정해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직접 상대 얼굴을 보는 맞선이 아니라 냄새로 데이트 상대를 정하는 일명 '페로몬 파티(pheromone party)’가 유행하고 있다. 상대방 체취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새로운 데이트 방식으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독신들이 며칠간 입고 잠을 잔 티셔츠를 파티 주선자를 통해 이성을 구하는 상대 독신들에게 제시, 냄새를 통해 짝을 고르도록 함으로써 자신과 데이트할 이성을 만나는 형식이다.

페로몬 파티는 4가지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우선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3일 동안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잠을 잔다. ▲체취가 담긴 냄새 나는 티셔츠를 비닐 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 남자는 비닐 백에 청색카드, 여자는 분홍카드를 번호와 함께 부착해 파티 주선자에게 준다. 마지막으로 ▲ 주선자는 파티 참석자들에게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한 뒤 서로 짝을 연결시켜 준다.

페로몬 파티의 창안자는 주디스 프레이스(Judith Prays). 올해 25세로 웹 개발자인 프레이스는 온라인으로 몇몇 이성을 만나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기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 헤어지곤 했다. 온라인으로 상대를 고르는 게 실패로 돌아가자 페로몬으로 짝을 고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들의 체취였다.

헤어졌던 남자들 가운데는, 객관적으로는 아주 역겨운 냄새라고 느끼는데도 자신은 정말 좋은 냄새라고 느낀 경우도 있었다. 냄새가 이성 간 동질성을 유지해주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냄새로 데이트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 프레이스의 설명이다.

첫 시험은 뉴욕의 한 미술관에서 이뤄졌다. 친구 40명을 이른바 '페로몬 파티'에 초대했다. 참석 조건은 사흘간 입고 잔 티셔츠를 비닐 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제출하는 것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신경학 관련 대학원생은 “베이비 파우더나 세탁 탈취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향수 등의 냄새가 나는 티셔츠는 고르지 않았다"며 "이런 식으로 짝을 고르는 게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 심성·생물학연구소 설립자인 마사 매클린토크는 "인간은 코를 통해 아주 미세한 화학적 차이만으로도 상대방 짝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은 마치 초기 스크린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후각 관련 유전자, 시각보다 3배가 많아
뉴멕시코 대학의 한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간이 가진 후각 관련 유전자는 1천 개 이상으로 시각 관련 유전자의 3배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후각이 시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로몬 파티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빈번하게 이뤄졌고, 애틀랜타와 샌프란스시코에서도 곧 자리가 마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 배우자를 찾는다” 어쩌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세계가 아니라 다른 동물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 냄새는 외모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버팔로 대학교 심리학자 마크 크리스탈 박사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남녀 관계에서 나타나는 화학적 반응으로 설명한다. 그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화학 물질이 있는데 냄새, 페로몬, 뇌가 그것”이라고 정리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우선 상대의 향기 때문이다.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다시 뇌로 전달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사랑의 발단은 냄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일주일 후면 돌아가 당신을 만날 것이요. 그때까지 몸을 씻지 말고 지금 그대로 나를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냄새가 그립소” 전쟁터에서 조국으로 돌아오던 나폴레옹이 그의 연인 조세핀의 체취를 그리며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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