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축제’에서 잊혀진 천재 물리학자
보손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티엔드라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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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 ⓒ위키피디아 |
전리품은 분명 승자에게 있다. 그러나 승자들 간에 그 전리품을 나누는 데는 항상 잡음이 뒤따른다. 그로 인해 승자들 간에 서로 앙숙이 되는 예는 역사 속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승자 간의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내용에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라는 전리품을 분배하는 과정 속에서 남모르게 울어야 했던 승자들을 접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DNA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해 놓고서도, 그 업적을 도둑 맞은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 그녀의 이름은 20세기 위대한 발견의 과학사에서 부당하게 지워져 버렸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노벨상이 아니었다. 생명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인도 과학자들을 너무 무시한다”
힉스 입자(Higgs boson)의 발견을 둘러싸고 온 세계가 큰 기대 속에서 들떠 있던 순간, 인도는 결혼식 연단 앞에서 버림 받은 신부 신세가 돼버렸다. 델리의 한 유력 일간지는 헤드라인 뉴스에서 “인도의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마땅한 평가를 받는 법이 거의 없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이 신문은 온통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연구만 찬양할 뿐, 힉스 입자라는 전리품을 획득하는 데 막대한 공헌을 한 인도 출신의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Satyendra Nath Bose)의 공로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서구사회를 향해 비난을 가했다.
또 다른 신문은 “보손(boson)은 유명하지만 보스는 무명으로 남아 있다”고 개탄했다. 이 신문은 “보손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낸 전문 용어로 보스가 발견한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를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도 “보스가 능력과 업적 면에서 힉스를 압도하는 과학자”라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으로 애국심을 표출했다. 게다가 인도 정부도 이 문제에 끼어들어 짤막한 성명서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실험으로 사티엔드라 보스의 업적에 다시 한번 초점이 맞춰졌다. 인도의 입장에서 보손도 힉스의 신의 입자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과학적 발견은 수많은 인과관계 속에서 탄생
자, 그렇다면 힉스 입자라는 과학사의 중대한 발견에 힉스 못지 않게 크게 기여했다는 인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는 과연 누구인지, 힉스 입자 연구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살펴보자.
다만 과학에 있어서 발견이라는 것은 얄궂은 표현으로 길 가다가 지갑을 줍는 그러한 횡재와는 다른 차원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숱한 연구에서부터 진화하는 인과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우선 영어의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보면 의문이 가는 점이 있다. 힉스 입자라면 당연히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일반명사인 파티클을 사용해서 힉스 파티클(Higgs particle)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파티클 대신 보손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보손이란 무엇일까?
보손의 사전적 의미는 보스- 아인슈타인 통계에 따르는 입자로 보스 입자라고도 한다. 스핀이 정수인 입자로 예컨대 광자, 음자(音子), π중간자 등의 소립자나 질량수가 짝수인 원자핵과 같은 복합 입자가 이에 속한다. 당연히 인도의 사티엔드라 보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내용에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라는 전리품을 분배하는 과정 속에서 남모르게 울어야 했던 승자들을 접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DNA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해 놓고서도, 그 업적을 도둑 맞은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 그녀의 이름은 20세기 위대한 발견의 과학사에서 부당하게 지워져 버렸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노벨상이 아니었다. 생명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인도 과학자들을 너무 무시한다”
힉스 입자(Higgs boson)의 발견을 둘러싸고 온 세계가 큰 기대 속에서 들떠 있던 순간, 인도는 결혼식 연단 앞에서 버림 받은 신부 신세가 돼버렸다. 델리의 한 유력 일간지는 헤드라인 뉴스에서 “인도의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마땅한 평가를 받는 법이 거의 없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이 신문은 온통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연구만 찬양할 뿐, 힉스 입자라는 전리품을 획득하는 데 막대한 공헌을 한 인도 출신의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Satyendra Nath Bose)의 공로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서구사회를 향해 비난을 가했다.
또 다른 신문은 “보손(boson)은 유명하지만 보스는 무명으로 남아 있다”고 개탄했다. 이 신문은 “보손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낸 전문 용어로 보스가 발견한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를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도 “보스가 능력과 업적 면에서 힉스를 압도하는 과학자”라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으로 애국심을 표출했다. 게다가 인도 정부도 이 문제에 끼어들어 짤막한 성명서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실험으로 사티엔드라 보스의 업적에 다시 한번 초점이 맞춰졌다. 인도의 입장에서 보손도 힉스의 신의 입자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과학적 발견은 수많은 인과관계 속에서 탄생
자, 그렇다면 힉스 입자라는 과학사의 중대한 발견에 힉스 못지 않게 크게 기여했다는 인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는 과연 누구인지, 힉스 입자 연구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살펴보자.
다만 과학에 있어서 발견이라는 것은 얄궂은 표현으로 길 가다가 지갑을 줍는 그러한 횡재와는 다른 차원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숱한 연구에서부터 진화하는 인과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우선 영어의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보면 의문이 가는 점이 있다. 힉스 입자라면 당연히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일반명사인 파티클을 사용해서 힉스 파티클(Higgs particle)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파티클 대신 보손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보손이란 무엇일까?
보손의 사전적 의미는 보스- 아인슈타인 통계에 따르는 입자로 보스 입자라고도 한다. 스핀이 정수인 입자로 예컨대 광자, 음자(音子), π중간자 등의 소립자나 질량수가 짝수인 원자핵과 같은 복합 입자가 이에 속한다. 당연히 인도의 사티엔드라 보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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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손이란 사티엔드라 보스 통계에 해당되는 입자로 보스 입자라고도 한다. 보스는 처음으로 힉스 입자에 대한 개념을 제공했다. 일부 언론은 그를 힉스발견에서 잊혀진 천재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그의 말년의 모습. ⓒ인도 정부 |
인도 뱅골 출신인 그는 1923년 광자에 대한 양자통계를 발견함으로써 플랑크의 복사공식을 도출했다. 함께 연구하던 아인슈타인이 보스의 생각을 보충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보스- 아인슈타인 통계로 불린다. 또 이 통계에 따른 입자는 보스입자라고 한다.
이러한 보스입자들은 동일한 하나의 에너지 상태를 차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레이저광의 응집된 흐름과 초유체 상태, 헬륨의 마찰 없는 유동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보스는 동일하고 구별할 수 없는 입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분포한다고 생각했다.
개념상 보손과 반대되는 입자가 있다. 페르미온(fermion)이다. 페르미 입자라고도 한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을 땄다. 보손이 입자가 정수인 데 반해, 페르미온은 반정수의 스핀을 갖는다. 일부를 제외한 모든 입자의 스핀은 정수이거나 반정수이다.
이야기를 압축하자면, 인도의 언론과 정부가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힉스 입자의 개념을 처음 제공한 것이 자국의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힉스의 축제’에 그에 대한 공로는 일언방구도 없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가인 인도를 깔보고 있다는 원망 섞인 분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 과학자들이 발견했다고 발표한 힉스 입자로 추정된 입자가 실제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자신들이 발견한 이 입자가 ‘진짜일 확률이 5.9 시그마라고 발표했다. 이는 오류일 가능성이 3억 분의1이라는 이야기다.
물리학의 표준 모델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제시된 가설 중 가장 사실에 근접한 모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4가지 기본적인 힘에 따라 움직이는 12가지 소립자로 이뤄져있다. 표준 모델이 성립하려면,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별도의 입자가 존재해야 한다. 그 입자가 바로 힉스 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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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힉스 입자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ERN |
과학자들은 CERN이 발견한 소립자가 힉스 입자보다 더욱 특이한 입자라면 표준모델을 포용하면서도 더 강력하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초대칭(SUSY: Supersymmetry) 이론상 존재할 SUSY 힉스 입자일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비(非) 표준모델의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표준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한 힉스 입자가 점차 진짜로 굳어지고 있다. 힉스 입자 가설을 내놓은 피터 힉스가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를 지켜보는 인도의 언론과 정부가 더 안타까워할 것은 뻔하다. 당연한 일이다. 공동수상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국의 물리학을 지킨 과학자
그러나 당사자인 사티엔드라 보스는 이미 1974년에 세상을 떠났다. 과학적 발견이란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과학자의 훌륭한 가설도 혼자만의 힘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고, 도움을 받아 생산되는 것이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일반 인도 출신의 과학자와 달리 조국과 함께 했다. 연구차 외국을 방문하거나 머문 적은 있었지만, 그는 영원한 인도인 과학자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캘커타 대학의 물리학부를 이끌었다.
사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여러 번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의 전공이나 업적은 물리학 공동체에서 그렇게 각광을 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힉스가 지금에 와서야 각광을 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연구에 만족했을 뿐이다. 이제 힉스 입자만이 기억되고 보손은 잊혀질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업적이란 전리품도 아니며, 칼로 자르듯이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은 전리품이 아니라 연구 자체를 위해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결코 잊혀진 천재가 아니다. 과학사에 크게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다.
또한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비(非) 표준모델의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표준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한 힉스 입자가 점차 진짜로 굳어지고 있다. 힉스 입자 가설을 내놓은 피터 힉스가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를 지켜보는 인도의 언론과 정부가 더 안타까워할 것은 뻔하다. 당연한 일이다. 공동수상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국의 물리학을 지킨 과학자
그러나 당사자인 사티엔드라 보스는 이미 1974년에 세상을 떠났다. 과학적 발견이란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과학자의 훌륭한 가설도 혼자만의 힘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고, 도움을 받아 생산되는 것이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일반 인도 출신의 과학자와 달리 조국과 함께 했다. 연구차 외국을 방문하거나 머문 적은 있었지만, 그는 영원한 인도인 과학자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캘커타 대학의 물리학부를 이끌었다.
사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여러 번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의 전공이나 업적은 물리학 공동체에서 그렇게 각광을 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힉스가 지금에 와서야 각광을 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사티엔드라 보스는 연구에 만족했을 뿐이다. 이제 힉스 입자만이 기억되고 보손은 잊혀질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업적이란 전리품도 아니며, 칼로 자르듯이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은 전리품이 아니라 연구 자체를 위해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결코 잊혀진 천재가 아니다. 과학사에 크게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다.
저작권자 2012.08.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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