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3일 목요일

“인터넷 중독, 온난화만큼 중요해”

“인터넷 중독, 온난화만큼 중요해”

정신질환 부추기는 인터넷(2)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터넷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그런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 신기술이 주는 어마어마한 장점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측면을 충분히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은 결코 사악한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전달수단이었다. 그리고 제이슨 러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제2의 미디어였다. 인터넷은 우리를 더 행복하고 생산적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여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TV중독과는 전혀 다르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은 강박장애(OCD), 주의결핍, 과잉행동행동장애(ADHD), 심지어 정신이상에 취약해 질 수 있다. 디지털화된 우리의 마음은 약물중독자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의 정신도 서글프고 해괴하게 무너져 간다.

우리는 종종 “앞으로 가상세계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가상세계가 된다”는 말을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별 관심 없이 여과시킨다. 가상과 현실이 하나가 된다는 것,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미래를 선사하는 것이지, 결코 경계해야 할 몽유병 환자의 이야기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터클 교수는 인간은 이제 모두 사이보그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MIT
1996년 여름 MIT 젊은 과학자 7명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서 동시에 살면서 인간과 컴퓨터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그들은 호주머니에 키보드를 넣고 배낭에 무선송신기를 담은 채, 눈앞에 클립으로 고정되는(clip-on) 스크린을 휴대했다. 자칭 사이보그(cyborgs)였던 그들은 한마디로 일반인과 다른 괴짜였다.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저자인 MIT 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지금은 우리 모두가 사이보그가 되었다”고 말한다. 온라인에 연결된 삶이 이제는 정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알코올이 그랬듯이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모든 인생문제의 원인이 되며, 또한 해결수단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은 애당초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기계와 한 몸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사람들은 하루 최소한 8시간은 스크린을 쳐다본다. 10대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평일에 평균 7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낸다.

3분의 1 이상 일어나자마자 온라인 삶을 시작
다른 기기들을 사용하는 11시간이나 된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전화기보다 많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3분의1 이상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부터 온라인 삶을 시작한다.

문자메시지가 수시로 전달된다. 나이에 관계 없이 1인당 월평균 약 400건을 주고 받는다. 2007년에 비해 4배로 증가했다. 10대의 경우는 3천700건이나 된다. 2007년의 두 배다. 평범한 사이보그 3분의2 이상이 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았는데 전화기의 진동을 느낀다. 이를 유령진동증후군(phantom-vibration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약리학 교수이자 '브레인 스토리' 저자인 수전 그린필드(Susan Greenfield)는 “인터넷 문제는 지구온난화만큼 중요하고 전례가 없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가장 멋진 세계를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스스로를 부인하고 몽유병 환자처럼 온라인 세계에 빠져 거슴츠레한 좀비가 된다면 자녀들에게 멋진 세계를 물려준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와이브로우 교수는 인터넷을 새로운 전자중독이라고 꼬집었다. ⓒUCLA
과연 인터넷이 우리를 정신이상으로 몰고 가는가? 기술 자체나 콘텐트가 그런 것은 아니다. UCLA의 신경과학자 피터 와이브로우(Peter Whybrow) 교수는 “컴퓨터는 전자마약(electronic cocaine)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조증 다음에 다시 울증으로 이어지는 조울증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
인터넷의 영향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래리 로즌(Larry Rosen)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우리의 집착증과 의존증,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을 조성한다”고 설명하면서 "정신이상을 부추기고 심지어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OCD와 ADHD는 물론 중독증세의 한가지 원인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사항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별 문제로 삼지 않는 회의론자들이 언제나 우세했다. “인터넷 중독? 그 다음에는 어떤 중독이 나오나? 전자레인지 남용중독, 입술보호제인 챕스틱 중독”이라며 비아냥거리기가 일쑤다.

사실 현재까지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N)에는 여태껏 기계와 인간간의 상호작용의 범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 중독은 의학상 정신장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냉소주의적 견해는 최근 들어 퇴조하는 양상이다. 내년에 새로운 DSM이 발표될 때는 인터넷중독장애(Internet Addiction Disorder, IAD)가 처음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비록 추가사안으로 부록에 수록될 예정이지만 말이다.

아시아 국가의 인터넷 중독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은 최근 인터넷중독장애를 공식 인정했다. 유해한 웹사용 습관을 중대한 국가보건위기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는 수천만 명(10대의 경우 30%)이 인터넷 중독자로 간주됐다. 중독대상은 게임과 가상현실, SNS가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된 사건들도 선정적인 대형 뉴스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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