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3일 목요일

우리 선생님은 과학 마술사

우리 선생님은 과학 마술사

인천불로초 김택수 교사

 
인천불로초등학교에는 마술을 활용한 수업으로 유명한 김택수 교사가 있다. 마술사처럼 삐죽 세운 머리와 빠르게 움직이는 손으로 펼치는 마술은 아이들을 집중시킨다.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국어, 미술 등 전과목에 마술을 활용해 가르친다. 지금까지 수업과 마술을 접목한 수업만 해도 100차시가 넘고, 여러 방송매체에서도 수업의 달인으로 소개됐다.
▲ 인천불로초등학교의 김택수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삼색로프 마술 수업을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택수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제작한 마술 교구와 아이디어를 수업에 활용하면서, 개인사이트와 동호회 사이트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교사 대상 연수강사로도 나서 자신의 마술을 공유하고 있다.

어려운 수학과 과학은 마술로 술술~
김 교사의 마술에 대한 관심은 2001년 교생실습 당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좀 더 즐거운 수업,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찰나에 ‘마술’을 접하게 됐다.

수업에서 간단한 마술 몇 개를 시연하자,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다. 수업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발표력 신장과 주의집중 시간이 매우 길어져 그때부터 즐겁고 신나는 수업을 위한 교육마술을 연구했다고 한다.

신문지 마술은 전개도와 겨냥도의 개념을 설명해 주고, 고무줄이 검지와 중지에서 다른 손가락으로 순간 이동하는 마술은 탄성(과학)의 성질을 배우게 해준다. 또한 6개의 숫자판으로 상대가 생각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마술은 2진법(수학)과 관계가 있다.

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게 하고 찬 공기를 만나서 눈이 되게 하는 현상을 마술로 보여주면서 대기 순환의 원리(과학)를 알려주는 김 교사만의 수업은 문제 상황을 직접 경험하며 지식을 체득하게 해준다.
▲ 김택수 교사가 학생들과 고무줄 마술을 하고 있다. 고무줄이 검지와 중지에서 다른 손가락으로 순간 이동하는 마술은 과학의 탄성의 성질을 배우게 해준다. ⓒ김택수

수학시간, 도형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신문지 마술이다. 네모 모양으로 신문지를 오렸는데 펼치니, 직육면체의 전개도 모양으로 잘려나갔다. 학습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김택수 교사의 수업 속으로 들어가보자.

한글 창제 과정을 보여주는 마술
김 교사는 책 한권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을 양손으로 구부려 낱장으로 재빨리 넘겨 보여주면서 “우리나라는 글자가 없는 나라였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보이는 건 빈 백지 뿐이다.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에서 글자를 빌려왔습니다”며 다시 그 책을 차례대로 넘기면 빈 백지였던 책이 한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다시 한 번 똑같은 책을 잡고 “그러던 중 세종대왕님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고유의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게 됩니다”며 책을 차례대로 넘겨서 보여주면 방금 전까지 한자로 가득 채워져 있던 책이 이번에는 한글로 가득하게 된다.

“그 때 당시에는 이러한 글자를 뭐라고 읽었는지 큰 소리로 한 번 읽어 봅시다” 라고 질문을 하면서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를 학생들과 함께 읽는다. 강의에 참여한 교사들의 탄성과 박수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 김택수 교사가 한글 창제 과정을 보여주는 훈민정음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김택수

마술을 활용 수업, 창의․인성교육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
김 교사는 “교실 상황 속에서의 마술은 학생들에게 마술의 트릭을 밝혀내가는 과정 자체에서 비판적 사고력은 물론, 창의력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에 고무줄을 걸고, 앞으로나 뒤로나 절대 빠져나갈 수 없도록 두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 또 다른 고무줄 하나를 엇갈리게 걸어두고 간단한 손동작과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쳐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으로 이동하는 고무줄 마술이 있다.

이 마술은 고무줄이 제대로 이동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제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고무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

김 교사는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활동 속에서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얻게 되고, 그 안에서 흥미와 즐거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술적 연출 방법이나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창의력을 신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수업에 마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련된 교사들의 질문에 “마술은 선생님들이 의도하고자 하는 교육 내용의 전달,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그리고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수단으로써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은 마술의 트릭이나 마술의 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적 교류 등을 긍정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찬 객원기자 | jyc1630@nate.com

저작권자 2012.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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