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7일 월요일

인터넷 중독 뇌, 약물중독 뇌와 비슷

인터넷 중독 뇌, 약물중독 뇌와 비슷

정신질환 부추기는 인터넷(3)

 
지난 1월,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과학자의 연구보고를 인용해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의 뇌에서 코카인 등의 약물 중독과 비슷한 변화가 발견됐다고 보도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서 중국 상하이정신건강센터는 '인터넷 중독 장애' 진단을 받은 성인 17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감정처리, 주의집중, 의사결정, 인식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를 연결하는 '백질(white matter)' 신경섬유에 손상이 관찰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5~10%, 중독 상태
결과적으로 알코올, 코카인과 같은 남용 물질에 중독된 뇌에서도 유사한 백질 손상이 나타나며, 이는 인터넷 중독과 동일한 현상으로 약물 중독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놀라운 것은 인터넷 이용자의 5~10% 정도가 중독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에 의해 손상된 뇌의 백질과 약물에 의해 손상된 백질과 거의 비슷하다. ⓒ메릴랜드 대학 의학센터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팀은 지난 2010년 ‘언플러그드(Unplugged)’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대학생 지원자 200명에게 하룻동안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그 느낌을 일기에 적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한 지원자는 “나는 중독이 분명하며 인터넷 의존증세가 섬뜩할 정도였다”고 말했고, 다른 지원자는 “인터넷은 나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적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학생 대다수는 미디어를 통한 세계와 연결하지 않고서는 지낼 의사도 없고 기능적으로 그럴 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대만의 정신과 의사 두 명은 ‘아이폰중독장애(iPhone addiction disorder)'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그들은 환자 두 명의 사례를 제시했다. 한 명은 고등학생으로 24시간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다른 한 명은 31세의 여성으로 영업사원이었는데 운전하면서 계속 아이폰을 사용하다 병원에 입원한 사례다.

모바일 기기마다 ‘중독장애’ 있어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아이폰에 대해 관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 과도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사례 역시 수없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이 전자중독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비슷한 시기에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아이폰 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 피해 실태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면, 대만 정신과 의사의 연구결과는 비웃음 속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스탠퍼드 대학 연구보고서에서 아이폰 사용자 10명 중 1명은 '전화기에 완전히 중독이 되었다', 94%는 어느 정도의 강박적 충동(compulsion)을 느낀다고 인정했으며, 3%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전화기를 절대 건드리게 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중독에 의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모든 국가에서 늘고 있다. 비단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그 피해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화가 안 왔는데도 온 것처럼 느끼는 유령진동증후군
지난 4월 인도의 한 신문은 의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페이스북 중독의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인터넷 집착을 보여주는 최근의 증거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래리 로젠(Larry Rosen) 교수가 지적한 유령진동증후군(Phantom Cellphone Vibration Syndrome) 증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로젠 교수는 이러한 전자기기에 대한 강박증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그의 저서 '아이디스오더(iDisorder)'를 통해 발표했다. 유령진동증후군은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 같은 착각을 자주 하는 증상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증에 대해 경고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기 사용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령진동증후군을 포함한 강박증상은 미디어 및 전자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일종의 심리학적 장애다. 전자기기의 사용은 우리로 하여금 우울증을 비롯해 조증, 자기애적 성향, 나아가 관음증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로젠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10대부터 성인까지 750명을 대상으로 IT 기술 상용습관과 그런 습관에 대한 느낌을 조사한 뒤 정신장애 표준 테스트를 실시했다. 50세 이상을 제외하고는 참여자 대다수가 문자 메시지, E-mail, SNS를 “항상 또는 15분마다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온라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강박적인 성격특성을 더 많이 나타냈다는 점이다.

전자기기에 대한 자유의지 잃어가기 시작
새로운 전자기기의 사용은 순전히 자유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기기가 커뮤니케이션에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은 아니다. 예를 들어 휴가 중에는 휴대폰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기기가 주는 기능에 그저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인맥을 쌓거나, 교제상대를 찾거나 또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기대 때문에 전화기의 음에 보답해 작은 보상을 받으려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여기에서 소위 쾌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 MIT의 주디스 도나스 미디어 랩 교수 ⓒ위키피디아
이 점에 대해 MIT의 미디어 랩 교수인 주디스 도나스(Judith Donath) 박사는 “마치 도박하는 사람이 새로운 카드가 테이블에 떨어질 때 느끼는 전율처럼 이런 보상이 강박증을 야기시키는 충전에너지가 된다”며, 이어서 “이런 아주 작은 쾌감이 쌓이면 효과가 아주 강해져 거부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인터넷 사용이 우울증, 불안증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도 다른 중독처럼 처음에는 거의 웃기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20세기의 고독하고 불안한 우리들에게 친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98년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가 그렇다.

이 대학의 연구보고서는 인터넷 사용은 우울한 기분, 외로움, 현실세계에서의 친구 상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연구 대상자들이 전부 철강산업 중심지로 공해가 심하고 분위기가 음울한 피츠버그 출신이라는 점을 꼬집으면서 비웃었다.

게다가 보고서는 인터넷이 먹을 것은 갖다 주지 못하지만 외로움을 끝내주고 만나지 못하는 세계 친구들을 사귀도록 이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처럼, 이 대학이 몇 년 뒤 피츠버그 시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그들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불길한 조짐이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더 우울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사용은 잠이나 운동, 사람들과의 교제활동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활동이 부족하면 쾌활한 사람도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이어서 과다한 인터넷 사용과 우울증 및 스트레스, 자살충동의 연관성들이 속속 밝혀졌다. 인터넷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우울증의 촉발 가능성은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검색이 아니라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전문가들은 쉽게 진단한다.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후에 “이 사람에게 지금 당장 답장을 해야겠다”라고 느낀다면 일종의 불안장애로 여겨질 수 있다. 또한 “특별하지도 않은데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중독증세를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래 우리 모두는 인터넷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이제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인터넷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터넷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창조한 높은 정신세계에 위치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검색이 아니라 사색(思索)”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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