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연출가이자 창조경영자”
제2회 창의경영학교 포럼
학생들의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창의교육이 주목을 받으면서 교사들의 새로운 발상과 도전정신도 함께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2회 창의경영학교 포럼'이 지난 25일 충남대학교 문원강당에서 진행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중앙대학교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대전과 충남 지역 교원 약 210명이 참여, 학교 밖 창의 경영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중앙대학교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대전과 충남 지역 교원 약 210명이 참여, 학교 밖 창의 경영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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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 충남대학교 문헌강당에서 '제2회 창의경영학교 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는 대전과 충남 지역의 교원 210여명이 참여, 높은 관심 속에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다. ⓒ황정은 |
‘창의경영학교 포럼’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잠재된 능력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창의인재를 육성하는 교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교환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날 포럼은 TED방식으로 진행된 명사특강과 타 학교의 창의경영 우수사례를 듣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참여 교원들은 마술과 만화, 낭시 등을 배우는 토크먼스 분과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 밖 명사로부터 창의를 배우다
명사특강에는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과 이대영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이진아 이진아콘텐츠컬렉션 대표 등이 창의경영 이야기와 문화감수성, 콘텐츠 기획 등에 대해 언급했다.
‘경영과 창조적 사고’를 주제로 특강을 선보인 박기석 회장은 창조 경영의 의미와 감수해야 할 위험, 시공테크와 시공미디어의 경영 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박 회장은 “창조경영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로 걸어가는 것을 말한다”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을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할 수 있다. 끝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최초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테크는 박물관과 과학과, 전시관 등의 전시·영상 전문회사로 한국 최초로 전시산업을 시작했다. 현재 250여개의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으며 2년마다 기술개발백서를 발간, 재벌기업보다는 전문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4년 동안 전 세계 다양한 잡지들을 80여권 구독하고 있다. 시공테크의 업무와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종류의 콘텐츠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잡지를 구독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시공테크에서 진행하는 업무가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에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세계를 보는 눈을 기른 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습관’을 기업문화로 자리 잡도록 해야겠다고 생각, 이러한 신념아래 다양한 불가능에 도전하며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한 것이다.
시공테크 작업물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88 서울 올릭픽’ 당시 63빌딩 건물에 쏘아올린 레이저 쇼가 있다. 첫 올림픽이었던 만큼 정부차원에서 첨단 기술과 한국문화를 접목할 수 있는 행사를 찾고 있던 당시, 시공테크는 63빌딩에 레이저를 영사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당시 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를 첨단 기술인 레이저 빔으로 구현, 첨단과 전통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시공테크는 유리창에 레이저를 영사해도 상이 맺히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반대의견에 부딪혔다. 박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63빌딩 총 58개 층에 종이를 붙여 결국 이를 성공시켰다. 박기석 회장은 “기업은 불가능의 길을 가야만 차별화 되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의 최초를 우리 기업이 무수히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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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 진행된 '제2회 창의경영학교 포럼'에서 이대영 교수(좌)와 이진아 대표(중),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우)이 명사특강을 선보였다. ⓒ황정은 |
이대영 중앙대 교수는 ‘21세기 문화감성의 시대,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모든 창의는 시간과 공간이 제약돼 있을 때 발휘된다”고 언급한 이 교수는 “21세기 문화를 창의와 참여, 자유의 ‘쿨(cool) 문화’라고 이야기하며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에는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놀이하는 인간에게는 총 네 가지 본능이 있다. ‘경쟁’과 ‘우연’ ‘모의’ ‘현기증’ 본능으로, 여기서 학교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은 역할놀이(미미크리․mimicry), 즉 모의 본능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은 예술 문화교육을 통한 역할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순간순간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현실에서 리멘(limen), 즉 문지방 공간을 지나 다시 현실로 통합된다”고 언급, 참여 교원들에게 이번 포럼 자체가 리멘 공간인 만큼 학교로 돌아갔을 때는 학생들을 대하는 모든 태도가 확실하게 달라져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아 대표는 콘텐츠 기획자가 경험한 창의경영에 대해 강연했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뗀 이 대표는 미국 서점 1, 2위의 보더스와 반스앤노블스가 전자책 시장을 거부하다 주가가 하락하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량을 앞지른 사건(2010년 7월 기점)을 언급하며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진아콘텐츠컬렉션의 대표적 베스트셀러로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자기계발서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이 있다. 현재 35만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젊은 여성들이 매일매일 스스로를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명언이 담긴 카드를 함께 제공, 지갑 등에 넣고 다니며 일상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발상은 적중했으며 젊은 여성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책을 출판하기 전, 기획자로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책은 꼭 텍스트로 나와야 하는지, 작가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앞으로도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라며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현실과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며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에 맞는 프로그램 발굴이 중요”
명사특강 이후에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창의교육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발표에는 인천 청라고등학교와 충남 복수중학교, 경기 보정초등학교, 경기 예봉초등학교가 참여했다.
복수중학교는 2009년 8월까지만 해도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이 20% 이상으로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매우 낮고 관내 최하위 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지병규 교장은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학생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자신감부여’ ‘자존감 찾기’ ‘삶의 목표 갖기’ ‘봉사 실천으로 배려와 감사하기’ 라는 학생중심의 창의․인성 실천 목표를 세운 후, 학생들의 기본학력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야간공부방을 운영하고, 귀가용 버스를 지원했으며 방과후 학교와 교과 캠프 등을 진행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지성을 자극한 것이다.
교원들의 노력이 함께 조화돼 복수중학교의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은 2008학년도 23%에서 2009학년도 9%, 2010학년도 2.6%, 2011학년도 1.3%로 급격하게 줄어 충남지역에서 7위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가장 많았던 학교에서 우수학력비율이 높은 학교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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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 진행된 '제2회 창의경영학교 포럼'에서 경기보정초의 천병희 교장(좌)과 충남 복수중학교의 지병규 교장(우)이 창의경영학교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황정은 |
지병규 교장은 “도시마다 농촌마다, 학교 규모에 따라 여건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창의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학부모들이 도와주면 훨씬 효과적이고 보람 있게 운영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참가한 학교들의 사례 중 공통점은 학생들에게 교과과정 이외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문화 활동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보정초등학교는 ‘문화예술탐구’와 ‘학교농장도시농부’를 핵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예봉초등학교 역시 요리실습과 요가실습, 진로체험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며 문화예술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청라고등학교는 ‘D.R.A.G.O.N.S Prize’라는 청라고 만의 시상제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진로대회와 국제교류활동, 학술동아리활동, 프로젝트활동 등을 진행하며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창의경영 프로그램과 관련 보정초 관계자는 “체험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창의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창의성이 무궁무진해지고 학교폭력도 없어진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이 이어지면 수업개선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럼에 참여한 김태화 교사(전주아중초)는 “학교에 있으면 틀에 박힌 교육과정 안에서 교육을 하다 보니 창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포럼에 참여하다보니 변화와 혁신은 어려운 일이 아닌, 생각의 틀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언급했다.
정훈희 교사(팔봉중)는 “우리학교에 어떤 사례를 접목할 수 있을지 초점을 두고 참여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겹치는 것도 있고 더 우수한 사례도 있더라.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은 보완하고, 더 낫다고 생각되는 것은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농어촌은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데 복수 중학교는 매우 훌륭하더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포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럼을 준비한 강신천 공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번 포럼의 특징은 토크(talk)와 퍼포먼스(performance)가 결합된 ‘토크먼스’라는 데 있다. 학교의 교원들이 창의적인 사고와 생산물을 어떻게 내는지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 교수는 “창의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시설물이나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연출가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에 외부 명사들을 초청해 특강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활동으로 교사들의 변화가 본격화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교육 안에 창의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2012.08.27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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