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새롭게 구현할 수 있어 매력적”
‘21세기의 물감’ 미디어아트 ②
미디어아트는 미술계에 있어 전 세계적 흐름이다. 백남준 이후 미디어가 예술의 소재로 차용되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충격으로 대중들에게 접근한 뒤,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서 그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현재 수많은 미디어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지만 그중에도 강현욱 작가는 특별하다. 지난 2007년 세계적 미술가 등용문이자 현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교육기관인 프랑스의 국립 프레누아 현대미술스튜디오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인물로,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작가로서 마땅하다고 이야기하는 미디어아티스트이다.
현재 수많은 미디어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지만 그중에도 강현욱 작가는 특별하다. 지난 2007년 세계적 미술가 등용문이자 현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교육기관인 프랑스의 국립 프레누아 현대미술스튜디오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인물로,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작가로서 마땅하다고 이야기하는 미디어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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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현욱 작가는 사회적인 언어를 기반으로 인간소통과 현대 사회의 병폐를 유머러스한 그만의 필치로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황정은 |
지난해 사립미술관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추진한 ‘K-아티스트 글로벌 프로젝트’의 22인 작가에 선정되기도 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Project L’ 전시를 진행 중인 강현욱 작가의 수식어는 ‘정체불명의 억압과 거대세력으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머나먼 이국 땅 프랑스로 건너가 이방인으로서의 이질감을 느껴야 했으며, 그 사회가 요구하는 문화적 항목을 반(半) 강압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그에게 이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이 깨어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현상을 넘어 본질을 언급한 것이다.
융합, 오브제와 오브제의 만남
그의 작품은 모두 인간사회의 불안한 의식을 담고 있다. 재료는 ‘과학’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융복합’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지만, 그는 ‘사이언스 아트’라는 말로 시종 일관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은 탄생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융합이란 오브제와 오브제가 동등하게 만났을 때 나타나는 형상들이고, 사이언스 아트는 현재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최근의 연구를 갖고 아티스트가 작업하는 것을 말해요. 그야말로 물감과 같이, 과학 장치가 예술가의 사상을 나타내는 데 하나의 재료로 역할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죠.”
그가 처음부터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예술가다. 그런 그가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새롭게 잡은 것은 프랑스 유학 경험이 갖고 온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학교에서 그림만 그리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으로, 굉장히 퀄리티 높은 작품을 그려야 했죠. 학교에서는 그림과 사진, 비디오를 동시에 다룰 줄 아는 작가를 원했어요.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작가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물감 대신 비디오를 사용하다
그렇다면 순수회화와 미디어아트는 작업을 할 때, 과연 어떤 차이점이 존재할까. 그는 두 예술에 존재하는 차이는 단 하나, ‘물감 대신 비디오’라는 점을 들었다. 회화든 미디어아트든 예술에는 작가의 사상과 작품에 임하는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순수회화와 미디어아트를 작업할 때 차이점은 물감 대신 비디오를 사용한다는 것, 그것뿐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작업을 왜 하는가’ 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근본적 타당성이에요. 저는 작가의 작업이 이 시대 서민들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신윤복 선생님과 김홍도 선생님의 작업은 당대를 대변했죠. 밀레와 고흐의 작업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이 시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에 대해 논리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 작업을 해요.”
그는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일반 회화의 경우 그림 밖에서 마름모꼴을 그리며 왔다 갔다 하면서 보죠. 하지만 미디어아트는 반대로 미디어 안 세계가 마름모를 형성해서 안을 훑어요. 그리고 주체자는 가만히 있죠. 미디어나 그림이나 비슷할 수 있지만 미디어의 장점은 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점을 본다면 영화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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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현욱 작가의 'Good Man' ⓒ이응노미술관 |
그는 미디어아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현대철학을 반영하는 데 영화만큼 훌륭한 장르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사실 영화와 미디어아트는 영상을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다만 영화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예술이라면, 미디어아트는 작가의 사상에 더욱 치중된 순수예술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금도 저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지만, 미디어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들이 있어요. 그림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미디어에서는 풀리는 거죠. 한 예로 영화는 현대철학을 잘 표현할 수 있죠. 때문에 수많은 천재들이 영화로 몰리고 있어요. 비디오도 마찬가지예요. 비디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많아요. 영화에서 못한 일도 할 수 있고, 서사적 구조를 벗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죠.”
미디어아트 공감은 교육의 문제
최근 국내에서도 미디어아트에 의미를 부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평가와 함께 보다 더 빨리 여기에 다가가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업계의 반응만큼 뜨겁지 못하다. 미디어아트 전시에 들른 관객들 대부분은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이를 ‘딱딱하고 차가운 기술’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과연 미디어아트는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술인가.
이에 대해 강 작가는 ‘교육’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바로 미디어아트를 접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미디어아트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지 않았죠. 과연 국내 대학교 미대에서 미디어 교육을 얼마나 시키고 있을까요. 그 전공자들이 중고등학교의 미술교사가 될 텐데, 과연 우리는 미디어아트를 기초학문으로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와 함께 그는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이 사회문화적 소양을 길러 더 넓은 세계로 나갔을 때, 외국인들과 예술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실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각국의 청년들과 동참해서 예술작품에 대해 얼마나 토론을 벌일 수 있을까요. 영어만 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바로 소양의 차이에요. 현재 외국인들은 미디어아트에 대해 보는 ‘눈’을 교육받고 있어요. 또한 그게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고요. 그 대화에 낄 수 없다면 바람직한 것일까요.”
그를 만난 한 외국 평론가는 “당신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국경이 흐려졌다고 하는 가운데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함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초기 그의 작품은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와 이방인의 이질감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앞으로 ‘불안’에 대해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주체할 수 없는 위기상황과 갈수록 불안해지는 사회를 말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마 앞으로 끊임없는 전쟁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2012.08.2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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