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9일 목요일

4할 대 타자가 안 나오는 이유

4할 대 타자가 안 나오는 이유

진화생물학자 제이 굴드의 분석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매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데는 야구만한 것도 없다. 열기 가득한 야구장을 찾아 그 속에 빠지다 보면 더운 여름의 열기를 잊을 수 있다.

올해 초부터 흘러나온 승부조작 파문으로 얼룩이 지긴 했지만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관중도 작년보다 훨씬 증가했다.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변함없는 것이다.
▲ 여름은 야구의 계절이다. 더운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데는 야구만 한 것도 없다. 야구의 열기에 빠지면 뜨거운 더운 여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클릭

그런데 프로야구를 관람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타율이 4할 대인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격에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한 선수라고 해도 4할 대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생의 경기에서는 4할 대, 심지어 5할 대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고교 야구에서 4할 대가 많이 나오는 것은 선수 간의 실력 차이가 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실력이 모자란 투수와 실력이 출중한 타자가 대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마지막 4할 타자는 테드 윌리엄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는 이제 140년으로 접어들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28회에 걸쳐 4할 대의 타자가 타격 왕을 차지했다. 1920년대까지는 4할 타자가 드물지 않았다. 그러다가 1941년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가 4할6리(0.406)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 후 4할 대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윌리엄스는 마지막 4할 타자로 남아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야구는 사람이 열 번 중 세 번의 성공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유일한 영역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선수다. 열 번 타격에서 세 번 안타를 치면 3할3푼3리(0.333)이다. 이 정도의 타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다.

그의 통산 타율은 3할4푼4리(0.344)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역대 7위다. 1941년 그는 5할5푼3리(0.553)라는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이해에 그는 4할6리(0.406)로 타격왕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야구는 대표적인 기록 경기다. 통계나 숫자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 재미가 배가된다. 타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숫자 중에 대표적인 것이 타율이다. 타율은 타격에 나선 횟수(타수)에 대한 안타수의 비율이다.

한 시즌 타율이 가장 높은 타자는 타격왕의 영예를 얻는다. 2011년의 타격왕은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로 타율이 3할5푼7리(0.357)였다. 열 번 타격에 나서 약 3.6번은 안타를 쳤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 유일한 4할 타자는 백인천 선수
보통 타율이 3할 대를 유지하면 대단히 우수한 타자로 평가 받는다. 한편 4할 대는 타자들에게 꿈의 타율로 여겨진다. 30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4할 타자는 프로야구 원년(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이 유일하다.

그의 타율은 4할1푼2리였다. 얼마 전 은퇴한 이종범은 1994년 3할9푼3리의 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설사만 아니었다면 4할 달성은 무난했을 거라는 후일담이 우리를 더욱 아쉽게 만든다.

꿈의 타율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 이 질문은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이나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의 중요한 의문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 만큼 숱한 설명들이 난무하였다. 투수의 투구나 수비역량의 발전, 타격 기량의 상대적 퇴보, 구단의 관리능력 향상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진화론자 제이 굴드가 과학적으로 설명해
▲ 진화생물학자 제이 굴드는 4할 대 타자가 왜 없는지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했다. ⓒ위키피디아
4할 타자의 미스터리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한 인물은 뜻밖에도 미국의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였다. 그는 자신의 역작 <풀 하우스 Full House>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들의 기량이 퇴보한 탓이 아니라 오히려 전반적인 타격능력의 향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할 타자의 딜레마’라는 장에서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가 사라져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미국 야구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와 이 수수께끼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굴드는 그 현상을 타자의 실력 저하나, 투수 또는 수비수의 향상 때문이라고 말하는 기존의 모든 주장을 비판한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더 향상되었음을 실제 자료를 기초로 증명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굴드는 야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야구 시스템 전체의 변이 폭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즉 타율의 변이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규분포곡선에서 오른쪽 꼬리에 해당하는 예외적 존재인 4할 타자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굴드의 설명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타자들의 타격능력은 나날이 향상되어 평균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더 많이 다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투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들, 예를 들어 투수 마운드의 위치조정, 스트라이크 존의 변경, 여타의 규칙 변경 등으로 인해 덕분에 평균타율은 2할6푼 수준을 항상 유지하게 되었다.

선수들의 기량이 모두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
또한 상향 평준화된 타자들의 타율은 평균타율 중심으로 좁게 분포하게 되었다. 인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타자들의 능력이 더 이상 향상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 결과로 인해 4할 타자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굴드는 역대 메이저리그의 통계자료를 이용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위 주장들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구구단 실력은 천차만별이라서 구구단에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미 구구단을 마스터한 고등학생들의 구구단 실력은 대단히 상향평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구구단 천재를 뽑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그의 주장 속에서 왜 중학교나 고교야구에서는 4할 대나, 심지어 5할 대까지도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말하자면 중·고교에서는 야구 천재가 있을 수 있지만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야구에서는 대단한 천재는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굴드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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