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미국 횡단 여행 33일 만인 지난달 30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합뉴스]“죽음 앞에서 가장 절박하게 느낀 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지금 해야지 나중에 하자며 미루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였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50)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 도착했다. 40일 여정으로 6월 27일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난 지 33일 만이었다. 장애인 특수차량을 타고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 그의 최종 목적지는 보스턴이다.
그는 2006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다. 제자들과 미국 서부의 지질환경 탐사에 나섰다 차가 전복되면서 목 아래 부분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제자 한 명은 가슴에 묻어야 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와 LA 특수병원의 재활치료 덕에 6개월 만에 다시 강단에 섰다. 이번엔 사고 후 6년 동안 가슴 속에만 품어왔던 꿈에 도전했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한다’는 게 이번 여행의 동기였다는데.
“죽음 앞에 서보니 ‘나중에’라는 건 의미가 없더라. 사실 7월에 중요한 학술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미국 횡단 여행은 못 할 것 같았다. 인생에서 학술발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에 그냥 던지고 나왔다.”
- 몬태나주에선 미국인 전신마비 친구와 낚시도 했는데.
“지난해 미국에 왔다가 몬태나주에서 사냥을 하는 크리스 크레스비란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 장애가 심한데 사냥을 하는 걸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미국 횡단 여행을 선뜻 결심한 것도 그 친구 덕분이었다. 나도 사냥을 하고 싶었지만 면허를 받는 게 복잡해서 송어 낚시를 함께했다.”
- 장애인으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나.
“장애인에겐 가능한가 불가능한가가 중요하지 불편 여부는 문제가 안 된다. 마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등산가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욕창 방지를 위해 30분~1시간 간격으로 의자를 뒤로 젖힌 뒤 엉덩이 쪽에 몰린 피를 위로 흐르게 해줘야 한다. 힘들었다. 하지만 해낼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값지다.”
- 다음엔 어떤 도전에 나설 생각인가.
“지질학자였기 때문에 탐사를 많이 다녔다. 처음엔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끝에 가보면 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여행도 마지막이 아니다. 이번엔 호텔에서 잤는데 다음엔 야영을 해가며 지질탐사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인도양에 배를 타고 나가서 탐사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건 한 2년 뒤 일일 거다. 다만 지금 나를 도와주고 있는 도우미 두 분이 다음 여정을 밝히면 그만 두겠다고 할까 봐 겁난다(웃음).”
- 장애인용 특수차량을 타고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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