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일 목요일

물고기가 인간의 고대 조상?

물고기가 인간의 고대 조상?

선사시대 상어가 척추동물의 공통조상


인간의 조상이 물에서 왔을 것이라는 주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어(人魚)에 대한 전설이다. 전 세계적으로 내륙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반은 물고기, 반은 사람인 인어가 상징하는 의미가 그렇다.

인어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 'mermaid'는 바다를 뜻하는 ‘mere’와 처녀를 뜻하는 ‘maid’의 합성어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연상, 여자인어만 생각하는데 남자인어도 있다. ‘merman’이라고 부른다. 또 인어종족에 대한 전설도 있다.

▲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 물고기가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위키피디아
물고기에서 진화, 아낙시만드로스 처음 주장
물고기가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고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BC610~BC546)다. 학자들은 그를 최초의 진화론 주창자, 천문학자로 꼽는다. 탈레스의 제자로 피타고라스와 함께 수학하였으며 피타고라스보다 30년 정도 선배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시리아의 여신 아타르가티스(Atargatis)가 자신이 사랑하는 목동이 죽자 물 속으로 뛰어들어 데르케토(Derketo)라는 인어가 됐다는 전설이 있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데르케토가 실제로 존재하며 사람들이 그것을 목격했다고 기록했다.

이는 비단 전설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원전 2000년경 인어의 모습이 그려진 페니키아 동전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많은 역사 기록에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을 인어로 규정할 것인가는 다르다.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의 '인어공주'의 인어가 아니라면 고대인들은 사람의 형체와 비슷한 물고기들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浪奸전설, 문헌에는 옥붕어로 기술
우리나라에도 인어전설이 있다. 어느 날 이진수라고 하는 어부가 바다에서 미인에게 이끌려 간 용궁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 때, 먹으면 불로장수 한다는 인삼(인삼이 아닌 인어)을 받았다. 의심스러웠던 이진수는 그것을 먹지 않고 그대로 뒀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았던 그의 딸, 랑간(浪奸)이 그것을 먹어버린다. 그녀는 순식간에 너무나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변한다. 그러나 늙지 않는 것도 슬픔이었다. 300살을 넘어 산을 방황하다 행방불명이 됐다. 훗날 사람들은 랑간이 인어가 됐을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인어가 어부를 보호하거나 풍어를 몰고 온다고 생각했다.

전설뿐만 아니라 문헌에 남아 있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실학자 정약전이 1801년 신유사옥으로 인해 흑산도에 유배돼 생활하면서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일부내용이 그것. 자산어보는 흑산도 근해에 살고 있는 수산생물을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류학서로, 인어의 속명이 옥붕어(玉朋魚)로 표기돼 있다.

3억년 전 원시어류 아칸토데스가 유악류의 공통조상
인류가 약 3억년 전 바다를 배회한 선사시대 상어로부터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과학저널 네이처 연구결과를 인용, 아칸토데스 브로니(Acanthodes bronni)라는 학명을 지닌 원시 어류가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상의 모든 유악류(턱이 있는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2억 9천만 년 전의 아칸토데스 두개골을 재분석한 결과, 어류와 조류, 파충류, 포유류 그리고 인류가 해당하는 유악류의 초기 모습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스어로 ‘가시를 가진’이란 의미를 지닌 아칸토데스는 최초의 경골어강과 연골어류에 속하는 원시 상어로 분할되기 이전에 존재한 종이다.

아칸토데스의 화석은 유럽과 북미 그리고 호주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른 가시를 가진 상어(극어류)와 비교할 때 이 상어는 몸길이가 약 30cm 정도로, 상대적으로 크다. 아칸토데스는 이빨이 없는 대신 아가미와 커다란 눈을 갖고 있으며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 과학자들은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3억년 전 바다를 배회한 원시어류로 학명이 하칸토데스 브로니라는 상어가 인류를 포함해 턱뼈를 지닌 모든 척추동물의 조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키피디아

연구팀을 이끈 이 대학의 생물학자 마이클 코츠(Michael Coates) 교수는 “아칸토데스는 경골어강과 연골어류에 속하는 상어의 마지막 공통 조상의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상어와 은상어 그리고 가오리와 같은 연골어류는 약 4억 2천만 년 전 경골어강에서 갈라졌다. 하지만 인류가 포함된 최후의 공통 조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극어류는 약 2억 5천만 년 전까지 나타났으며 일반적으로 화석에는 작은 비늘과 정교한 가시 지느러미 만이 남겨진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초기 경골어강과 상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보존이 잘된 아칸토데스의 화석 재조사에 착수했다.

인어에서 진화론을 도출해 낸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은 그의 죽음과 함께 잊혀져 버렸다. 허튼 소리로 치부됐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20세기 수생유인원설(水生類人猿說)이 제기되면서 그의 주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유인원은 지상동물의 진화로 생긴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유래했다는 의미다.

물론 진화에 대한 아낙시만드로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있다 해도 그의 연구와 관찰내용은 오늘날과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어라는 전설 속에서 과학을 찾아낸 그의 탐구력에는 혜안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02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