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8일 수요일

독심술, 어디까지 왔나?

독심술, 어디까지 왔나?

생각만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척척

앞으로 키보드가 필요 없다. 또 말도 필요 없다. 만약 아인슈타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고 치자. 아인슈타인을 머리에 떠올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주문까지 한다.
▲ 두뇌는 전기신호에 의해 작동하고 그 전기신호가 뇌파를 발생시킨다. 뇌파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IBM은 5년내 사람의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BM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뇌파, 텔레파시 등의 이야기는 사이비과학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사람의 뇌파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조만간 말과 글이 아니라 생각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계에 살게 될 전망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 가능한 세상이 열린다.

以心傳心이 통하는 시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대부분 손, 발, 목소리 그리고 얼굴 표정 등이다. 역사 이래 인류는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 주변 환경과 교류해왔다. 행동과 움직이는 모습을 실질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외부와 의사소통 해 왔다.

그러나 행동을 외부로 알리지 않고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을까? 만약 두뇌가 외부 환경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면? 현재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비용이 낮아지고, 성능은 진일보하고 있다.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미래기술이다.

두뇌는 전기신호에 의해 작동, 전기신호가 뇌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래, 이러한 뇌파를 읽겠다는 발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뇌파 연구는 커다란 성과는 없었지만 꾸준히 발전을 해왔다.

1950년대 말만 하더라도 한 번에 뉴런 1개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 개의 뉴런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을 기록하는 역량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증가는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을 위한 발전에 있어 중요하다.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는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카고 재활연구소(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 과학자들은 뇌졸중이나 척수손상으로 손상된 두뇌의 연결부를 복구하는 획기적인 연구에 직접 참여했다. 뉴런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진은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능적 전기 자극 치료기 그리고 가상현실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연결부를 복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은 뇌가 손상된 쥐에게 로봇 소뇌를 성공리에 이식했고 쥐는 운동능력을 회복했다. 로봇 소뇌 안의 칩은 뇌간(brain stem, 腦幹)으로부터 감각정보를 받고, 해석하고, 전송해서 두뇌와 신체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게끔 고안됐다. 로봇 소뇌 기능이 없었다면 이런 움직임은 불가능했다.

마인드 리딩에 관한 연구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의 생각을 엿본다거나 아이디어를 훔치는 비도덕적인 측면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 연구는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며 장애인들이 운동능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일 등 훨씬 인도주의적이다.

두뇌활동 패턴 해석할 수 있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은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다시 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언어를 듣고 두뇌가 형성하는 전기적 활동의 복잡한 패턴을 해석한 다음, 그 패턴을 다시 원래의 언어와 매우 근사한 형태로 환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원자들이 5분 내지 10분 동안 대화를 듣게 했다. 그리고 그 동안 두뇌 표면에 붙인 전극의 전자 텔레파시를 활용해 두뇌 활동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환자가 단어를 들었을 때, 환자의 두뇌 활동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했고 연구팀은 단어를 추론할 수 있었다.

신경과학자들은 발음된 단어가 두뇌에서 전기 활동의 패턴으로 변환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연구는 이런 패턴을 원래의 소리로 다시 변환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인데, 이는 뇌졸중 환자들이 언어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절차다.

당장 주목할 만한 점은 생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일 것이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오토노모스 혁신연구소(AutoNOMOS Innovation Labs)에서는 컴퓨터로 조종되는 자동차를 뇌파 측정이 가능한 신규 센서 인터페이스와 연결시켰다.

컴퓨터는 두뇌가 “좌회전”, “우회전”, “가속” 또는 “브레이크”와 같은 명령을 내리면 두뇌의 생체전기 파동을 해석하도록 훈련 받았다. 연구진의 목표는 미래형 무인 자동차 제작이다. 현재 두뇌 센서를 제어하는 모델은 사람과 기계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제어 방식이라 불린다.
▲ 신경과학자 에릭 류싸트 교수는 마인드 리딩 기술개발의 권위자다. ⓒ워싱턴대학
또 다른 새로운 연구가 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과학자들은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머릿속에서 생각해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원자들은 특정 언어를 생각하거나 말해서 컴퓨터 커서를 조정하는 법을 빠르게 습득했다. 이는 인터페이스를 인식하도록 프로그램 된 뇌파 패턴을 만들었다.

워싱턴대 에릭 류싸트(Eric Leuthardt) 박사의 말이다. “우리는 말한 소리와 환자가 발설한다고 상상하는 말, 모두를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진정으로 생각의 언어를 읽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주 조금이지만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지하는 ‘리딩 마인드’의 선례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연구다. 듀크대 신경공학센터 연구팀은 원숭이 두 마리에게 뇌 활동만으로 가상 아바타의 손을 움직이게끔 훈련시켰다. 가상 물체의 감촉은 전기신호 패턴으로 원숭이의 뇌에 전해졌고, 원숭이들은 가상 물체를 파악하고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처음으로 두뇌와 가상 신체 사이의 양방향에 연관성이 있었다고 한다.

키보드, 마우스는 과거의 산물이 될 것
이러한 발전은 부상과 뇌졸중을 당한 환자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일례로 워싱턴대의 연구결과는 운동능력을 잃은 사람이 해당 기능에 사용했던 두뇌의 동일한 부분을 사용해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을 제시한다.

듀크대의 연구는 심각한 장애를 입은 환자도 생각을 통해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촉, 모양 그리고 사물의 온도와 관련해 주변 세상으로부터 피드백을 제공하는 로봇형 외골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뇌에서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자연스러운 뉴런 활동을 모방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뇌파를 읽는 비외과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브레인 캡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이식한 전극에서 얻은 자료를 대조해 해석하는 것이다. 팀은 센서가 연결된 캡과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가 머지않아 컴퓨터, 로봇 의족, 전동 휠체어, 심지어 디지털 아바타를 다룰 것이라고 상상한다. 뇌파 탐지를 위해 비외과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얻는 건강 및 정신안정의 혜택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프로세서 속도가 지난 세기 컴퓨팅 혁명을 이끌었던 것처럼, 동시에 단일 뉴런을 기록하는 역량의 증대는 신경과학 혁명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키보드, 트랙패드 그리고 컴퓨터 마우스는 과거의 산물이 될 것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8.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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