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두 해는 없다?
서로를 파괴하는 쌍둥이 별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조선시대 중종 15년 4월, 이상한 사건이 임금에게 보고됐다. 전라도 전주에서 두 개의 해가 동시에 하늘에 떴다는 것. 당시만 해도 태양은 최고의 지존인 임금을 상징했는데, 동시에 두 개의 태양이 떴다니 참으로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이에 중종은 “옛말에 ‘하늘에 두 해가 없다’ 하였거니와, 이제 만약 두 해가 함께 나타난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역사에 쓴다면 후세에서 해괴하게 여길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라감사로 하여금 다시 상세히 아뢰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중종은 “옛말에 ‘하늘에 두 해가 없다’ 하였거니와, 이제 만약 두 해가 함께 나타난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역사에 쓴다면 후세에서 해괴하게 여길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라감사로 하여금 다시 상세히 아뢰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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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대관령에서 관측된 환일현상. ⓒ연합뉴스 |
그날 중종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해는 태양 근처의 구름에 눈 또는 얼음 조각이 섞여 있을 경우에 태양 광선이 굴절되면서 해가 둘 또는 세 개로 보이는 환일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조지 루카스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든 ‘스타워즈’에서는 아예 두 개의 해가 있는 행성이 등장한다.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인 사막 같은 행성 ‘타투인’에서는 항상 두 개의 해가 동시에 뜨고 진다.
그런데 사실 우주에서는 이처럼 두 개의 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홀로 지구를 밝히는 태양과는 달리 우주의 많은 별들은 쌍성이다. 쌍성은 서로의 질량 중심을 돌면서 중력에 의해 묶여 있는 두 개의 쌍둥이 별을 뜻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선발할 때 매우 특별한 시력 검사를 시행했다. 북쪽 하늘을 밝히는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 끝에서 빛나는 ‘미자르’와 ‘알코르’라는 쌍성을 2개로 식별할 수 있는 자만이 군인이 될 수 있었던 것.
사실 미자르와 알코르는 서로의 중력으로 묶여 있는 쌍성이 아니었다. 다른 거리에 있는 별들이 우연히 우리의 시선 방향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이런 별들의 쌍을 ‘겉보기 쌍성’이라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리치올리는 1650년 미자르가 쌍성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미자르는 알코르와 쌍성이 아니라 미자르A와 미자르B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그 후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미자르A와 미자르B도 각각 쌍성이란 것이었다. 이처럼 우주에는 쌍둥이 별이 매우 흔하다. 심지어 태양도 원래는 쌍성이라는 주장이 있다.
태양의 쌍둥이 별, 네메시스
이 같은 주장을 한 대표적인 과학자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리처드 뮐러 박사이다. 그는 태양에서 약 1~1.5광년 떨어진 곳에 ‘네메시스(Nemesis)’라는 태양의 쌍둥이 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네메시스 가설’이다.
그가 이 같은 가설을 세우게 된 까닭은 1984년에 발표된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시카고대학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와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가 과거 2억 5천만 년 동안 약 2천 600만 년 간격으로 대멸종이 있었으며, 이같이 주기적으로 대멸종이 찾아온 것은 지구 외의 무엇인가가 원인일 거라고 추정했던 것.
그 후 뮐러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 태양의 쌍성이 주기적으로 오르트 구름(장주기 혜성의 기원으로 알려진 곳으로,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상적인 천체 집단)을 지나갈 때 대량의 혜성이 발생해 지구에 충돌함으로써 대멸종이 찾아왔다는 네메시스 가설을 주장했다.
특히 뮐러의 경우 궤도 한쪽의 선단이 태양계 내로 들어와서 오르트 구름을 교란시키면서 2천 600만 년마다 일주하는 장타원형의 네메시스 궤도를 계산하기까지 했다.
그 후 자신의 이론을 철회했지만, 네메시스의 궤도 주기를 처음보다 훨씬 짧은 2만 6천 년 정도로 보고 있는 네메시스 지지자들은 지금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2만 6천 년이라는 시간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천체가 한 바퀴 완전히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극성이 북극성에서 직녀성으로, 다시 직녀성이 북극성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
한쪽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쌍생아의 원초적 공포
심리학 용어 중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s)이란 말이 있다. 요즘은 시험관아기 등으로 쌍둥이 출산이 흔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원래 쌍생아를 임신할 확률은 10% 정도이지만, 배니싱 트윈 때문에 쌍생아가 태어나는 비율은 더 낮다는 것.
쌍생아를 임신할 경우, 8~10주 정도면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반과 심장을 각각 2개씩 볼 수 있다. 그러나 임신 10~15주 사이에 두 아기 중 하나의 심장이 멈추고 태반이 쪼그라들어 자연소멸되는 것이 바로 배니싱 트윈이다. 이때 사라진 아기는 모체에 재흡수되거나 아무런 징후와 증상 없이 유산된다. 심리학적으로 배니싱 트윈은 한쪽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쌍생아의 원초적인 공포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의 중종도 그랬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처럼 자신과 똑같이 닮은 존재를 두려워하고 사라지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럼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쌍성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유럽남부천문대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을 통해 국제연구팀이 밝혀낸 연구결과에 의하면, O형 항성의 쌍성들도 질량전이와 같은 파괴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O형 항성이란 질량이 태양의 15~90배이며 밝기는 태양의 2만~100만 배에 이르는 매우 뜨겁고 밝은 항성으로서, 큰 질량으로 말미암아 어떤 분광형의 주계열성보다 빠르게 자신의 수소를 태워 주계열성 단계에 불과 수백만~수천만 년 정도밖에 머물지 못하는 별을 일컫는다.
연구팀이 은하계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O형 항성들을 VLT로 관측한 결과, 4분의 3 정도가 동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쌍성계 대부분이 동반성으로부터 신선한 수소를 흡수해 자신의 질량을 증가시키는 파괴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며, O형 항성의 쌍성 중 20~30% 정도가 하나의 별이 되기 위해 병합이라는 강렬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우주의 쌍성들도 하나의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되기는 싫은 모양이다.
조지 루카스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든 ‘스타워즈’에서는 아예 두 개의 해가 있는 행성이 등장한다.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인 사막 같은 행성 ‘타투인’에서는 항상 두 개의 해가 동시에 뜨고 진다.
그런데 사실 우주에서는 이처럼 두 개의 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홀로 지구를 밝히는 태양과는 달리 우주의 많은 별들은 쌍성이다. 쌍성은 서로의 질량 중심을 돌면서 중력에 의해 묶여 있는 두 개의 쌍둥이 별을 뜻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선발할 때 매우 특별한 시력 검사를 시행했다. 북쪽 하늘을 밝히는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 끝에서 빛나는 ‘미자르’와 ‘알코르’라는 쌍성을 2개로 식별할 수 있는 자만이 군인이 될 수 있었던 것.
사실 미자르와 알코르는 서로의 중력으로 묶여 있는 쌍성이 아니었다. 다른 거리에 있는 별들이 우연히 우리의 시선 방향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이런 별들의 쌍을 ‘겉보기 쌍성’이라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리치올리는 1650년 미자르가 쌍성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미자르는 알코르와 쌍성이 아니라 미자르A와 미자르B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그 후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미자르A와 미자르B도 각각 쌍성이란 것이었다. 이처럼 우주에는 쌍둥이 별이 매우 흔하다. 심지어 태양도 원래는 쌍성이라는 주장이 있다.
태양의 쌍둥이 별, 네메시스
이 같은 주장을 한 대표적인 과학자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리처드 뮐러 박사이다. 그는 태양에서 약 1~1.5광년 떨어진 곳에 ‘네메시스(Nemesis)’라는 태양의 쌍둥이 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네메시스 가설’이다.
그가 이 같은 가설을 세우게 된 까닭은 1984년에 발표된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시카고대학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와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가 과거 2억 5천만 년 동안 약 2천 600만 년 간격으로 대멸종이 있었으며, 이같이 주기적으로 대멸종이 찾아온 것은 지구 외의 무엇인가가 원인일 거라고 추정했던 것.
그 후 뮐러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 태양의 쌍성이 주기적으로 오르트 구름(장주기 혜성의 기원으로 알려진 곳으로,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상적인 천체 집단)을 지나갈 때 대량의 혜성이 발생해 지구에 충돌함으로써 대멸종이 찾아왔다는 네메시스 가설을 주장했다.
특히 뮐러의 경우 궤도 한쪽의 선단이 태양계 내로 들어와서 오르트 구름을 교란시키면서 2천 600만 년마다 일주하는 장타원형의 네메시스 궤도를 계산하기까지 했다.
그 후 자신의 이론을 철회했지만, 네메시스의 궤도 주기를 처음보다 훨씬 짧은 2만 6천 년 정도로 보고 있는 네메시스 지지자들은 지금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2만 6천 년이라는 시간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천체가 한 바퀴 완전히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극성이 북극성에서 직녀성으로, 다시 직녀성이 북극성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
한쪽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쌍생아의 원초적 공포
심리학 용어 중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s)이란 말이 있다. 요즘은 시험관아기 등으로 쌍둥이 출산이 흔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원래 쌍생아를 임신할 확률은 10% 정도이지만, 배니싱 트윈 때문에 쌍생아가 태어나는 비율은 더 낮다는 것.
쌍생아를 임신할 경우, 8~10주 정도면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반과 심장을 각각 2개씩 볼 수 있다. 그러나 임신 10~15주 사이에 두 아기 중 하나의 심장이 멈추고 태반이 쪼그라들어 자연소멸되는 것이 바로 배니싱 트윈이다. 이때 사라진 아기는 모체에 재흡수되거나 아무런 징후와 증상 없이 유산된다. 심리학적으로 배니싱 트윈은 한쪽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쌍생아의 원초적인 공포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의 중종도 그랬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처럼 자신과 똑같이 닮은 존재를 두려워하고 사라지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럼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쌍성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유럽남부천문대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을 통해 국제연구팀이 밝혀낸 연구결과에 의하면, O형 항성의 쌍성들도 질량전이와 같은 파괴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O형 항성이란 질량이 태양의 15~90배이며 밝기는 태양의 2만~100만 배에 이르는 매우 뜨겁고 밝은 항성으로서, 큰 질량으로 말미암아 어떤 분광형의 주계열성보다 빠르게 자신의 수소를 태워 주계열성 단계에 불과 수백만~수천만 년 정도밖에 머물지 못하는 별을 일컫는다.
연구팀이 은하계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O형 항성들을 VLT로 관측한 결과, 4분의 3 정도가 동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쌍성계 대부분이 동반성으로부터 신선한 수소를 흡수해 자신의 질량을 증가시키는 파괴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며, O형 항성의 쌍성 중 20~30% 정도가 하나의 별이 되기 위해 병합이라는 강렬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우주의 쌍성들도 하나의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되기는 싫은 모양이다.
저작권자 2012.08.02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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