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9일 목요일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쟁점들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쟁점들

다양한 쟁점과 무수한 발전 가능성

최근 들어 3D 애니메이션이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2D 애니메이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정의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비행시뮬레이터의 실감나는 영상이나 컴퓨터 상에서 그려내는 카툰, 컴퓨터 게임의 영상과 웹 상의 애니메이션 소품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의 2D 애니메이션은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위 사진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Studio Ghibli

애니메이션은 크게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제작 과정의 일부분 또는 전 과정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애니메이션을 뜻한다.

전반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애니메이션은 2D 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며, 후반 작업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될 경우에는 2D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2D+3D 애니메이션은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을 별도로 제작한 후, 하나의 장면으로 합성해 완성하는 작품을 말한다. 3D 애니메이션은 3D CG 애니메이션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이는 말그대로 전체 영상을 3D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 함은 디지털 영화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그 원리가 적용된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은 일반적으로 "일련의 정지 이미지들을 활용해 단일한 동영상 이미지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영상예술의 형식"을 뜻한다.

디지털 기술과 애니메이션의 만남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셀 애니메이션과 같은 전통적 애니메이션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지만,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제작원리도 상당히 많이 차용하고 있다. 물리학적 법칙의 시뮬레이션 (Simulating Physics), 행위의 미학적 디자인 (Designing aesthetic actions), 행위의 효과적 표현 (effective presentation of actions), 그림 제작 방식 (Production technique)이 바로 그것이다.
▲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은 많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Walt Disney

물리학적 법칙의 시뮬레이션은 장면 내의 객체들이 질량이나 강도와 같은 물리학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나타낸다. 타이밍과 운동은 객체의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에 따라 객체에 물리적, 정서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객체의 무게나 크기, 캐릭터의 인성(Personality) 등이 드러나게 된다.

행위의 미학적 디자인은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만 적절하게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관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장면이나 캐릭터를 좀더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불균형이 더 많은 소구력을 갖게 된다. 또한 한 행동에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때, 전체적인 장면이 단절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연속성을 지녀야 한다.

행위의 효과적 표현은 행위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행위가 관객에게 어떻게 제시돼야 하는가를 말한다. 연출은 캐릭터나 사물의 동작, 인성, 표현, 감정 등이 관객에게 명확하게 표현되도록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제작 방식은 전통적인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두 가지 대비되는 그림 제작 방식을 원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동작을 구성하는 일련의 프레임들 중 첫 프레임부터 동작이 완료되는 마지막 프레임까지 모든 프레임을 한꺼번에 그려내는 것과 동작의 키프레임에 해당하는 첫 자세와 마지막 자세의 프레임만을 넣고 나중에 그래픽 도구를 이용해 중간 프레임을 채워 넣는 것이 있다.

하나의 영화 예술 형식으로서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존의 실사 영화나 전통적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제작 과정은 물론, 이야기와 플롯과 같은 서사구조, 캐릭터 등의 측면에서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198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스펙터클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영화나 TV광고 등과도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 실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애니메이션은 만화 리얼리즘의 계승이라고 볼 수 있다. ⓒScience Times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기존의 콘텐츠와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기존 만화 영화의 네러티브를 부분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오고 있다. 만화 리얼리즘*의 관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 기술 측면에서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이미지를 제작하는 수단, 즉 디지털 미디어의 핵심적 메커니즘인 가상화(virtualization)*에 의해 만들어진다. 카메라, 조명, 로케이션, 세트와 같은 물리적 실체가 사라지고 그것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실체가 대신하게 된다.

이런 가상화를 통해서 새로운 양식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관객들이 사실과 구별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는 내러티브에 대한 집중에서 벗어나 스펙터클 또는 이미지 자체에 대한 매료로 이끌게 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쟁점

이러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두고도 쟁점은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한 가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에서와 같이 컴퓨터 이미지의 활용 확대가 현대 영상문화에 주는 함의에 관한 것,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영화가 수행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기능에 관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 디지털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술진화론적 관점, 비관론적 관점, 사이버문화적 관점 등이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두고 사회문화적 기능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바로 디즈니 스튜디오의 이른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는 상상력과 판타지를 시뮬레이션하여 재미와 놀이를 제공하는 오락의 원천이자 공간이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나 교회,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사회화 또는 이데올로기 기구 못지 않게 세계관, 가치관, 관념, 사회적 역할 등을 교육시키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권위와 기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순결무구(innocent)한 디즈니의 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판하는 비판론자들은 디즈니라는 "마법의 왕국(magic kingdom)"이 순결무구하고 비정치적인 오락의 수단이 아닌, 순결무구라는 아우라 또는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상업주의와 소비주의를 은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부정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불평등한 성 역할의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Walt Disney

실제로 디즈니 스튜디오는 영화는 물론, 비디오 카세트, OST 앨범, 어린이 옷 등 다양한 방식의 상품화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수용자로서 어린이는 소비자일 뿐이며 디즈니는 순결무구한 오락 수단의 제공자가 아닌 문화 시장(marketplace of culture)의 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디즈니랜드 역시 새로운 교육기구이자 미국의 디즈니화에 앞장서는 이데올로기 기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각종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성, 인종, 민족, 계급과 관련해 가부장적, 제국주의적, 계급적 모순이나 갈등을 은폐하고 부정적 편견을 강화 또는 영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부정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불평등한 성 역할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성적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특히나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제국주의적 편견은 사회적 관계, 즉 계급관계에 대한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라이온킹'에서 심바의 행위는 심바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에 걸맞는 책임 있는 행동이자 평화와 행복의 회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스카나 하이에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억압과 인종차별, 인종주의인 것이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를 혁명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이기도 한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자연은 향수의 대상이 아닌,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존재하는 계급 사회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Walt Disney

비단 라이언킹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자연은 향수의 대상이 아닌,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존재하는 계급 사회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애니메이션은 디즈니가 주장하는 '무해의 오락물'이 아닌 계급 지배의 탁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만화 리얼리즘* : 1930년대 중반 이후 월트 디즈니와 같은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이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실사 영화의 관습이나 약호를 차용 또는 재매개하면서 시작된 것. 본질적으로 사실주의적이라고 간주되지 않았던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속에서 실사 영화의 관습들을 구현해낸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ves)'가 있다.

가상화(virtualization)* : 일반적으로는 컴퓨터 운용체재를 시스템 구조나 하드웨어에 영항받지 않고 설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운용체재는 특정 시스템 구조나 하드웨어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다. 또한 하나의 시스템에서 여러 운용체재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근 다양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 하나의 시스템에 여러 운용체계를 얹거나 운영체제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발전됐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2.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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