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5일 일요일

우리 지금 멀리 있을지라도~~

솔직히 말하자면 이 칼럼은 원거리 연애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작했다.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서울과 방콕 그리고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사랑하는 젊은 커플 두 쌍을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깨달았다. 거리가 다 무슨 소용인가. 그들은 사랑하고 있는데.

K양이 길을 걷다 말고 눈물을 훔쳤다. 도대체 왜? “노래가 슬퍼서.” 금요일밤 열시 건대입구에서 슬픈 노래를 틀만한 곳은 없었다. “노래에서는 자꾸 지금 당장 만나자고 하잖아...그런데 우리는 당장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 너무 슬퍼...” 뭐? 그 순간 그녀를 비웃고 싶었다. 거리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어린 눈빛에 장난기를 거두었다. 무엇이 그녀를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를 듣고 눈물을 훔치게 했는가. 그것은 바로 원거리 연애였다. 여기 K양처럼 오직, 단 한사람만을 위해서 새벽부터 기차에,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이 있다. 나는 두 커플의 확신에 감명을 받았고 남들은 마다하는 원거리 연애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처럼.
1 두 분,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 원거리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나 됐나요?
3 얼마나 자주 만나요?
4 상대가 문득 보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때가 언제이며
5 그럴 땐 어떻게 해요?
6 생일이나 기념일은 어떻게 해요?
7 말다툼 했을 때 화해는 어떻게 해요?
8 차비와 통신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많이 나올 것 같은데…
9 원거리 연애의 장점을 하나 꼽는다면?
10 원거리 연애에 있어서 남들보다 특별히 하는 노력이 있다면?
원거리 연애 선배로써 이제 막 시작하는 커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300km의 사랑(서울–광주)
조석원(33, 서울), 기자
고가연(25, 광주), 영사기사
1. 조: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평소에 영화 관련 직업에 관심이 많은데 트위터에 영사기사가 직업이라는 여성이 등장해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후에 후배 한 명과 셋이 만나게 되었어요. 서울 영등포 쪽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서로 길을 몰라 헤매다가 전화 통화를 계속 하면서 만나려고 걸어가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활짝 웃으면서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 거예요. 그대로 첫눈에 반해 버렸죠.
고: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날 술자리에서 제가 까준 새우는 거들떠도 안보더라고요.
2. 조: 여자 친구가 작년 9월까지는 서울에 있다가 광주로 발령 받았으니까 그쯤부터 시작했어요. 3개월 쯤. 그러다 올해 1월에 다시 서울로 발령 받아서 좋다 했더니만 올해 2월에 다시 광주로 발령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서울, 광주를 오가는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하.
3. 조: 무슨 일이 있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만나려고 합니다. 원거리 커플에겐 ‘만난 지 오래 됐다’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제일 위험해요.
4. 조: 둘 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적이라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요. 제 입장에선 여자 친구가 근무를 나가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 즉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에 제일 생각나요. 그것이 오전이든, 오후든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이니까요.
고: 문득은 아니고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항상 보고 싶어요. 근데 그때마다 같이 있을 수가 없으니까 아쉬워요. 그럴 땐 그냥 전화를 해서 보고 싶다는 표현을 돌려서 칭얼대고 괜히 짜증도 부리고 그래요. 근데 그걸 또 다 받아줘요 저 사람이.
5. 조: 저는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로 주의하는 편이라 아예 몇 달 전부터 미리 적어놓고요.
고: 사실 저는 기념일 같은 거 정말 안 챙기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 만나고 나서는 조그마한 기념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더 해주고 싶고 그러더라고요.
6. 조: 10개월 넘게 만나면서 싸움은 정말 안한 것 같고, 그야말로 말다툼인데 저는 먼저 사과하는 편이예요. 어쨌든 손뼉도 마주 쳐서 소리가 난다고 말다툼이 있었다면 둘 다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니까요.
고: 오빠가 말했듯이 사과는 거의, 늘, 항상 오빠가 먼저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저는 못이기는 듯 넘어가고 그래요.
7. 조: 광주는 고속버스나 기차나 비용이 비슷해요. 왕복 기준 6만원 안팎이죠. 여자 친구 직장이나 집이 터미널과 가까워서 주로 고속버스를 타는데 혹시 금호고속 관계자가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마일리지 제도를 제발 마련해 주세요. 승차권 100장 모아도 할인이 안 된다면 너무 슬퍼요.
고: 통신비 같은 경우는 둘 다 KT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만원 더 내는 커플요금제를 쓰고 있어요.그래서 보통 쓰는 요금에 만원 더 나온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8. 조: 흔히 ‘캠퍼스 커플의 장점이 매일 볼 수 있다, 단점은 매일 봐야만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원거리 커플의 장점은 적어도 설렘이 희석되는 시간이 조금은 더 오래 걸리고, 익숙함 대신 그리움, 보고 싶음으로 치환될 수 있는 점이라고 봅니다.
고: 볼 때마다 새로워요. 볼 때마다 반갑고요. 그러다보니 떨어져 있을 때 전화로 말다툼하고 나서 만났을 때도 그냥 웃음부터 나오더라고요.
9. 조: 시간 약속이요. 일단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또 매일 볼 수 없으니까 세세한 일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혹은 이틀 데이트 할 때 매우 철저히 계획을 세워요.
고: 전 되도록 연락이 끊기는 일을 없게 하려고 해요. 걱정이 정말 심한 사람이라 연락 조금만 안 해줘도 잘 삐져요.
10. 조: 이 기획의 의도와 조금 배치될 수도 있겠지만 근거리, 원거리 이런 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봐요. 고: 저도 비슷해요.
거리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냥 열심히 사랑하는 거예요. 그 사람을 열심히 사랑하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은 항상 당신 옆에 있게 될 거에요.
국적도 문제가 안 되는데, 거리쯤이야(서울–태국)
김진호 (31, 서울), 기자
팟차리 남라차(Patcharee Namracha 25, 방콕), 대학생
1. 김진호(이하 김): 태국 여행 중 방콕에 살고 있는 한국인 지인의 소개로 만났어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4일 만에 다시 태국으로 날아갔고 확실한 연인 관계로 발전했어요.
2. 김: 한 달이 막 지났어요.
3. 김: 정기적이진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날 예정입니다.
4. 김: 아직은 연애 초기여서 그런지 매 순간 보고 싶네요. 처음에는 너무 보고 싶어서 태국으로 바로 날아갔지만 현실적으로 매번 그럴 순 없고 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들여다봐요.
팟차리 남라차(이하 팟): 마찬가지로 매순간 보고 싶지만 특히, 아플 때나 피곤할 때 더욱 간절히 보고 싶어요. 문자메시지나 통화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요.
5. 김: 한국처럼 100일, 200일 이런 날들을 챙기진 않아서 다행이에요. 특별히 기념일을 챙기기보다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나는 순간 자체가 기념일이나 다름없어요.
6. 김: 짧은 영어와 한국어(여자 친구가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기 때문에 약간의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요) 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말다툼 자체가 불가능해요.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감정이 더 애틋해져 싸울 일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다투면 풀기 쉽지 않을 확률이 높으므로 최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태국어 공부도 시작할 예정 이예요.
팟: 아직까지 싸울 일은 없었는데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화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해요.
7. 김: 단순히 차비의 개념이 아니라 항공, 숙박 등 체재비를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태국에 한 번 갈 때마다 100만 원 정도에 추가 비용이 듭니다. 통신비는 ‘라인’으로 메시지, 음성메시지, 사진, 동영상, 통화 등을 해결하기 때문에 무료. 한국에서 원래 쓰는 통화료 외별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요.
팟: 주로 남자 친구가 태국으로 오기 때문에 차비가 따로 들진 않지만 방학 때 한국에 방문할 경우 체재비가 필요할 듯해요.
8. 김: 시간이 지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한국 여성들과 연애할 때보다 더 감정에 충실하게 돼요.마치 인생이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생활에 활력이 넘칩니다.
팟: 믿음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무한 신뢰하게 되었고 만날 날을 기대하며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돼요.
9. 김: 태국에 갈 날을 확보하기 위해 스케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만큼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팟: 원거리 연애라고 해서 특별히 노력하거나 하는 부분은 없어요. 어떤 형태의 연애든 결국 같다고 생각해요.
10. 김: 저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으로서 딱히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감정이 이성보다 앞선다면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시작하세요.
팟: 보고 싶다고 투정만 부리지 마세요. 애틋한 그 마음이 실망과 미움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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