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0일 화요일

과학기술에도 ‘한류 바람’ 분다

과학기술에도 ‘한류 바람’ 분다

개도국에 연구소 설립 지원 잇달아

 
 
지난 22일 스리랑카 캔디(Kandy)에 위치한 페라데니야(Peradeniya) 대학교 치과대학에서는 스리랑카 최초의 구강암 연구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이 연구센터의 설립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도국과학기술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연세대학교 구강종양연구소의 추진으로 이뤄졌다.

인구 2천만의 스리랑카는 구강암 발병률이 세계 1위에 달하지만, 구강암의 진단 및 치료·수술이 가능한 곳은 스리랑카의 유일한 치과대학인 페라데니야 대학교 한 곳뿐. 또한 스리랑카는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암 발생 관련 연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우리나라 지원으로 스리랑카 최초의 구강암 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이에 따라 연세대 구강종양연구소는 작년 12월 페라데니야 치과대학에 치의학 연구의 기본 장비인 초저온 냉동고(deep freezer)를 지원했다. 그 결과 페라데니야 치과대학 병원은 수술조직 샘플 보관 및 연구용 시약 보관 등 암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연구에 필요한 기초적인 설비를 갖추게 되어 구강암 연구센터를 개소하기에 이르렀다.

연세대 구강종양연구소는 앞으로 스리랑카 구강암 연구센터의 자립적 운영을 위해 구강암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스리랑카의 구강암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국내 타 분야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강암 연구센터는 스리랑카 천연물을 활용한 암 예방물질 탐색 및 공동연구를 통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K-팝이 일으키고 있는 한류 바람처럼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한류 바람이 일고 있어 화제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개도국의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 및 대학·연구소의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도국과학기술지원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적개발원조(ODA) 재원을 통해 일회성의 원조로 끝나는 구호적 차원의 활동이 아닌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역점을 두는 과학기술 외교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국내 과학기술 인력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어서 개도국들의 과학 한류 바람이 더욱 거세어질 예정이다.

2017년 베트남에 V-KIST 들어서
지난 1월 16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아루샤에 위치한 야생동물연구센터(TAWIRI)에 탄자니아 최초의 연구소재은행이 문을 열었다. 이 연구소재은행 역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인 ‘개도국과학기술지원사업’을 통해 설립됐다.

이 연구소재은행에서는 우리나라와 탄자니아의 생명과학분야 연구진이 생물소재 수집 및 보존·관리 작업을 진행하고, 수집한 소재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의 연구소재중앙센터는 2015년까지 연구시설과 실험 장비, 샘플 보관실 등의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 및 서식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현지 인력양성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제조업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도 우리나라를 모델로 하는 과학 한류를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KIST를 모델로 하는 베트남과학기술연구소(가칭 V-KIST)의 설립을 위해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협정은 베트남이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KIST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해,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직접 KIST를 방문해 V-KIST 설립을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 KIST는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따른 미국의 지원으로 1966년에 설립된 국책 종합연구기관이다. 따라서 KIST가 그간의 노하우를 베트남에 전수하는 것은 국제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KIST는 베트남 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실무팀을 구성해 V-KIST 설립 타당성 조사 및 연구소 설립을 위한 컨설팅 제공, 연구협력, 연구장비 지원, 연구인력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근교에 25만헥타르의 연구소 부지를 마련했으며, 양국 정부의 공동 투자로 2017년까지 본관 및 3개 연구동에 연구원 600명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KIST와의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은 당시 대덕연구단지 및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을 방문해 한국과 베트남 간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 교류 및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몽골의 모바일 전문인력 양성 지원
지난 2월 7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소재한 몽골국립과학기술대에서 모바일 ICT교육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이 교육센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단국대학교가 몽골의 스마트 미디어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양성을 위해 설립한 것.
▲ 몽골국립과학기술대에서 모바일 ICT교육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단국대학교
교육과정은 1년이며 수강생은 몽골의 대학 재학생 중심으로 선발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초 및 전문가 과정을 함께 개설해 개인이나 팀이 각각 스마트 앱을 개발하는 실용적인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올 3월부터 시작된 1차년도에는 110명, 2차년도에는 240명의 모바일 전문인력을 배출하게 되며, 교육에 필요한 각종 자료 및 기기, 수업료, 실습비, 교재비 등은 전액 KOICA와 단국대가 부담한다.

현재 몽골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 잠재력이 급증하고 있으나 전문개발 인력양성이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 교육센터의 개소로 인해 모바일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국가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학기술의 직접적인 전파와 더불어 개도국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학기술을 실제 경제에 접목해 발전시킬지에 대한 컨설팅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도국 대상 과학기술 노하우 전수 컨설팅 사업을 진행중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말레이시아에 우리나라의 미래예측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과제단위 수준에 머물러 있던 말레이시아의 평가 시스템을 국가 R&D 사업 전체로 확대하는 국가 R&D 평가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또한 카자흐스탄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기술예측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베트남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R&D 기획평가 관리기법을 유상으로 전수한 바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4.30 ⓒ ScienceTimes

젊은 창업 아이디어를 찾아라

젊은 창업 아이디어를 찾아라

학생 벤처신화 만들기 현장 (상)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기업 드레이퍼 피셔 저벳슨(이하 DFJ, Draper Fisher Jurvetson)이 세계 전역에서 젊은 사업가를 찾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는 최근 보도를 통해 DFJ 대표이사 팀 드레이퍼(Tim Draper)가 젊은 창업가를 찾기 위해 2개월간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레이퍼 유니버시티(Draper University)'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벤자민 프랭클린 호텔(산 마태오시 소재)에서 열린 첫날 행사에는 스위스, 캐나다,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이집트, 에스토니아, 영국, 독일, 과테말라, 레바논, 중국 등 세계 11개국에서 43명의 젊은 학생 창업가들이 참석했다.

세계적인 고급두뇌들과 대화하는 중
DFJ란 명칭은 벤처캐피털리스트 가문 출신의 팀 드레이퍼,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인 존 피셔, 인터넷 투자 전문인 스티브 저벳슨이라는 세 창업가 이름의 첫 세 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 이름이다.
▲ 벤처캐피털 회사인 DFJ가 최근 주최한 창업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솔라시티팀'. 최근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젊은 아이디어 찾기가 한창이다. ⓒhttp://www.dfj.com/

지난 198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50여 개에 달하는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해왔다. 그중에는 핫메일, 카나커뮤니케이션, 디지털임팩트, 고투닷컴 등 유명 벤처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벤처캐피털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중국에서 4개 기업(B2B, 인터넷 포털, 검색엔진, 통합메시징 서비스), 유럽에서 4개 기업(인터넷 인프라 등) ,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1개 기업 등 20여 개 유망벤처를 찾아냈다.

DFJ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팀 드레이퍼는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드레이퍼 가문 출신이다. 1950년대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벤처캐피털 사업을 해오면서 혁혁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해외 쪽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팀 드레이퍼는 “세계적으로 고급 두뇌를 가진 사람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고급 기술, 기업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향후 제 2의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같은 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자민 프랭클린 호텔에서 열린 19일 행사는 최근 DFJ 관심을 반영한 행사였다. 드레이퍼 대표는 “해외로부터 많은 (학생)응모자들이 있었으며, 미래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는 심사를 거쳐 최종 참석자들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미래 상황을 놓고 브레인 스토밍
가장 중시한 것은 글로벌 비전(vision)과 야망(ambition)이다. 드레이퍼 대표는 “기업인들이 보기에 학생들 스스로 동기가 부여된(self-motivated) 사업들을 선별했다”고 언급했다. “세계 전역으로부터 이런 기업가 정신이 있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의 응모를 기대했다.

DFJ에서는 현재 11개국에서 온 43명의 학생들과 함께 브레인 스토밍을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캐롤 로 이사는 “학생들에게 미래 에너지·의료·물류 등에 대한 강의와 함께 회계·법률·투자기법 등에 대한 실무교육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며, “우리(DFJ)가 찾고 있는 사례는 기업 활동 이전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학생들이 머리를 짜내고 있는 이 글로벌 프로그램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수년간 충격에서 허덕이고 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2008년 저점을 찍은 후 신규 투자가 늘고 있는데, 특히 ICT 쪽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4분기 기준 부문별 투자액을 보면 지난해 기준 ICT 투자가 48.2%로 가장 높고, 생명공학 24.3%, 일반제조 15.9%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위험이 낮은 안정적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미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 학교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4.30 ⓒ ScienceTimes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과학소설 속의 종교

과학소설 속의 종교

SF관광가이드/ 과학과 종교

 
 
SF 관광가이드 얼핏 과학소설 하면 종교와는 담쌓고 사는 문학 장르라 여기기 쉽다. 심지어 종교와는 100% 대척점에 있는 문학 장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과학소설은 때때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종교적인 배경이나 설정을 깊숙이 끌어들이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학소설만큼 종교적인 주제를 민감하게 의식하는 장르도 드물다. 과학이란 토대 위에서 출발하는 문학이다 보니 과학소설은 그와 정반대에 선 종교에 대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과학소설은 인간에게 떨어지래야 떨어질 수 없는 종교라는 부분을 도외시할 수 없다.

어쩌면 과학소설이야말로 종교와 가장 궁합이 맞는 소재인지도 모른다. 인류사는 한편으로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담은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 중세 수도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학자나 과학 철학자였듯이, 미항공우주국(NASA)처럼 전형적인 과학부서에 근무하는 과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교인이다. 이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한들 사람이 항상 합리적으로만 사고하고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위 사진의 왼쪽은 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 오른쪽은 유전법칙으로 유명한 멘델이며, 둘 다 성직자 출신이다. ⓒWikimedia Commons

이처럼 흥미진진한 소재를 두고 과학소설이란 대중문학이 뒷짐만 서고 있겠는가? 과학소설에서 종교를 활용하는 수준은 비단 원시적이거나 비과학적인 종교를 단순히 논박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소설은 때로 인간의 존재조건에 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종교적인 경험에 대해 또는 신앙의 독창적인 해석에 대해 일반문학의 시각에서는 엄두 낼 수 없거나 꿈꿔보지 못한 통찰을 부여한다.

사실 우리에게 종교와 과학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원시시대에는 종교가 그들에게는 세상을 설명해주는 철학이자 과학이었다. 왜 홍수가 일어나는지, 왜 천둥이 치는지 설명해줄 과학적 수단이 전무한 상태에서 종교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설명수단이었다. 과학기술이 문명발달을 촉진함에 따라 종교의 영향력은 차츰 줄어들고 과학이 그 자리를 서서히 대치해왔지만, 아직도 종교는 이 세상에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세 수도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학자나 과학철학자였듯이, 미항공우주국(NASA)처럼 전형적인 과학부서에 근무하는 과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교인이다. 이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한들 사람이 항상 합리적으로만 사고하고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같은 논리회로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인간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마음이다. 환경 또한 인간이 비논리적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를 에워싼 세상과 우주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 백년 천년 뒤에도 인류는 우주의 비밀을 완전히 풀어내지는 못할 테고, 따라서 상당수 사람들이 여전히 어떤 형태로든 본질상 종교와 다름없는 정신체계를 믿고 있을 공산이 크다.
도리어 과학소설에서 종교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면 독자 대중에 대한 파급력과 반향이 증폭된다.

만약 우리가 핵무기나 환경재난 등으로 자멸하지 않고 과학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은하계 전역을, 혹은 머리털자리 대은하단 전역을 마음껏 누비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 와중에 우리는 비록 생김새는 천양지차일지언정 지성과 품성 면에서 우리와 맞먹거나 또는 그 이상인 존재들과 조우할 확률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지구의 종교인들이 믿고 있는 신앙체계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한 세계는 비단 지구만이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할까?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니 동식물을 포함한 온갖 만물을 관장 하랬다는 성경의 창세기 말씀은 어떻게 되는 걸까?
▲ 외계인 예수가 강림한다면 당신은 흑인 예수나 인디오 예수가 강림하는 것보다도 더 충격을 받을 것인가? 당신에게 예수란 어떤 고정관념의 현신인가? ⓒDoug Rizio

원천적으로 종교가 없는 종족이라면 모를까, 어떤 형태로든 종교로 인식될 수 있는 신앙체계를 지닌 외계종이 유일신이자 우주의 절대자를 받든다면 우리의 하느님이 그들에게도 같은 하느님일까?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의 민족종교였던 유태교가 기독교로 변형 확장되며 온갖 종족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 종교로 발전했듯이, 우리의 종교 역시 그들에게 문호를 거리낌 없이 개방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그들이 우리의 종교를 허락도 없이 멋대로 자기 종족 스타일로 다듬으면 이단이라고 호통쳐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굳이 우주 멀리까지 나아갈 것도 없다. 단적인 예로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외계인의 전령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소재 혹은 주제는 비종교인과 종교인 모두에게 자신의 사회와 우주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미국의 SF잡지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Asimov's Science Fiction' 1983년 11월호에 커버스토리로 실린 마이클 비숍(Michael Bishop)의 단편 <가말리엘 십자가의 복음 The Gospel According to Gamaliel Crucis, 1983>이 좋은 예다.

이 작품은 구세주의 도래라는 민감한 주제, 다시 말해 예수의 두 번째 강림을 다루었다. 문제는 이 구세주가 단지 외계인이라는 과학소설 특유의 발상에서 그치지 않고 그 생김새가 거대한 사마귀 행색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발상은 확률 상 논리적인 타당성이 있지만 독자들의 반발을 살 게 뻔했다. 당시 이 잡지의 편집이사였던 아시모프1) 또한 이 단편의 게재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노라고 지면을 통해 밝혔을 정도다.2)
▲ 마이클 비숍의 단편 <가말리엘 십자가의 복음, 1983>은 거대한 사마귀 모양의 외계인이 천년왕국을 구현하기 위해 내려온 제2의 예수라면 당신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인 고민을 던진다. ⓒASF

하지만 개인적인 공감의 차원을 떠나 비숍의 가정은 분명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만일 우주에 우리 인류 말고도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진정한 우주의 하느님은 우리나 그들이나 똑같이 배려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육신의 겉모습이 아니라 오로지 영혼, 즉 내면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정체성(identity)일 터이기에 예수가 어떤 형상을 하고 재림하든 하등 상관할 바 아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모프는 <가말리엘 십자가의 복음>이 혹여 야기할 분란에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달리 과학소설은 그 속성상 여타의 문학 장르보다 종교적인 접근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인류와 최초로 접촉한 외계종의 문명발전단계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선을 훌쩍 넘어설 경우 그러한 문명에서 온 존재들은 우리 눈에 거의 신이나 다름없어 보이지 않을까?

일찍이 아서 C. 클락은 고도로 발달한 외계의 과학기술 문명은 우리 눈에 마술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으며,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수준 차이가 현격한 두 문명이 서로 만난다면 흔히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보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우주전쟁 따위는 어불성설일 뿐더러 마치 신 종족이 인간 종족을 지배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이라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아서 C. 클락의 걸작 장편 <유년기의 끝 Childhood's End, 1953>에 등장하는 외계종족들인 오버로드와 오버마인드는 호전적인 인류를 단숨에 무력화시킨 다음 일정한 교화기를 거쳐 이 어린 종족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속성 진화할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개입한다. 이러한 존재들 앞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에 등장하는 우주전쟁 따위는 가당치도 않다.
▲ 기독교 교리를 옹호하고 과학을 배격하기 위해 씌어진 반(反)과학소설인 C. S. 루이스의 <우주 삼부작 Space Trilogy, 1938~1946> 시리즈 ⓒ홍성사

한편 C. S. 루이스(Lewis) 같은 작가는 무신론의 무지몽매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기독교 교의론자로서 주장을 펼치는데 과학소설을 이용한다. 다시 말해 루이스는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기 쉬운 과학소설 작가의 통념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과학소설을 쓴다. 그의 <우주 삼부작 Space Trilogy, 1938~1946>이 대표적인 예로3),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건대 과학만능의 사고야말로 인류를 망치는 악덕이라 인류는 다시 종교에 귀의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서 반과학소설적 논지를 펼치기 위해 과학소설을 이용하는 역설적인 사례를 남겼다.

어차피 과학소설 자체가 작가 자신이 귀속된 사회에서 일궈내는 정신적 산물인 이상 종교와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지 않을 수 없다. 코페르니쿠스는 신부였지만 지동설을 주장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일각에서는 종교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골치 아프다고 여겨 아예 의도적으로 그러한 요소를 배제하는 작가들도 있다. 스스로 실토했듯 아이작 아시모프가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사이다.
“나는 내가 쓰는 이야기들에서 종교를 아예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어쩔 수 없이 꼭 들어가야 하는 경우를 빼곤… 그리고 내가 종교적인 모티프를 가져올 때면, 여지없이 그 종교는 막연하게나마 기독교의 냄새를 풍기는데, 이는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종교이기 때문이지 내가 기독교인인 탓이 아니다. 냉담한 독자라면 내가 기독교를 우스꽝스럽게 조롱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상 종교를 배제한 채로 과학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아이작 아시모프, <골드 Gold, 1995>, pp. 297~302

깊이가 있는 과학소설이라면 종교를 무조건 폄하거나 선뜻 받아들이는 대신 일상의 인간적 경험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욱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사고실험의 확장을 꾀한다. 과학소설이 과학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맞물리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존속시키기 위한 의무라면,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주요 독립변인들 중 하나로서 종교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주부터 소개할 몇몇 목록은 종교적 주제들과 과학소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1) '엘러리 퀸의 추리잡지 Ellery Queen's Mystery Magazine'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추리잡지 Alfred Hitchcock's Mystery Magazine'의 예에서 보듯이 그 무렵 해당 장르의 유명인사 이름을 빌려 잡지가 창간되는 붐이 일었기에, 1977년 데이비스 출판사(Davis Publications)의 조 데이비스(Joel Davis)가 아시모프에게 과학소설 잡지 창간을 위해 이름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시모프는 편집자 노릇은 거절했지만 대신 편집이사로 일하면서 1992년 작고할 때까지 잡지 [아시모프의 과학소설]에 컬럼을 기고하고 독자들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실었다. 현재 [아시모프의 과학소설]은 1년에 10번 발간되며, 3/4월호와 10/11호는 더블사이즈로 나온다.

2) 아시모프가 부담을 느낀 까닭은 이제까지 종교를 소재로 한 과학소설이 없지는 않았지만 막상 그 수를 세어보면 별로 많지 않다는 현실과 맞물린다. 과학소설은 흔히 외삽이라는 형식을 이용한다. 겉보기에는 이질적인 세계와 등장인물들이 우글거리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 플롯의 이면에 담긴 메시지의 의미는 얼마든지 우리의 현실과 삶에 접목되기 일쑤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독자들은 아무리 요란하고 괴상한 이야기라 해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외삽법에 종교라는 테마를 집어넣으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3) <침묵의 행성 Out of the Silent Planet, 1938>, <페렐렌드라 (또는 금성여행) Perelandra (aka Voyage to Venus, 1943>, <그 가공할 힘 That Hideous Strength, 1946> 등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홍성사에서 2009~2012년 사이 번역출간하였다.

고장원 | sfko@naver.com

저작권자 2013.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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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폭발’ 트윗으로 주가 급락

SNS가 바꿔놓은 지구촌 풍경 (3)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지구촌 곳곳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SNS로 인해 국가가 전복되기도 하고 자연재해 현장 속에서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중독과 의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첫 등장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SNS에 얽힌 지구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편집자 註]
지난 23일 오후 1시 7분(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통신사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에 충격적인 소식이 올라왔다. “백악관에서 두 번의 폭발 발생해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속보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 지난 23일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 당해 '백악관 폭발로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오보가 발송되었다. ⓒTwitter.com
AP통신의 트위터 소식을 즉각 받아볼 수 있는 190만 명의 팔로어(follower)에게 속보가 전달되었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생명인 AP통신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소식이라 금세 3천 명 이상이 리트윗(RT) 기능으로 여기저기 전파시켰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백악관 독극물 편지 배달사건, 텍사스 비료공장 폭발사고 등 잇따른 테러와 사고로 인해 분위기가 흉흉했다. 백악관 폭발 소식에 신빙성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폭발 사고는 사실이 아니었다. 해커 그룹이 비밀번호를 알아내 몰래 내보낸 사건이었다. 해킹으로 인한 거짓 게시물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가슴을 졸이고 다시 쓸어내려야 했다.

거짓 트윗으로 인해 주식시장 요동쳐
AP통신은 사건 발생 30분 만에 트위터를 정지시키고 해킹에 의한 사건임을 공지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모두가 안전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폭발 오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실제 테러로 오인한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며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미국 3대 주요 주가지수는 해킹 트윗이 게시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일제히 하향선을 그렸다.

나스닥은 1퍼센트 가량 추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5포인트나 떨어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시가총액 중 1360억 달러(우리돈 약 150조)가 2분 만에 증발해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오보임이 밝혀지면서 주식시장은 정상을 되찾았지만 140자도 되지 않는 글 하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세계가 놀랐다.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가 유행하면서 SNS에 올라오는 실시간 정보를 주시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SNS 메시지 하나에 주식시장이 요동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2년 8월 한 이탈리아 언론인이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Vladimir Kolokoltsev) 러시아 내무부장관 명의의 트위터 계정을 임의로 만들어 시리아 대통령이 살해됐다는 거짓 글을 올렸다.

당장에 원유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란이 중동 정세에 개입해 결국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윗이 올라온지 1시간도 되지 않아 SNS를 통해 소식이 퍼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의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82달러에서 91.99달러로 1달러 넘게 올랐다.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트위터 개설 여부를 부정했지만 유가는 내려오지 않고 더 올라 92.20달러에 마감했다.

트윗을 올린 언론인은 예전에도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교황의 사망설을 내보내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SNS가 얼마나 부정확하며 믿을 수 없는 매체인지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뉴스 매체로 자리 잡은 트위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구에 걸맞는 제도 만들어야

SNS가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게 되면서 이를 악용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단순한 장난도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2년 1월에는 북한의 경수로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SNS에 퍼졌다. 관련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한 이른바 ‘작전’ 세력의 소행이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국지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트윗이 퍼지면서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순한 장난으로 인한 유언비어였다.

▲ 전문가들은 참여, 공유, 개방의 시대에 걸맞는 SNS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ScienceTimes
SNS의 확산을 달가워하지 않던 사람들은 ‘괴담의 온상’ 또는 ‘피해의 진원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통제나 강압적인 폐쇄로는 SNS의 물결을 막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10억 명이 넘게 사용하는 SNS를 국가 차원에서 차단하는 것은 자칫 반민주적인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그저 웹서비스에 불과한 SNS에 기대는 것은 기존 권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트위터 해킹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폐쇄, 통제, 제재가 아닌 참여, 공유, 개방의 시대로 가는 것이 이미 국제적인 흐름이라는 의견도 많다.

SNS는 다수 네티즌들의 연결망이므로 괴담이 생기더라도 단 하나의 진원지를 지목해 처리할 수 없다. 오히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는 편이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은 아닐까.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4.29 ⓒ ScienceTimes

교육·기업혁신 등…국민 의견 모아야

교육·기업혁신 등…국민 의견 모아야

맥킨지 한국보고서 (끝)

 
 
지난 30년 간 한국인들은 전통적인 가족관을 고수해 왔다. 대학을 나온 후 대기업에 들어간 가장이 50대에 이를 때까지 약 20여 년간 가족을 부양하는 패턴을 말한다. 한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들 가장들은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형편이 바뀌었다. 생활비, 교육비가 상승하고 있지만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새로운 패턴의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 중산층 가족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과거에서는 한 사람이 가족을 책임졌다. 그러나 지금 권장할 중산층 모델은 맞벌이 가족이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약 44%의 가족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57%와 비교해 13% 포인트가 낮은 것이다.

기업의 파트타임 의무화로 여성고용 창출
맞벌이 가족 비율이 낮은 것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 자신의 직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은 30대 여성들의 취업률을 42% 대로 하락시킨다. OECD 평균보다 15%가 밑도는 수치다.
▲ 한국 경제가 미래를 위해 중소기업 혁신, 여성 취업률 확대 등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사진은 지멘스 첨단 설비시설에서 근무중인 여성 근로자. ⓒsiemens

지금과 같은 경쟁시대에는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이 매우 필요하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여성 인력을 유입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조치에 어떤 것이 있을까. 독일에서 하고 있듯이 맞벌이 부부들에게 육아비용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세제를 개편해 맞벌이 부부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는 파트타임 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주부들이 일할 수 있도록 파트타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스웨덴에서는 기업 등에서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었다. 풀타임을 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파트타임을 요구할 수 권리를 부여하는 한편 이 근로자가 다시 풀타임을 원하면 이전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런 제도들은 나라마다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81년 여성 취업률은 32%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0년 73%까지 올라갔다. 현재 독일의 여성 취업자 중 약 60%가 파트타임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취학 전 자녀들 대상의 보육(child care) 시스템, 그리고 취학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취업여성에 맞는 국가 보육시스템을 강화할 경우 여성 취업률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국민합의 절실…정치·기업인 직접 나서야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리더들의 미래를 향한 비전과 신념, 의지 등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과 정부, 기업 간에 혁신을 위한 합의도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 하에서 한국경제가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한국경제를 위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 회생이다. 대기업들이 사내 하청회사가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들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어야 한다.

이사회를 혁신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많은 수의 한국 기업들이 전직 교수, 혹은 전직 공무원들을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능력 있는 이사진들을 데려올 경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책임성, 투명성, 형평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정부 관료들의 윤리적 행태가 확보되는 이상적인 거버넌스를 말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윤리적일수록 기업경영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큰 기업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ies)을 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던지, 직업훈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던지,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학교에서 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기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커리큘럼을 디자인하고, 실습참여를 가능하게 하면서, 고용으로 이어지는 이 교육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 직장을 향한 새 경력을 취득하려는 의욕을 강하게 고취시킬 것이다.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업종에서 더 많은 전문가들이 학교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전문가들의 교육 참여를 허용해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교육법이다. 민간 부문 전문가들을 교육현장에 더 많이 데려오기 위해 법적인 규제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재정, 인력 등에 있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치권에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여·야 관계없이 한국경제 회생에 관심을 갖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정부와 국회, 노동조합 등 거대 정치세력들이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은 한국 경제 비전을 담은 장기 계획이다. 지금의 사태해결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견해차를 줄이고, 서로 다른 이익을 주장하는 그룹들 간의 간격을 좁혀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위원회를 통해 가계재정을 높이고, 교육시스템을 혁신하며, 서비스산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들 의견을 한데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변화하기 위해 필히 거쳐야할 과정이다. (끝)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4.29 ⓒ ScienceTimes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정원(庭園)의 기원은 울타리

정원(庭園)의 기원은 울타리

사유재산의 개념에서 예술공간으로 진화

 
보통 정원이라면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주로 일컫는다. 화단(花壇) 정도다. 그러나 정원은 꼭 꽃밭이 아니라 집안의 뜰과 마당을 지칭한다. 대개 주택의 외부공간을 실용적•심미적 목적으로 처리한 뜰을 의미한다. 원정(園庭)이라고도 한다.

정원은 일반적으로 실외에 식물 등 자연을 이용해 조성되는 공간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으며, 인공적으로 조성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주택 바깥의 뜰이다. 순수 관상용 정원도 있지만 소규모 농장을 포함한 정원도 있다.
▲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작품이다. 그러나 정원은 원래 사유영역의 개념으로 울타리를 친 땅을 뜻했다. 그러나 개인소유의 땅이라는 개념에서 점차 진화해 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MorgueFile free photo

생활문화와 예술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
정원은 주거문화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한 사회와 시대의 생활문화와 가치체계 및 예술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틀은 없지만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로 계단, 담과 울타리, 문과 창문, 구조물, 건물, 벤치, 물, 잔디와 수목과 화초, 기타 장식품 등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동양의 정원에는 잔디를 심지 않는다. 이는 잔디가 있는 곳은 묘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뜰에는 잔디를 심지 않았다.

서양의 정원은 대개 식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나, 공원이나 동물원도 일종의 정원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에는 고산수라는 형식의 정원이 있어 식물과 물 없이 돌 위주로 꾸며지기도 한다. 장식용 건물과 연못, 폭포, 개울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정원을 뜻하는 영어의 garden, 독일어의 garten, 불어의 jardin은 모두 ‘울타리를 친 조그마한 땅’이라는 의미로 고대 고지(高地) 독일어(Old High German, 800~1100년 사이의 남부 독일 말)인 gard, gart가 그 기원이다.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을 염두에 둔 해석이다. 헤브류어의 gan(울타리, 또는 둘러싼 공간이나 둘러싸는 행위)과 즐거움이나 기쁨을 의미하는 oden, 또는 eden의 합성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다.

‘園’의 부수자인 큰 입구(口)는 에워싸는 의미로 동서양 모두 울타리를 의미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원을 원림(園林)이라고 한다. 정원(庭園)은 일본식 용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의 고문에서는 가원(街園), 임원(林園), 임천(林泉), 원(園), 정원(庭園), 화원(花園) 등의 단어가 보이지만 지금은 현대에는 정원(庭園)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정원을 의미하는 한자 ‘園’의 부수자인 큰 입구(口)는 에워싸는 행위를 뜻한다는 점에서 원래 울타리를 뜻하는 garden의 기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원에서 유추해 볼 때 가장 원초적인 정원의 원형은 어떤 지역을 에워싸는 위요(圍繞)공간으로서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울타리를 쳐서 내외부를 구분하고 한정된 내부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길들이려는 인간 본연의 사유영역 설정의 속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정원은 기능적으로 볼 때 실용적인 가사(家事) 작업공간의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정원은 채원(菜園), 약초원, 과수원 등 ‘가정용 생산공간’이다. 중세의 수도원 정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정원은 인공적 생산 환경의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재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하학적인 정형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한편, 현재 일반적으로 정원이라고 하는 개념은 보면서 즐기고 감상하는 ‘열락(悅樂) 정원(pleasure garden)’이다. 이는 인류의 경제가 안정되어 잉여생산물의 비축이 가능해지고 정치제도 및 사회구조가 진화하여 집단이 형성되면서 나타났다. 사냥터나 화원(花園)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그러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종합예술
▲ 중국의 정원은 전통적으로 신선들이 살았다는 도교에 등장하는 봉래선경(蓬萊仙境)을 모방한 축소판으로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위키피디아


이러한 정원에서는 향수와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조작하기도 하고, 각종 예술품이 놓이기도 하며 정원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자의 자연관 및 취미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원이나 에스파냐의 알함브라 궁원, 한국의 비원 등 모두 열락정원의 한 형태이자 정원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8세기의 유럽에서는 정원이 시, 회화, 조각, 건축, 원예 등이 집약된 고급예술로 다루어졌다. 또한 중국에서도 정원건축을 일종의 예술로 다룬 것을 여러 문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의 정원은 소수의 왕족 및 귀족 등 특권층만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으며, 현대에도 정원은 소유자의 재산, 신분 등을 묵시적으로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맹수나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담장을 설치
그러면 정원은 언제부터 어떠한 목적으로 시작됐을까? 고대 원시인들은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맹수나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담장을 만들고 채소와 과일나무를 재배한 후부터 정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토질과 기후조건의 영향이 매우 컸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자주 범람해서 과수목, 목재용, 관상용 등의 나무를 다른 곳 아닌 그들 정원에 재배하였다. 사카모어, 야자수, 포도나무 등을 신성시했다. 장식된 기둥으로 포도등책을 만들어 항상 신선한 그늘과 과일을 즐겼으며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연못을 갖추었다.

고대 그리스는 정치•문학•철학 등 학문에 치우친 나머지 정원은 도외시 되었다. 그러나 대신 꽃병, 화분 등으로 제단이나 성역을 장식했다. 중세시대 유럽은 수도원의 승려생활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사원들은 거의 성곽으로 싸였고 일반인과 같이 생활수단으로 채소재배를 하여 정원을 형성했다.

정원개발의 전성기는 르네상스시대
정원개발의 전성을 이룬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다. 많은 부호상인들의 정원은 그 장식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었다. 이런 정원은 수천 평 면적으로 과수원이나 둘레를 관목으로 담장하고 그 안에 장미 정원, 분수, 잘 정돈된 산책로, 조각작품 등으로 그 부를 과시했으며 종합예술의 표현을 이루었다.

프랑스 왕의 궁전 공원은 커다란 규모로 프랑스 전 국력을 기울일 정도였다. 웅대한 뱃놀이를 위한 분수 연못과 오렌지 과수원 등 광활한 면적의 정원이 들어섰다. 예술적인 많은 조각상과 함께 왕의 위력을 과시했다.

르네상스 시대 영국정원은 지주의 후손이 물려받아 관리할 수 있어 정원을 수백 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압력으로 국력이 약한 영국의 헨리8세 시대에 성과 궁전의 정원형태가 바뀌어 채소밭 형태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메리와 엘리지베스 여왕시대에 신세계 탐험으로 신기한 식물들이 수입되면서 식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기하학적인 형태의 식물원 정원이 만들어졌다.

동양정원은 근대식 정원의 모델
18세기 중국 왕궁은 인공적으로 연못을 파고 그 흙은 동산을 만들어 정자와 나무를 심고 물고기를 길러서 유럽의 기하학적인 정원과 다른 자연풍경의 정원을 조성해서 유럽으로부터의 여행자들에게 감명을 주었으며, 영국은 이 영향으로 조경정원을 만들어 낭만적인 예술을 창조했다.

18세기 산업혁명도 정원역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유럽사회에서는 특권계급의 대정원 소유를 점차로 허가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공공적인 정원, 즉 오늘날 공원이 들어서게 되었다.

영국에서 탄생한 도시공원은 미국, 독일, 프랑스로 유행병처럼 퍼져갔다. 올름스테드(F. Olmsted 1823~1903)는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조원가로서 뉴욕의 한가운데에 센트럴 파크를 비롯하여 수많은 자연식 공원을 만들었다.

한편 중소주택에도 근대식 정원이라는 새로운 경향의 정원이 들어섰다. 실용적이면서 기능적으로 는 동양정원의 영향을 받은 정원이었다. 뜰은 무엇보다도 옥외의 거실이란 생각에서 '옥외의 집'이란 명칭이 주어졌다. 도시주택에는 뜰이나 옥상, 베란다 정원이 생겨났다.

영국의 터나드(C. Tunard)는 현대정원은 주로 동양정원을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정원은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려고 하며 비대칭적이면서도 구성이 조화롭다. 또한 작은 공간 속에서 큰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현대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20일 개막돼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10월 20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습지로 갈대 숲이 넘실거리고 개펄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현장에서 각국의 독특한 정원들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우리 민족의 별자리 북두칠성

우리 민족의 별자리 북두칠성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3

 
과학에세이 북두칠성은 글자 그대로 밝은 7개 별로 구성돼 있으며 현대 서양 별자리를 기준으로 하면 북쪽하늘 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이다. 북두칠성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별자리는 아닌 것이다.

민화에 따르면 우리는 북두칠성 신선의 점지를 받아 태어난다. 그런데 출생과정만 북두칠성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재래식 장묘에서 관 바닥에 까는 것을 칠성판이라고 부른다. 즉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도 북두칠성을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삶은 북두칠성은 깊은 관계가 있다. 개천절 행사에 참여하는 칠선녀 역시 북두칠성을 상징한다.
▲ 북극성을 하루에 한 바퀴 도는 북두칠성 ⓒ박석재

북두칠성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계반대방향으로 북극성을 하루에 한 번 돌고 있다. 어느 계절이든 밤새 지켜보면 그림의 네 모양 중 셋은 볼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낮이어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봄인 지금은 그림의 아래 부분에 위치한 모양만 볼 수 없다. 즉 초저녁에 북극성의 오른쪽에 있다가 밤이 되면 머리 위에 가깝게 높이 올라오고 새벽이 되면 북극성의 왼쪽에서 날이 밝아옴에 따라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북두칠성 ‘국자’의 손잡이 반대편인 그릇 부분 끝의 두 별을 북쪽으로 연장해 나아가면 북극성과 만나게 된다. 이 두 별은 극을 가리킨다 하여 옛날부터 ‘지극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이 ‘지극정성’과 비슷해서인지 옛날 어머니들이 정화수를 떠놓고 북쪽하늘을 향해 빌 때 이 두 별을 물에 비추었다고 한다.

북두칠성의 국자의 손잡이와 그릇 부분이 만나는 부분에 위치한 별, 즉 어느 끝에서 세어도 네 번째인 별 하나만 밝기가 어둡고 나머지 6개의 별은 밝다. 이는 나머지 6개의 별이 2등성인데 반해 네 번째 별만 3등성이기 때문이다.

만 원 지폐 뒷면 왼쪽에는 국보 230호인 혼천의가, 오른쪽에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 광학망원경이 소개돼 있고 바탕에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깔려 있다.
▲ 만 원 지폐 뒷면 ⓒ한국은행

혼천의 톱니바퀴 부분을 자세히 보면 북두칠성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끝에서 두 번째 별이 2개임을 알 수 있다. 즉 조그만 별이 하나 붙어 있는데 이것은 도시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다. 아무리 눈이 좋아도 깜깜한 시골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선덕여왕'이란 TV 연속극은 바로 북두칠성 끝에서 두 번째 별이 2개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쌍둥이 공주를 등장시켰던 것이다.
▲ 북두칠성 끝에서 두 번째 별은 쌍둥이 ⓒ한국은행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 역사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 역사

청개구리 제작소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샵'

 
지난 24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는 주제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청개구리 제작소의 두 번째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샵'으로 이번에도 조동원 씨가 강연을 맡았다.

저작권 도입, 소프트웨어의 장막

1960년대 말 이전까지도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는 것으로 여겼다. 아직 미분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경향도 있었다. 소스가 오픈되어야만 컴퓨터 기능이 향상되고, 그래야 더 많은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어서였다.

벨연구소의 캔톰슨와 데니스리치가 만든 유닉스도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탄생됐다. 특정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하나의 운영체제계로 저렴한 컴퓨터에 맞게 만들어졌다. 물론 소스코드도 함께 배포됐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많이 고치고 수정해서 기능을 향상시켜 사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버클리에서는 유닉스를 수정해서 BSD를 배포하기도 했다.
▲ 지난 24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는 주제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해킹’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청개구리제작소

197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과 더불어 개발 비용이 들어가면서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IBM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언번들링(unbundling) 정책도 한몫했다. 조동원 씨는 “70년대 말 이후 개인용 컴퓨터 발전과 보급이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980년 초중반에 생긴 두 가지 사건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막을 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적용이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이후 IBM 등이 이 저작권법을 이용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금지시켰다. 유닉스의 사유화도 더 이상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 사건이다. 조 씨는 “벨연구소는 반독점법을 적용받던 통신사 AT&T 산하에 있어서 1982년 그 법이 해제되기 전까지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법이 해제되자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면서 유닉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많은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보 공유 운동의 뿌리, 그누(GNU) 선언

이 모습을 보면서 참여 프로그래머들은 상실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이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혹은 카피레프트운동으로 이어졌다. MIT 인공지능 컴퓨터 해커였던 리차드 스톨만은 "소프트웨어는 자유로워야 한다"며 1984년 그누 선언(GNU)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누는 유닉스 운영 체계(OS) 호환 컴퓨터 프로그램의 총칭이다. 그누 소프트웨어라고 하며, 이의 개발 프로젝트를 그누 또는 그누 프로젝트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체제에 반대, 소스 코드에 대한 공중접근을 주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공유 운동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누 소프트웨어는 일반 공중 라이선스(GPL)라는 협약에 의해 배포되었다. 이 협약에 따라 그누 소프트웨어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같은 조건으로 재배포하는 것을 제한하지 못한다. 상업적 이용 금지 조항도 없다. 개작을 하더라도 동일한 이용 허락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GPL을 어기면 위법이 되도록 만들었다. 저작권이 대안이지만 저작권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차드 스톨만이 “자유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공짜 맥주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다”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은 리눅스의 탄생과 월드와이드웹(www) 등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에릭 레이몬든는 1998년 ‘성당과 시장’이라는 책에서 “리눅스 공동체는 서로 다른 의견과 접근 방법이 난무하는 매우 소란스러운 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GPL에 대한 반기, 오픈소스

하지만 1998년 자유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OSI 오픈 소스 이니시에티브’(Open Source initiative) 가 그것이다. 자유 소프트웨어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걷어내고 열린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GPL의 너무나 가혹한 라이센스는 개발자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상업용 소프트웨어보다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기 꺼리게 만들게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였다. 조동원 씨는 “‘오픈 소스 이니시에티브’는 GPL과 비슷하지만 개작에 대한 동일 이용허락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며 “이는 코드의 전유를 허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넷스케이프사는 소스 코드를 공개 발표했고, IBM은 아파치 웹서버와 그누/리눅스 투자를 하기도 했다. 거기다 썬, 오라클, 컴팩, 델, 휴렛패컫, 인텔 등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원을 위해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차드 스톨만의 “자유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공짜 맥주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다”라는 말을 통해 자유소프트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청개구리제작소

그런데 조 씨는 “왜 기업들은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지, IBM이 오픈소스에 왜 투자하는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오픈소스가 IT 정보산업의 대표자들이 상품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누/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구글은 모든 소스를 오픈한다. 정말 모두가 공짜이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다. 그 오픈 소스를 통해 그들은 쉽게 개인의 정보를 빼내 상품화하고 있다. 백신 프로그램도 우리 컴퓨터를 보호하는 것인지, 우리 정보를 가져가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보취득에 대한 동의에 무심코 클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동원 씨는 “소프트웨어에서의 오픈 소스는 이용자 자유가 사라진 오픈 소스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커보다 그 이면에 숨어있는 기업이 더 무서워졌다는 사실이 해커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세계 최초 및 최고의 10대 소재기술

세계 최초 및 최고의 10대 소재기술

WPM 1단계 성과발표 및 전시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4일(수)부터 25일(목)까지 양일 간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개발 사업(WPM) 1단계 성과발표 및 전시회’를 개최했다.

WPM(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이란 오는 2019년까지 10대 핵심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으로서, 이번 행사는 그 간 추진했던 WPM 10개 사업의 핵심원천 기술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차기 응용기술개발 및 사업화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4일(수)부터 25일(목)까지 양일 간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개발 사업(WPM) 1단계 성과발표 및 전시회’를 개최했다. ⓒScienceTimes

WPM 사업은 그동안 830여건의 특허 출원과 등록, 그리고 2천5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R&D 자금 외에 참여기업의 사업화 투자 규모도 약 7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개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725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함으로써 사업화 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WPM 사업은 원천기술 확보에 이어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2단계 과제에 착수한 상태다. 2010년~ 2012년 까지 진행된 1단계 사업이 대기업을 통해 소재 원천기술을 축적하는 데 주력했다면, 2015년까지 진행 될 2단계 사업은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10대 원천기술 상용화에 주력하게 된다.

WPM 사업으로 고용 창출 및 투자 규모 증가
WPM 성과발표 포럼에서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소재개발에 대해 발표한 ‘이차전지소재 사업단’ 문정탁 이사는 “250km급의 항속거리를 나타낼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리튬 이차전지 음극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사업의 세부과제였다”고 소개했다.

문 이사는 “그러나 얼마 안가서 제조 공정 상의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기업과의 기술협력 및 전지평가 기술교육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며 “그 결과 제조 공정 정밀화로 인한 음극 소재 특성 개선과 규모 증설을 위한 공정 설계를 통해 월 10kg에 머물던 공급량이 150kg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문 이사는 “WPM사업을 통한 상생협력 1단계를 추진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량 Si 합금계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 소재의 개발 및 공정 설계 능력의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WPM 1단계 사업단별 정량적 성과표 ⓒ산업통상자원부

이어 ‘글로벌 도약을 위한 상생 협력’을 주제로 발표한 ‘바이오 메디칼소재 사업단’의 이현일 부소장은 “질병의 진단 및 치료 기능을 갖는 세계시장 선도형 생체의료 소재의 개발 및 상업화가 사업단에 부여된 과제였다”고 언급했다.

과제의 세부 주제들인 ‘비천연 아미노산 융합소재’와 ‘조직질환 치유용 단백질소재’, 그리고 ‘적응성·기능성을 가진 임플란트 소재’의 개발을 위해 구성된 바이오 메디컬 분야의 전문 인력 및 기업의 전폭적인 참여를 통해, WPM 사업의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업의 성과에 대해 이 부소장은 “조직질환 치유용 단백질 소재 개발의 경우 질환을 치유하거나 생체조직의 기능을 대체하는 의료용 단백질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기능성 임플란트 소재 개발의 경우는 지속적인 생리활성물질 방출을 통해 뼈 조직을 활성화하는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나노카본 복합소재 사업단의 이봉근 상무가 발표한 ‘고객 요구의 물성에 맞는 나노카본 설계 지원 및 윤활제 상업화 지원 과제’의 경우는 고강도용 나노카본 설계 및 최종 물성 스펙(spec) 공유와 전기전도성 특성 극대화를 위한 탄소나노튜브 최적 형상 제안을 통해 전기전도성 복합 소재의 개발 및 맞춤형 소재에 대한 안정적 수급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 최고의 소재 기술들 전시해
한편 성과발표 포럼의 부대행사로 열린 성과전시회에서는 지난 3년 동안의 WPM 사업을 통해 개발된 ‘수송기기용 광폭 마그네슘 판재기술’과 ‘LED용 사파이어 단결정 성장기술’ 등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소재기술들이 전시되어 주목을 끌었다.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폭 1천800mm 대형 마그네슘 주조판재를 연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 등을 적용해 개발한 자동차용 로드휠과 범퍼, 그리고 루프 등을 전시하면서, 총 233명의 신규고용 창출과 2천27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 성과발표 포럼의 부대행사로 성과전시회도 개최되었다. ⓒScienceTimes

그리고 슈퍼 사파이어 단결정 소재사업단은 독자기술인 VHGF(Vertical Horizontal Gradient Freezing) 공법을 적용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200mm 단결정을 전시하면서, 수출액 70억원과 418억원의 수입 대체효과, 그리고 585명의 신규고용 창출과 2천140억원의 사업화 투자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지능형 멤브레인 소재사업단의 경우는 고분자 기반의 친환경·저에너지 및 고효율의 미래원천 다기능성 멤브레인 소재개발을 목표로 매진한 결과,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의 강화복합막의 개발 및 다기능성 정수처리용 멤브레인 소재 개발, 그리고 저에너지 고효율 담수용 멤브레인 소재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둔 사례를 전시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산업통산자원부는 오는 2019년까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인 핵심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220여개 기관에 약 7천억원 정도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참여기업 간 상호협력을 통한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소재분야의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과 더불어 약 40조원의 매출과 3만 여명의 신규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곰팡이의 두 얼굴

곰팡이의 두 얼굴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26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과학저널 ‘네이처’ 1월 31일자에는 약간 걱정스러운 뉴스를 전하는 기사가 실렸다. 중미의 커피재배 국가들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커피녹병(coffee rust) 때문에 당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감염된 커피나무가 커피녹병에 걸리면 잎이 말라 떨어지고 결국 커피콩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다. 나무 자체가 죽지는 않지만 작물로서는 치명적인 병이다. 커피녹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헤밀레이아 바스타트릭스(Hemileia vastatrix)라는 곰팡이다.

이 곰팡이가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0여 년 전인 1869년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서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초토화시켰고 결국 농부들은 땅을 갈아엎었는데 그 면적이 실론의 커피재배지의 90%가 넘었다. 그리고 대체 작물로 심은 게 바로 차나무. 오늘날 실론티의 명성은 곰팡이 헤밀레이아 덕분인 셈이다!
▲ 곰팡이에 희생되는 동식물들. 왼쪽부터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 마그나포테 오리지에 감염돼 도열병에 걸린 벼, 지오미세스 데스트럭탄스에 감염된 작은갈색박쥐, 흑녹병균에 감염돼 줄기녹병에 걸린 밀. ⓒ‘네이처’

생태계 위협하는 병원성 곰팡이 창궐
지난해 4월 ‘네이처’에는 ‘동물과 식물, 생태계 건강을 위협하는 곰팡이 등장’이라는 리뷰논문이 실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식물병리학자 사라 거 교수를 비롯해 영미 5개 기관의 곰팡이 전문가들은 기고한 논문에서 지난 20년 사이 심각한 곰팡이 감염 질환이 급증했으며 이제 생태계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고 있다.

균류(菌類)라고도 부르는 곰팡이류(fungi)는 세균(細菌)이라고 번역하는 박테리아와 가까운 생명체로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 곰팡이는 박테리아보다 사람에 더 가깝다. 핵이 없는 박테리아와는 달리 곰팡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핵생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통분류학상 곰팡이는 식물보다도 사람에 더 가깝다고 한다. 고기 대신 버섯을 먹으면서 채식을 한다고 하면 적어도 분류학상으로는 틀린 말이다. 곰팡이류는 크게 효모류, 사상균류(mold, 좁은 의미의 곰팡이), 버섯류로 나뉜다.

곰팡이의 공격으로 그로기에 몰린 동물로는 양서류와 박쥐를 들 수 있다. 생태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양서류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지만 그 원인을 정확히 몰랐다. 그런데 1997년 죽은 개구리의 피부에서 신종 곰팡이를 분리했고 이들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항아리곰팡이라고 명명된 이 녀석들은 양서류 피부의 케라틴을 먹고 사는데 논문에 따르면 양서류가 살고 있는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고 있고 감염이 확인된 양서류가 무려 500여종에 이른다. 병원체 한 종이 이렇게 다양한 종을 감염시키는 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양서류 종 다양성이 풍부한 중미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40%가 넘는 종이 사라졌다고 한다.

2007년 미국에서는 동굴에서 작은갈색박쥐 수천마리가 죽은채 발견됐는데 주둥이와 귀가 밀가루가 묻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하얀 가루는 알고 보니 지오미세스 데스트럭탄스(Geomyces destructans)라는 곰팡이였다.

‘박쥐흰코증후군(bat white-nose syndrome)’으로 명명된 이 신종질환으로 미국에서는 7종의 박쥐 600만여 마리가 죽었고 이런 추세라면 15년 뒤 미국에서 작은갈색박쥐가 사라질 확률이 99%라고 한다.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을 뿐 아니라 일부 농작물의 수분을 돕기 때문에 미국 농부들이 박쥐에게 얻은 혜택은 연간 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쥐의 수난이 박쥐만의 문제는 아닌 이유다.

사실 곰팡이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건 식물들. 앞서 소개한 커피뿐 아니라 바나나도 곰팡이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1950년대 ‘파나마병’이 중남미의 바나나농장을 휩쓸면서 이곳의 주품종이었던 그로미셸은 이 병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인 캐번디시로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대부분 캐번디시다. 파나마병을 일으킨 병원체 역시 푸사리엄 옥시스포럼(Fusarium oxysporum)이라는 곰팡이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캐번디시도 공격할 수 있는 푸사리엄 변종이 아시아에서 등장해 다시 바나나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강석기

그렇다면 왜 새삼스럽게 지금 곰팡이가 창궐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변화를 주범으로 꼽고 있다. 즉 지구 규모의 이동과 교역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곰팡이의 포자가 쉽게 퍼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고. 게다가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넓은 지역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한 가지 작물을 집중해서 심는 농사법이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곰팡이는 죽어서 탄소를 남긴다
물론 모든 곰팡이가 이렇게 위험한 존재는 아니다. 술을 익게 하고 빵을 부풀게 하는 이스트(효모)도 곰팡이의 일종이고 치즈도 곰팡이가 없으면 안 된다. 그런데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곰팡이가 자연 생태계의 탄소 수거에 한 몫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곰팡이인 균근균(mycorrhizal fungi)이 그 주인공이다.
▲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데 식물의 바이오매스 이상으로 뿌리에 공생하는 균근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사이언스’
스웨덴 웁살라대 숲균학·식물병리학과 연구진들은 북반구 냉대림의 탄소 저장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잎이나 목재 같은 식물의 바이오메스보다 흙속에 있는 균근균의 ‘죽은 바이오메스(necromass)’가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즉 조사한 숲의 탄소 가운데 50~70%가 균근균의 사체였던 것.

식물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 유기탄소분자는 뿌리를 거쳐 균근균에게 공급된다. 균근균은 흙 속에서 거미줄처럼 균사를 뻗치며 퍼져나가는데 이들이 죽더라도 균사가 바로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어 결과적으로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균사를 이루는 성분인 에르고스테롤이나 키틴 같은 분자가 오래 잔존한다고 한다.

결국 생태계에서 탄소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균근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이는 낙엽 같은 식물의 바이오메스가 주요 탄소 저장 매체라는 기존 이론을 뒤집는 주장이다. 이번 논문은 스웨덴의 특정 지역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이므로 일반화하기는 이르지만, 지난 150년에 걸친 인류의 화석에너지 소비로 급격히 증가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데 땅 속 곰팡이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dskoh@kofac.re.kr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폐수에서 에너지원을 발견하다

폐수에서 에너지원을 발견하다

[인터뷰] 전병훈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거론되는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료원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 전병훈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연구재단
연세대 환경공학과 전병훈 교수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폐수처리장 유출수에서 배양한 미세조류로부터 알코올 발효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글루코오스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추출한 미세조류는 사탕수수나 전분과 같이 차세대 바이오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료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미세조류는 제 3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릴 정도로 추후 유용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량의 탄수화물 성분과 지질,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세조류, 3세대 에너지원

“탄수화물은 흔히 ‘당(糖)’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탄수화물의 대부분을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탕수수는 오랫동안 식료원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식량 윤리 문제에 부딪혀 더 이상 에너지 사업에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어요.

식량자원으로 사용되지 않는 미세조류는 당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는 가장 적합한 천연 에너지자원이라고 할 수 있죠. 다행스럽게도 조류는 적조나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환경파괴범으로 전 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은 일석이조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세조류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팀이 눈을 돌린 곳은 폐수처리장 유출수였다. 미세조류는 강이나 호수, 폐수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서식장소가 주로 폐수인 만큼 사탕수수와 콩 같은 육상식물보다 확보가 손쉬워 경제성도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전 교수는 “3세대 바이오매스인 미세조류에서 추출된 탄수화물은 산소가 차단된 혐기발효에 이용돼 수소나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의 연구원들은 바이오매스로 활용 가능한 미세조류를 발굴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미세조류로부터 탄수화물 구성성분을 얻어내고 이를 박테리아를 이용한 발효공정의 원료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기존의 화학물질을 이용한 탄수화물 추출 방법은 화학물질로 인해 탄수화물 성분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혐기발효 과정에서 박테리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미세조류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다만 조류를 자연으로부터 하나하나 분리해내는 데 많은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죠. 한 종씩 분리하는 이유는 각 조류 종마다 지니고 있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해요. 때문에 우리 연구팀에서도 미세조류를 발굴하기 위해 분리를 시도했고 약 1년의 기간을 보냈습니다.”

연구진은 폐수처리장 유출수에서 배양한 미세조류 세포를 초음파로 파쇄해 탄수화물을 회수, 그 가운데 약 60%의 글루코오스 성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탕수수와 전분에서 회수된 탄수화물의 에너지 회수율인 85%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로 세포벽을 파괴할 때 생성되는 가장 강력한 산화제인 ‘히드록실 라디칼’이 수용액 내 유기탄소의 용해도를 높이게 했다.

“우리 연구팀이 시도한 초음파 기술은 일반인에게 친숙한 기술입니다. 안경점에서 안경을 세척할 때 쓰는 기기니까요. 그러나 이처럼 일반적이고 단순한 물리적 기술이 미생물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해 보신다면 혁신적인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선행 연구팀들은 미세조류를 파쇄하고자 화학적 처리방법인 산처리를 주로 사용했는데, 조류가 갖고 있는 세포벽을 완전히 파쇄 할 수는 있었지만 파쇄 후 추출된 성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처리가 요구됐지요. 물론 생물학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팀이 사용한 초음파 파쇄는 미세한 크기의 방울들이 조류 세포벽을 파쇄하며 추출된 성분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 전처리 전·후 미세조류에 대한 혐기성 박테리아의 거동 모습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정, 힘들지만 소소한 기쁨 있어
이번 연구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될 당 성분의 특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사례다.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경우 ‘OH라디칼’이란 물질이 생성되는데, 해당 물질은 강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어 조류가 파쇄 되면서 용출된 물질 즉 당 성분들의 용해도를 높일 수 있다. 당 성분이 물속에 많이 녹아 있다는 셈이다.

“당 성분이 물속에 용존 됐다는 것은 혐기성 미생물들이 조류에서 용출된 영양분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례로 우리 연구팀은 용출된 물질의 입자 사이 반발력을 나타내는 제타전위와 친수성에 대한 검토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초음파 진행시 제타전위는 안정화 범위를 보였고 친수화가 높아졌음을 밝혀냈죠. 이번 연구는 미세조류에서 추출된 당성분은 수용상에서 안정하고 혐기 발효에 바로 주입해도 무방하다는 결과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전 교수팀의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에너지 분야 학술지인 ‘바이오연료를 위한 생명기술(Biotechnology for Biofuels)’에 게재되기도 했다. 오존파괴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제거방법을 고민하던 2009년에 이번 연구를 시작한 전 교수는 연구과정을 회고하며 “힘들었지만 소소한 기쁨이 있던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연구 진행 과정을 되돌아보면 조류를 대량 생산 했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에너지화 하려면 다량의 조류 바이오매스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저를 비롯한 우리 연구팀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조도개선, 영양염류 교체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한 번은 우리 학생이 조류를 빨리 배양하기 위해 온도를 높인다고 가열기를 틀어 조류를 삶아버린 적도 있었죠.(웃음) 돌이켜보면 소소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앞으로 미세조류에서 더 많은 양의 에너지 원료를 찾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할 것이라는 전병훈 교수. 그는 앞으로 더욱 넓은 시야를 갖고 많은 부분에 도전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쓰촨성 지진은 먼 나라 이야기일까?

쓰촨성 지진은 먼 나라 이야기일까?

한반도 둘러싼 판에서 지진 잇달아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삼지창으로 땅을 두드려 지진을 일으켰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용이 땅을 흔들어 지진이 생긴다고 믿었으며, 인도에서는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코끼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땅 속에 사는 큰 개가 일으킨다고 믿었고, 중세시대 이탈리아에서는 뱀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지구 내부의 층 구조와 운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상당히 엉뚱한 상상을 했다.

과학자들이 지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출발점은 1755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대지진 때문이었다. 그해 11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 6만명이 죽고 여진으로 그 부근의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이 지진은 쓰나미로 불리는 지진해일까지 동반해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로 그 무렵 미국 보스턴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 주변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이 같은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순수한 목적 하에 지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지진학이 태동한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지구 표층의 운동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이 나오고 나서 지진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힐 수 있었다.
▲ 지난 21일 기상청 국가지진센터의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전남 신안 해상의 지진 진앙지. ⓒ연합뉴스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야안시 루산현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현재 220여 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1만2천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등에서 최근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쓰촨성 지진 다음날인 21일 오전 8시 21분경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서쪽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그로부터 약 4시간 후 일본 혼슈섬 남쪽 해저에서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날 대만의 동부 해상에서도 규모 5.0과 4.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쓰촨성 지진이 일어나기 전날인 19일에는 일본 북부 쿠릴열도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24일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가옥 100여 채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이다.

지진 연구, 더 많은 노력 필요해
이처럼 연이은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지진이 과연 연관되어 발생한 것인지와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하는 궁금증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쓰촨성 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과 중국은 하나의 유라시아판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올라오면서 생긴 장력으로 쓰촨성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전남 신안의 지진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지진의 원인도 제각각이므로 서로 연관된 지진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신안 앞바다의 지진은 짧은 활성단층의 활동과정에서 생긴 단발적 지진이라고 보는 견해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의 톰 파슨스 연구원이 ‘뉴사이언티스트’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양쪽 주장이 모두 옳다. 그는 1979년 이후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지진 260건을 분석한 결과,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각판이 다른 먼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로 연관성이 있는 지진이라 할지라도 지진파가 피해 지역을 지나간 지 최소한 9시간 이후에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확증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다른 지역이 영향을 받을 확률은 2%에 불과했다.

즉, 큰 지진이 발생한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서로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과학이 알아낸 사실의 전부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분석에만 많은 시간이 노력이 필요하며 단시간에 원인 파악이 힘들므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반도는 이례적 지진 빈발 사례의 대표 지역
그럼 과연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지각판의 경계인 일본이 앞에서 막아주고 뒤에서는 중국이 지각판의 힘을 해소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하므로,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이 직접 부딪히는 지각판의 경계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나지만 경계 안쪽에 위한 우리나라의 경우 큰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진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과거에 어떤 지역에서 커다란 지진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였는지를 알아내 앞으로 그 지역에서 비슷한 크기의 지진이 어떻게 일어날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43년 6월 9일자의 인조실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전국 각처에서 지진이 있었다. 서울에 지진이 있었다. 경상도의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 고을에도 지진이 있어 봉화도와 성첩(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 전라도에도 지진이 있었다.”

이날 울산 근처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 현대 과학자들은 진도 10, 규모 7.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쓰촨성에 발생한 지진이 규모 7.0이니 그 파괴력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1518년(중종 13년)에도 큰 지진이 일어나 전국 팔도의 집과 담, 성첩 등이 무너졌으며, 한양 사람들도 놀라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 집 밖에서 자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을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초기부터 중기 무렵까지 약 400여 년간은 한반도에서 이례적으로 지진 활동이 매우 활발히 일어난 시기이다.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시기의 한반도를 지진활동이 낮은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지진이 빈발했던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779년 4월 경주에서도 땅이 흔들리고 가옥이 부서져 죽은 자가 100여 명이나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경주 지진은 진도 9, 규모 6.6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기 2년에서 지진계를 사용해 지진을 관측하기 전인 1904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한반도에 약 2천회 정도의 지진 기록이 나타난다. 그중 진도 7 이상의 지진만 해도 40회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진이 무서운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예전 기록으로 보나 지진의 속성으로 보나 우리도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좀 더 철저히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