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백악관 폭발’ 트윗으로 주가 급락

‘백악관 폭발’ 트윗으로 주가 급락

SNS가 바꿔놓은 지구촌 풍경 (3)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지구촌 곳곳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SNS로 인해 국가가 전복되기도 하고 자연재해 현장 속에서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중독과 의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첫 등장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SNS에 얽힌 지구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편집자 註]
지난 23일 오후 1시 7분(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통신사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에 충격적인 소식이 올라왔다. “백악관에서 두 번의 폭발 발생해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속보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 지난 23일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 당해 '백악관 폭발로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오보가 발송되었다. ⓒTwitter.com
AP통신의 트위터 소식을 즉각 받아볼 수 있는 190만 명의 팔로어(follower)에게 속보가 전달되었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생명인 AP통신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소식이라 금세 3천 명 이상이 리트윗(RT) 기능으로 여기저기 전파시켰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백악관 독극물 편지 배달사건, 텍사스 비료공장 폭발사고 등 잇따른 테러와 사고로 인해 분위기가 흉흉했다. 백악관 폭발 소식에 신빙성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폭발 사고는 사실이 아니었다. 해커 그룹이 비밀번호를 알아내 몰래 내보낸 사건이었다. 해킹으로 인한 거짓 게시물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가슴을 졸이고 다시 쓸어내려야 했다.

거짓 트윗으로 인해 주식시장 요동쳐
AP통신은 사건 발생 30분 만에 트위터를 정지시키고 해킹에 의한 사건임을 공지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모두가 안전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폭발 오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실제 테러로 오인한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며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미국 3대 주요 주가지수는 해킹 트윗이 게시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일제히 하향선을 그렸다.

나스닥은 1퍼센트 가량 추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5포인트나 떨어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시가총액 중 1360억 달러(우리돈 약 150조)가 2분 만에 증발해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오보임이 밝혀지면서 주식시장은 정상을 되찾았지만 140자도 되지 않는 글 하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세계가 놀랐다.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가 유행하면서 SNS에 올라오는 실시간 정보를 주시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SNS 메시지 하나에 주식시장이 요동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2년 8월 한 이탈리아 언론인이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Vladimir Kolokoltsev) 러시아 내무부장관 명의의 트위터 계정을 임의로 만들어 시리아 대통령이 살해됐다는 거짓 글을 올렸다.

당장에 원유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란이 중동 정세에 개입해 결국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윗이 올라온지 1시간도 되지 않아 SNS를 통해 소식이 퍼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의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82달러에서 91.99달러로 1달러 넘게 올랐다.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트위터 개설 여부를 부정했지만 유가는 내려오지 않고 더 올라 92.20달러에 마감했다.

트윗을 올린 언론인은 예전에도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 교황의 사망설을 내보내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SNS가 얼마나 부정확하며 믿을 수 없는 매체인지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뉴스 매체로 자리 잡은 트위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구에 걸맞는 제도 만들어야

SNS가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게 되면서 이를 악용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단순한 장난도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2년 1월에는 북한의 경수로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SNS에 퍼졌다. 관련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한 이른바 ‘작전’ 세력의 소행이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국지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트윗이 퍼지면서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순한 장난으로 인한 유언비어였다.

▲ 전문가들은 참여, 공유, 개방의 시대에 걸맞는 SNS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ScienceTimes
SNS의 확산을 달가워하지 않던 사람들은 ‘괴담의 온상’ 또는 ‘피해의 진원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통제나 강압적인 폐쇄로는 SNS의 물결을 막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10억 명이 넘게 사용하는 SNS를 국가 차원에서 차단하는 것은 자칫 반민주적인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그저 웹서비스에 불과한 SNS에 기대는 것은 기존 권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트위터 해킹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폐쇄, 통제, 제재가 아닌 참여, 공유, 개방의 시대로 가는 것이 이미 국제적인 흐름이라는 의견도 많다.

SNS는 다수 네티즌들의 연결망이므로 괴담이 생기더라도 단 하나의 진원지를 지목해 처리할 수 없다. 오히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는 편이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은 아닐까.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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