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뇌지도’로 인간의 생각·행동 파악

‘뇌지도’로 인간의 생각·행동 파악

세계 뇌 연구 어디까지 왔나 (상)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간 뇌지도 연구프로젝트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란 긴 이름의 약자를 따 브레인(BRAIN)이란 명칭을 붙인 이 프로젝트는 인체 신비를 규명할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미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은 이 계획을 지난 1990년부터 2003년까지 38억 달러를 투입했던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비교하면서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야심찬 계획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두뇌의 신비를 파헤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이 인간 뇌지도 연구프로젝트 '브레인(BRAIN)'을 발표하고 있다. ⓒWhite house

뇌과학이란 인간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째서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그 원인이 되는 뇌 움직임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동안 이 움직임에 대해 부분적인 내용들이 밝혀졌지만 이제는 뇌 구조 전체를 지도에 담아 불치병인 뇌질환도 고치고, 산업·교육 등 다 방면에 걸쳐 적절히 활용해 나가자는 것이다.

게놈지도처럼 뇌지도 작성 가능해
인간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이 있다. 이 뉴런들은 시냅스(Synapse)라는 연결부위를 통해 다른 뉴런들과 연결된다. 이 시냅스의 수도 100조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복잡한 뇌를 지도로 그려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의학영상기술, 컴퓨터의 발전은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뇌지도 작성 가능성을 한층 높여놓았다. 특히 2005년에 출현한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뉴런의 위치는 물론 뉴런의 연결 상태를 파악하는 일까지 모두 가능하게 했다.

미국 정부가 나서 뇌지도 작성 프로젝트를 선언할 단계에 까지 돌입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20여년 전부터 뇌과학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부시(H.W. Bush) 대통령 시절인 1990년 미국은 ‘Decade of the Brain(뇌연구 10년)’이란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의 신비는 아직까지 미진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뇌지도를 주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연구투자의 결말을 짓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델이 인간게놈프로젝트다. 인간게놈지도를 작성해 성공을 거두었듯이 인간뇌지도를 작성하자는 것이다.

2일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13년간 38억 달러가 투자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무려 7천96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직업창출 효과가 있었다는 정부통계 결과를 제시했다.

뇌지도 역시 의료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콜린스 NIH 원장이 추가적으로 설명한 뇌전증(간질), 자폐, 정신분열, 알츠하이머, 외상성뇌손상 등의 치료 가능성을 말한다. (콜린스는 또 미국에만 현재 1억 명이 넘는 뇌질환 환자들이 있으며 치료를 위해 연간 약 5천억 달러의 건강보험료가 지출되고 있으며, 뇌지도 작성으로 거액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NIH, 올해 안에 뇌 커넥톰 분석결과 발표
오바마 대통령의 브레인(BRAIN) 프로젝트 발표 후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연구자금 규모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긴축재정에 나선 상황에서 뇌과학 연구를 위한 예산을 증액하는 일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부터 시작할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 달러의 연구자금을 배정해, 다음 주 발표할 ‘2014년 예산안’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뇌과학자들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서 인간게놈프로젝트 때와 비슷한 연간 약 3억 달러의 연구자금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만일 지금과 같은 긴축재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에서 그 금액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미지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더 궁금한 것은 이 뇌지도가 과연 인간의 생각과 느낌, 행동을 지시하는 뇌활동을 규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답변은 매우 긍정적이다. NIH는 올해 안에 쌍둥이 300쌍을 포함한 1천200명의 뇌 ‘커넥텀(connectome)’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커넥톰이란 사람마다 다른 인지와 행동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작업인데 1천200명의 분석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은 뇌지도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해온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뇌지도 작성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을 NIH는 거듭 주장하고 있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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