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흰개미를 잡는 까닭
탐지견으로 목조 문화재 피해 조사
최근 문화재청은 전북·전남·제주지역 목조 문화재 73곳에 대한 흰개미 피해 조사를 6월까지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탐지견이 후각으로 흰개미의 서식지를 탐지하면,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단이 진동탐지기로 서식 여부를 확인하고 방충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참여하는 탐지견은 삼성생명 탐지견센터에서 흰개미 탐지견으로 활동중인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파니엘종 2마리이다. 이외에도 이 센터에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3마리를 흰개미 탐지견으로 추가 양성중에 있으며, 한국삽살개재단에서도 삽살개를 흰개미 탐지견으로 양성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전통견 삽살개는 다른 견종에 비해 성격이 온순하고 침착하면서도 집중력이 뛰어나 흰개미 탐지견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삽살개재단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삽살개 2마리에 대해 흰개미의 분비물 냄새에 반응하고 그 결과를 조련사에게 정확히 전달토록 함으로써 흰개미 서식 여부를 파악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종래의 목조 시편을 사용한 흰개미 탐지법은 3~6개월의 탐지기간이 필요했던 데 비해 흰개미 탐지견을 이용할 경우 흰개미 피해 상황의 ‘즉시 발견’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흰개미는 빛을 싫어하는 특성을 지녀 주로 땅속에서 기둥을 따라 목부재에 해를 끼치지만, 봄철에는 교미나 이주 등을 위해 무리지어 비행 활동을 하므로 탐지하기에 적절하다. 지구온난화와 산림 비옥화로 흰개미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목조건축물 문화재의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년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예방보존연구소가 실시한 목조문화재 생물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16곳 231개 동의 건축물 중 78개 동(33.8%)에서 흰개미의 서식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흰개미로 인한 목조 문화재의 피해는 특성상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피해가 확산된 후에야 발견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011년부터 5년 주기로 중요목조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흰개미 피해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방제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1년에는 57건의 목조 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으며, 지난해는 대구·경북 지역의 중요 목조문화재 63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흰개미가 '페어리 서클'의 범인 수많은 곤충 중에서 왜 하필이면 흰개미만이 목조 문화재에 피해를 입히는 걸까. 그리고 도대체 흰개미는 어떤 방법으로 목조 문화재를 파괴하는 것일까. 아프리카 남서부에 펼쳐진 나미브 사막에는 매우 오래 전부터 비만 오고 나면 불가사의한 원들이 발견됐다. 들판 곳곳에 마치 컴퍼스를 대고 그린 듯한 원들이 무수히 생겨나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요정들의 원'이라는 의미에서 ‘페어리 서클(fairy circle)’이라고 불렀다. 더욱 신기한 것은 부근에는 목초지가 빈약한 데 비해 페어리 서클들의 가장자리에는 키가 큰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최근 독일 함부르크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페어리 서클을 그리는 범인은 바로 흰개미였다.
연구팀이 지난 6년간 2천㎞에 이르는 나미브 사막을 조사한 결과, 흰개미가 주변에 있는 식물 뿌리를 갉아먹어 식물이 죽고 흙만 남게 되어서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이 증발하지 못한 채 그대로 흙 속에 흡수되어 페어리 서클을 만든다는 것. 이렇게 저장된 빗물 덕분에 페어리 서클의 주변에는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페어리 서클이 만들어진 지역에는 빗물의 53%가 지표면 밑 1미터 내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 1억5천만년 전에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흰개미는 죽은 나무를 먹어치우는 특이한 식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식성은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흰개미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영양가 없는 목재를 소화시키는 흰개미의 분해 능력은 장내에 공생하는 원생생물들과 수백 종의 세균 덕분이다. 특히 수도트리코님파라는 장내 원생생물의 세포 안에는 ‘CfPt1-2’라는 박테리아가 10만 마리나 살면서 원생생물이 목재의 셀룰로오스로부터 만들어내는 당을 빨아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이 게놈 분석을 통해 밝혀낸 바에 의하면 CfPt1-2는 단순히 기생하는 게 아니라 질소를 고정해 원생생물과 흰개미에게 아미노산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개미는 개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미와는 다른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류학상 개미처럼 벌목에 속하지 않고 다른 종으로 분류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흰개미류 또는 등시류 등으로 분류되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 나무를 갉아먹는 바퀴벌레와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는 바퀴목의 아목 또는 바퀴목의 흰개미과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흰개미의 분류에 관한 논쟁은 흰개미의 장내에서 발견된 목재를 소화하는 미생물이 일부 바퀴벌레에서도 발견된 후 거듭되어 왔다. 최근에는 흰개미의 이 같은 셀룰로오스 분해 능력을 이용해 목재를 수소나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형 흰개미 군체 제거 처리제 개발 한편, 문화재예방보존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흰개미 군체 제거 처리제인 ‘ HGM’을 개발한 바 있다. 기본적인 원리는 외국에서 수입한 군체 제거 처리제와 동일하지만, HGM은 국내에 서식중인 일본흰개미가 선호하는 소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원통형 홈을 설치해 흰개미가 쉽게 유인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 제품들이 흰개미의 존재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유인체를 일일이 꺼내어 확인해야 하는 것에 비해 HGM은 유인체를 꺼내지 않고 신호에 의해 육안으로 흰개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기존 수입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흰개미 군체가 유인되고 제거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으며, 비전문가도 쉽게 설치하고 흰개미의 활동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등도 장점이다. HGM 같은 군체 제거 처리제는 흰개미의 서식이 의심되는 장소에 매설한 후 친환경 독먹이가 포함된 유인체를 일흰개미가 가지고 가서 다른 흰개미에게 전달해 군체 전체를 제거하는 제품이다. 이외에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족도리풀이나 황벽나무 등 국내 자생식물 추출물이 흰개미 방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를 추진중에 있다. |
저작권자 2013.04.0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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